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안내] 한국인의 고유신앙 : 영등·수목·칠성
김준호 저/손심심 그림
학이사(이상사) 2023년 12월 12일
시베리아 한파에 살이 아립니다. 궁금하면 못 참는 고얀 성격으로 떠돌고, 보고, 듣고, 느끼고 끄적대다 보니, 김준호손심심의 또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 책 제목 ]
한국인의 고유신앙 : 영등·수목·칠성
김준호 저/손심심 그림 학이사(이상사) 2023년 12월 12일
[ 책소개 ]
한민족의 고유신앙인 영등, 수목, 칠성 신앙은 지금도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되어 남아 있다.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고유신앙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근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국악인이자 민속학자인 김준호 작가가 기획, 집필하였다. 2023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 목차 ]
1부 영등 신앙
한국의 신할미와 영등할미 / 영등할미는 누구인가? / 이어도의 전설 / 여돗할망과 고동지 / 영등할망과 뽕할머니 / 제주 두무악 / 영등할미의 상륙 / 남해안의 영등 신앙 / 영등할미의 힘
2부 수목 신앙
나무와 인간 / 내 나무 / 소나무와 한민족 / 성주신이 된 소나무 / 성주풀이의 내용 / 성주의 고향 안동 / 〈성주풀이〉 발달사 / 동구나무 느티나무 / 공부나무 은행나무 / 은행나무 전설 / 순흥 압각수의 슬픈 기억 / 학자수 회화나무 / 향기 나는 향나무 / 향나무를 묻다 / 향나무와 봉제사 / 효나무 향나무
3부 칠성 신앙
우리 별자리 / 칠성 신앙 / 노유일체의 윷놀이 / 윷가락의 의미 / 윷판의 비밀 / 손도장(Hand stencil) 기도법 / 성혈(cup mark)의 탄생 / 윷점과 윳뛰기 / 척사의식에서 윷놀이 보드게임으로 / 스튜어트 컬린의 Nyout / 프랭크 쿠싱과 스튜어트 컬린 / 윷놀이와 stick dice game의 유사성 / Medicine Wheel(치유의 바퀴) / 四海一家(사해일가)
[ 책 속으로 ]
영등할미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을까? 이 의문의 해답은 신들의 고향 제주도에 있었다. “사공은 사자 밥 지고 칠성판에 오른 목숨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뱃일에 목숨을 걸고 다니는 섬 지역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나 풍신에 대한 신앙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는 해양 문화의 특성상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신들의 천국이었다. 영등할미 또한 제주도의 각별한 신으로 마을 단위로 보름 동안 영등굿을 따로 벌일 정도로 각별하게 모셨다. 음력 2월 초하루는 제주 전역에서 맞이굿을 하고, 15일에는 송별하는 배송굿을 하는데, 그 규모는 육지 어느 곳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상당했다.
제주의 영등할망은 단순하게 비바람만 몰고 오는 신이 아니라, 예부터 좀녀潛女 또는 잠수潛嫂라 불리는 해녀들의 수호신으로 보말, 미역, 소라, 전복 등의 씨를 가져다주고, 어부들의 어선을 보호해 주는, 하는 역할이 뚜렷한 해양 신격이었다.
--- p.21~23, 「영등할미는 누구인가?」 중에서
예부터 우리 풍습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이름을 걸고 나무를 심는 ‘내 나무’ 풍습이 있었다. 딸을 낳으면 집 앞에 오동나무 몇 그루를 심어 딸 나무라 칭했고, 아들을 낳으면 선산에 그 아이 몫으로 소나무를 몇 그루 심어 이를 아들 나무라고 칭했다. (중략) 이러한 내 나무 풍습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자메이카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태반을 땅에 묻고 가족과 친척들이 묘목을 심었다. 인도에서도 여자아이가 한 명 태어날 때마다 111그루의 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다. 중국 저장성 리수이 지방의 속담에 이르길 “18년 수목은 재목감이 되고, 18년 후에는 벼슬길에 오르는 성인이 태어난다”라고 하여, 아이를 낳으면 태어남을 축하하는 나무를 심는 풍속이 있다.
