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의 수행과 성불론
인도 후기 대승불교는 밀교가 그 중심으로, 밀교는 대승불교 발전사의 최정점에 위치한 가르침이다. 또한 대승불교의 중관‧유식 사상과 수행법에 진언‧다라니‧의례‧인계‧만다라 등이 결합된 새로운 수행체계이다.
초기 밀교는 의례나 주술적 요소의 현세 이익이 중심이며, 7~8세기에 성립되는 『대일경』과 『금강정경』 중심의 중기 밀교는 법신인 대일여래를 교주로, 신‧구‧의에 나타난 진리와 수행자의 삼밀을 일치시켜 성불을 추구한다. 후기 밀교는 힌두교 성력(性力, śakti) 신앙과 결합된 딴뜨라(tantra) 불교이다.
밀교는 삼아승기겁 동안 자량을 쌓아 난행(難行)을 하더라도, '일체여래의 진실'을 알지 못하면 보리를 얻지 못한다. 반대로 '일체여래의 진실'을 알 수 있다면, 자량의 쌓임과 별개로 그 자리에서 성불한다는 입장이다.
중기 밀교의 특징은 첫째, 본존 대일여래라는 새로운 성격의 우주적 불격(佛格)이 존재한다. 둘째, 신‧구‧의의 실천 형태를 종합적으로 지향하는 전신적 행법의 완성이다. 셋째, 현세 이익과 더불어 자신이 불(佛)을 체현하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이 목표이다. 넷째, 대일여래가 중심에 위치한 만다라를 구현하고 완성한다. 말하자면 대일여래‧삼밀가지‧즉신성불 등이 중기 밀교를 대표하는 핵심 어구이다.
한편 한국 밀교는 7~8세기때 신라 명랑과 혜통에 의해 초기 밀교가 들어오게 되며, 이어서 의림‧현초‧불가사의 등의 노력으로 중기 밀교가 수용되었다.
고려 때는 명랑과 혜통을 계승한 신인종과 총지종이 개창되어, 천재지변‧전쟁‧질병의 치유 활동을 하였다. 또 현세구복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례와 다라니신앙이 성행하여, 현실의 고통과 사후세계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조선시대는 억불정책 속에도 수륙재‧기우재‧소재도량‧구병도량 등의 많은 밀교의식이 설행되었다. 즉, 국난극복과 개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주술적 신앙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전통적 교학과 사상을 계승‧발전시키며, 중국이나 일본의 것을 답습하지 않았다. 이는 법체관으로 아자체대설과 육자체대설을 칠대만법설로 정립한 것이다. 아울러 밀교는 정토와 선과의 상호 융섭된 관계 속에 발전을 도모하였다.
또한 현재에도 밀교는 각종 의식과 의례에 등장하여, 신심과 수행을 고취시키는 방편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독경이나 염불 의식에 빠지지 않고 실행되는 것이 진언(眞言, mantra)이나 다라니(陀羅尼, dhāraṇī)이다. 이 같은 밀교적 토양 속에서 벽산은 밀교의 수행법을 섭렵하고, 『금강심론』 수행의 중요한 방편으로 삼은 것이다. 본 장에서는 먼저 밀교의 선정인 금강삼마지에 대해 알아보고, 금강계만다라의 오지여래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밀교의 관법인 오륜관(五輪觀)과 오상관(五相觀)에 대해서 차례로 알아보기로 한다. 『금강심론』에서는 오륜관을 중요한 수행방편으로 설하며, 오상관은 유가(瑜伽)의 선정과 사선근을 비교하여 수행계위로 설한다. 오륜관이 태장계의 중요한 관법이라면, 오상관은 금강계의 중요한 관상수행이다.
또 마지막 절에서는 즉신성불에 대해 고찰할 것이며, 밀교수행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삼밀가지와 십육생성불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금강심론』에는 특히 십육생성불로 구경각에 이르기를 설한다. 굳이 구분하면 삼밀가지가 지혜의 자리적 측면이라면, 십육생성불은 자비의 이타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금강심론』 수행론 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