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 · 이 상 민
2018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 저물리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에 관한 것으로 레이저 혹은 빛을 필요로 하는 많은 기초연구 및 응용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업적을 인정받아 세 명의 과학자 에게 수여되었다.
특히 제라드 무루(Gérard Mourou) 교수와 도나 스트리클 런드(Donna Strickland) 교수가 제안한 처프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기술은 펄스 레이저의 출력을 매우 높게 증폭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써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처프(Chirp)’란 새가 짹짹짹하고 지저귈 때시간에 따라 소리가 낮은 주파수에서 높은 주파수로 변하는 현상, 즉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조되는 것으로서, 이 원리를 극초단 펄스 증폭에 응용한 것이다.
본 기술은 아주 짧은 레이저 펄스, 즉 펨토초(10 -15 초) 수준의
레이저 펄스를 효율적으로 증폭하는 기술로써, 원리는 펄스를 시간상에서 아주 긴 펄스로 인위적으로 늘려 증폭한 후 마지막 과정에서 다시 원래 상태의 극초단 펄스로 재 압축하는 것이다.
현재 초고속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연구실, 산업체 혹은 의료기관에서 적용되고 있다.
흔히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을 극초단 혹은 초고속 기술이라 하고, 짧은 시간 내에 레이저 펄스의 세기가 크게 높아 초강력 기술이라고도 하며, 또한 초정밀 기술, 혹은 초광대역 기술이라고도 한다. 즉, 펨토초 펄스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초고속’ 기술인 동시에 ‘초 강력’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자부품 및 측정 장비들의 반응시간 혹은 분해능은수 피코초(10 -12 초) 수준이 한계이므로 이보다 더 빠른 시간에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들을 직접적으로 관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하면 분자의 진동/회전 운동, 광합성 등 펨토초 영역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간상에서 펄스의 길이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첨두출력은 증가하지만 펄스의 길이를 무한대로 줄이는 것은 물리적 으로 불가능하다. 극초단 펄스 레이저 공진기로부터 얻을 수있는 최대 첨두출력은 대략 수십 메가와트(MW) 수준에 이른 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처프펄스 증폭인데 레이저 공기진로부터 방출된 펨토초 펄스를 증폭해 첨두출력을 더욱 높게 증가시킬 수 있어 초고출력 극초단 펄스를 요구하는 다양한 응용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로써 초강력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하면 지구에 비치는 총 태양광 세기에 해당하는 큰 출력을 아주 짧은 펨토초 시간 내에 얻을 수도 있다.
극초단 펄스 레이저와 증폭된 초강력 극초단 펄스 레이저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등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기기 등 실생활과 밀접한 응용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며 막대한 파급효 과를 내고 있다.
몇 가지 실질적인 응용 예를 살펴보면, 극초단 레이저의 경우 안과에서 라식수술에 이용되고 있어, 기존 라식에 비해 펨토 라식은 더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수술 후 회복기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부작용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위에 언급한 장점으로 인해 국· 내외 몇 병원에서는 이미 상용화를 시작하였으며, 실질적으로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단계이다. 산업용 응용으로는 초미세 물질 가공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극초단 펄스를 이용해 가공할 수있는 물질의 종류는 유리, 유전체, 반도체, 금속 등 다양하며, 가공 부위 주변에 열로 인한 손상이 훨씬 적다. 또한 물질 내부에 초정밀 미세구조를 새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응용도 매우 광범위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Zewail교수는 분자세계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인 펨토초 분광법을 구현해 199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2005 년에는 펨토초 주파수 빚을 이용한 정밀분광으로 노벨물 리학상이, 2014년에는 회절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 기반 유도방출감쇄 현미경(Stimulated Emission Depletion Microscopy: STED) 기술에 노벨화학상이 수여 되었다. 이 STED는 특히 생물학 분야에서 초고분해 이미징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백 TW(10 12 W) 혹은 PW(10 15 W) 급 초강력
극초단 펄스레이저는 고전자기장 물리, 즉 플라즈마 발생및 가속, 입자 생성 및 가속, 아토초(10 -18 s) 물리, 나아가서
는 핵융합 연구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광주과기원 기초과 학연구원/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4PW급 초강력 극초단 레이저 시스템을 구축해 강력장 및 아토초 물리 관련 심화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필자소개 :
베를린 공과대학 물리학과 박사 독일 막스보른 연구소 연구원 아주대 물리학과/에너지시스템학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
8 2019년 6월호Ⅰ시니어과협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