항저우시 위항에서도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뜰 한쪽에 한 그루의 비파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을 동갑내기 나무라고 불렀다. 또 여자아이가 처녀가 되었을 때, 청명 한식에 연모하는 총각이 그 처녀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했다.
--- p.75~76, 「내 나무」 중에서
전쟁은 갈등, 배신, 연합, 복속, 확장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 발생하는 최후 수단이었다. 그래서 전쟁과 점복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고대부터 전쟁은 반드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소나 말이나 양을 잡아 그 발굽이나 심장 등의 상태를 보아 제사장이 길흉을 판단하고 군사를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의 『난중일기』에는 10여 차례 척자점擲字占을 본 기록이 남아 있다. 그것도 어떤 이유로 점을 보았으며 나온 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중략) 전선에서 군사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수군 장수로서 이순신은 척자점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괘가 맞으면 매우 오묘하다고 찬탄하기도 했다. 그 기록의 대부분은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전투의 출전 여부, 전황의 길흉, 그리고 수군답게 기상을 살펴보는 윷점 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중에는 아내 방씨와 아들 면과 영의정 류성룡의 병세에 대한 걱정으로 척자점을 본 기록도 있다. 전선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장수로서, 가족과 벗의 병중 소식에 지아비와 아버지와 벗으로서 속만 태우는 딱한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이순신의 일기에 나오는 척자점에 대한 기록은 세시풍속으로 국한되었던 윷점이 꼭 이겨야 살아남는 절박한 수군 작전의 점복으로도 쓰였다는 점과 윷점의 풍속이 이미 조선 중기에 양반 사대부들 사이에도 널리 유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 p.209~212, 「윳점과 늇뛰기」 중에서
[ 출판사 리뷰 ]
영등할매 영등할매요 영등할매 영등할매요
우짜든지 우리집안 편안하게 해주시고
배사업하는 저거아부지 뱃길편케 해주시고
우리아이들 안아푸고 건강하게 해주시소
내하나야 우찌되던 내자석들 잘되게 해주시소
영험하신 영등할매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 경남 사천/ 이또분 '영등 기도'
인간은 고대부터 생물학적으로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였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위안과 위협을 받으며 특별한 존재의 얼굴을 보았다. 이런 영속적이고 무한한 존재를 의인화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그것을 신이라고 불렀다.
바닷가 사람들은 음력 2월에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영등할미를 모셨고, 소나무 대들보에는 성주신을 모셔 잡귀와 잡신을 막아주길 빌었다. 북두칠성이 죽음을 관장한다고 여겨 칠성님께 새벽에 길어 온 정화수 한 그릇을 제물로 바쳤다.
고대 초기 신앙은? 신기하거나, 신비하거나, 거대하거나, 두렵거나 한 존재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국악인이자 민속학자인 김준호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고유신앙의 사회문화적 진화 과정과 전파 경로, 다원적 변화에 대하여 점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책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유신앙인 영등 신앙, 수목 신앙, 칠성 신앙의 근원을 밝히고, 삶과 연관성을 찾는다. 특히 민간에서 불리던 신앙과 관련된 노래를 저자가 직접 채록해 수록함으로써 지역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신앙을 알 수 있고 고유신앙이 우리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
1부 영등 신앙에서는 한국의 여신 할미와 영등할미의 탄생 배경을 알려준다. 특히 제주도 탄생 신화의 주역인 설문대할망을 비롯해 남해안의 영등 신앙과 전설, 소리를 다룬다. 2부 수목 신앙에서는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살핀다. 성주풀이의 배경과 제사에 쓰이는 향나무 등 나무의 신성과 중요성을 알리며 전통 문화의 발달을 톺아본다. 3부 칠성 신앙에서는 하늘의 별자리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밝힌다. 별자리에서 유래된 윷놀이와 성혈, 삼태성, 북두칠성 등 우리 심상으로 바라본 별자리를 풀어낸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우리 민속 문화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 소리와 음식 등 살아가는 데 소용되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한다. 신앙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고등종교가 생성되고 인간의 지능이 높아져 합리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잊힌 고유신앙도 있지만, 일부는 지금도 삶 속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유신앙은 역사를 통해 축적된 문화적 믿음을 기반으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예술적으로 지금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기록해 보존해야 할, 귀중한 우리 민속을 담은 책이다.
[ 판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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