60년 전 초가지붕 시절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마을에 기와지붕은 거의 없고 가정마다 초가지붕 아래 살았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초가지붕 덮는 이엉을 만들었다. 소년 가장이라 남자는 나 혼자뿐이라서 나만의 할 일이었다. 한번 배우면 이엉 엮는 작업은 쉬웠다. 초가지붕은 해마다 다시 볏짚으로 덮어야 하는 관행이다. 한번 이엉을 덮으면 한해를 견뎌내는 작업이다. 지붕 덮는 날도 아무 날이나 정하지 않고 좋은 날을 선택하여 실시했다.
초가지붕의 가장 두려운 것이 화마로 생겨나는 화재를 제일 무서워했다. 그래서 선비를 찾아가 수고료를 지급하고 택일을 받아와 지붕을 새로 엮은 이엉으로 덮었다. 지붕 덮는 날은 천화일을 피해야 하는 철칙이다. 천화일은 책력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선비에게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천화일을 피하면 된다. 천화일에 지붕 덮는 작업을 하게 되면 화마를 부를 위험 때문이다. 미신 같은 이야기라도 좋은 마음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옛날 이야기에 앞집 무식자가 지붕 덮는 작업을 택일하지 않고 선비가 작업하는 날을 따라 했다. 보나 마나 좋은 날을 받아 택일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비가 괘씸하게 생각하고 천화일 지붕 작업을 시켰다. 시키면서 머슴에게 일을 마치고 지붕을 내려오기 전에 반드시 지붕에서 소변을 보고 내려와야 한다고 단단히 일렀다. 그런데 머슴은 지붕에서 소변보는 것을 그만 깜박 잊어버렸다. 앞집도 으레 그날따라 지붕 덮는 작업을 같은 날 했다.
그해 선비 집은 화재로 초가집 전체를 태우고 말았다. 앞집은 어떤 불상사도 없이 평화롭게 지냈다. 선비가 머슴에게 지붕에서 소변보는 것 잊었느냐고 다그쳤지만, 시킨 대로 하였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기도 나쁜 의도로 그랬으니, 머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앞집 남자는 마려운 소변을 못 참아 그만 지붕에서 용마루에 실례를 저질렀다고 한다. 요즘 복잡한 사회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생긴다. 한때 부정선거를 저질러서 아들에게 총 맞아 죽은 부통령 선례도 있었다.
해마다 가을 추수와 탈곡이 끝나기 바쁘게 지붕 이엉 엮기 작업으로 분주하다. 학교에 다녀오기 바쁘게 볏짚으로 이엉을 엮었다. 마당에 앉아 이엉을 엮어 두루마리로 감아두었다가 지붕 덮는 날 사용한다. 혼자 이엉을 엮는 작업 마치려면 두 달 넘게 걸리는 긴 작업이다. 이엉 작업이 완료되는 날은 용마루 덮개를 엮어야 한다. 용마루 이엉은 복잡하게 손이 많이 가는 특이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치 지네 벌레처럼 생기는 볏짚 뿌리 쪽이 지네 발로 서서 용마루를 받히도록 되었다. 소등처럼 길게 펴서 지붕 꼭대기 마지막 이엉들을 덮어 비가 새지 않게 마무리한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용마루 이엉을 엮어두고 보면 멋진 예술품이다. 이엉의 마지막 꼭대기 비가 샐 틈을 주지 않고 덮는 멋진 작품이다. 성근 짚이 물 샐 틈 없도록 처음 개발한 사람의 창의가 빛난다. 볏짚 낱개가 서로 사랑으로 보듬어 안아 비가 샐 틈을 주지 않는 기술이 돋보인다.(글 : 박용 20260907 에세이 16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