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독서: 에세 S01E10 - 재빨리 또는 굼뜨게 말하는 것에 관하여
* 에세를 쓰게 된 연유를 짐작할 수 있는 챕터로, ‘재빨리’ 와 ‘굼뜨게’라는 두 가지 화법을 돌아보며 궁극적으로 글쓰기의 이점과 목적에 대해 풀어나간 챕터다.
즉흥적으로 생각이 떠올라 타고난 달변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그가 부정적인 정념에 휩싸이지 않은 정제된 생각, 또는 활기 넘치는 외부 자극에 의해 생성된 고무된 마음을 매순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말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여 침착하게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 역시 본인만의 틀에 갇혀 맹목적이 될 위험성을 늘 안고 있으며,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몽테뉴는 스스로를 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고백하며, 자기 안에서 사유하는 것보다 외부 자극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정신에서 끌어냈다고 말한다.
그렇게 끌어 낸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드러내고, 이를 조사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 더 나아가 타인의 해석을 통해 한 단계 더 진전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하기와 글쓰기가 각자 다른 성질을 지니긴 했지만, 말하기의 목적 중 하나가 자신의 사고를 세상에 풀어내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말하기보다는 글쓰기가 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인상 깊은 것은 사색의 결과에 대한 공을 우연에 돌린다는 것이다. 몽테뉴의 겸손함을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어느 날에는 우연이 내가 말하려 했던 바를 대낮보다 환히 내게 밝혀 주리라. 그리하여 더듬고 망설이던 내 꼴에 내가 놀라게 되리라." (p.95)
* 카페 회원님들이 에세 읽기를 하며 글쓰기를 하는 목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를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우연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첫댓글 일각, 까칠남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몽테뉴한테 절친이 있다고 했다. 이름은 '라 보에시'이고, 시인이었다고 한다. 10장에서 몽테뉴는 라 보에시의 시에서 한 문장을 인용한다. "모두에게, 모든 은사가 주어진 적은 없다." 여기서 '은사'라함은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뜻하므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다른 책(수상록)도 찾아봤지만 거기에는 누락된 내용이라서 저 인용문의 번역이 매끄러운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말재주가 좋으면 살아가는데 유용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변호사였던 몽테뉴는 특히나 공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에세의 일부가 그렇듯이, 이 장도 강력한 포인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국내에 출판된 에세를 찾아보면 완역은 드물고, 순서를 임의로 새롭게 정리를 하거나 일부만 발췌하고 번역한 책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도 95쪽 밑죽 쫘~악 그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 너무 맹목적이 되어 자기계획에만 쏠려있는 영혼의 노력은
영혼을 쳇바퀴에 찧어 넣어 꺾어 놓고 방해한다~
이 말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중에 서로 밑줄 그은 곳 확인하면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대여 독서의 불편함, 밑줄을 못 긋습니다. 그래서 발췌 베껴쓰기를 하는데 한계가 있지요. 40대의 젊은 작가의 사유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공감의 어절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