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버지는 굳게 방문을 닫고 잠을 모르는 사람처럼 혼자만의 질문과 대답으로 아버지는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흔들렸다
꼬막을 억지로 벌리자 물고 있던 갯벌을 토해낸다 비명만 남기고 몸 떠난 빈집이다
갯벌에 묻혀 어둠과 싸웠던 시간과, 파도에 휩쓸려 생긴 줄무늬 상처들도 속으로만 삼켜야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침대 아래에는 통증들만 쌓여가고 앙다문 입술은 말을 잃었다 갯벌 같은 날들이 아버지를 잠식해 갈수록 불면은 쉽게 썩지 않았다
빈 집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갯벌에 미끄러지고 갯벌에 무릎 꿇고 갯벌을 밀며 살아오신 날들
빈 꼬막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솜다리문학상 당선 소감]
꼬막이 많았던 바닷가에서 자랐습니다. 한 솥 가득 삶은 꼬막 조개 까는 일을 어머니는 어린 제게도 자주 시켰답니다. 열리지 않는 꼬막의 입을 여는 것도 어려웠지만 겨우 벌린 꼬막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갯벌, 아버지를 잠식해 버린 아버지가 사셨던 혼자만의 세상처럼 먹먹했습니다. 시를 공부하는 제 마음도 늘 회색으로 막막하고 자주 용기를 잃어버립니다. 부족한 제 글을 선정해 주신 채찍에 감사드립니다. 솜다리문학상이 주는 격려에 다시 힘내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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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심사평》
<떨켜> 시와 < 빈집> 시를 두고 숙고 끝에 <빈집> 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나무의 신비로운 겨울나기나 내부 병균을 다스리는 놀라운 힘은 시적 착안에 매력적이었지만, 이 시에서는 이런 신비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좋은 소재였으나 시적 구성과 사유 처리에서 이를 감당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빈집> 갯벌 속에서 한생을 살다가 입 다문 빈 껍질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애를 역시 속 알 못 채우고 죽은 입다문 꼬막과 대유법 처리한 시적 발상이 그런대로 사유 구조를 살렸다. 우선 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 지를 일단은 알아차리고 있는 것 같아 장래를 내다보기로 했다.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전문수>> 1937년 의령 출생. 1964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0년《중앙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 1980년 《현대문학》문학평론 천료. 시집《천문》 동시집《천심》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