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따뜻하게, 칸막이는 없애자.
2019.2.24
일곱 살 찬영이와 다섯 살 수현이랑 아침 7시에 일어나 40분 동안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닌지 벌써 4년이 지나 찬영이는 열한 살, 수현이는 아홉 살이 됐다.
2019년 남한산초등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아이들도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산골 작은 학교에서 교사자녀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에 있는 큰 학교로 가서 잘 적응하게 될지 걱정이 많다. 나 또한 교사니까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고 다른 부모님들과 같은 자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개학이 다가올 무렵 학교 가는 길도 익히고 교실이나 특별실 위치도 알아볼 겸 아이들과 새 학교를 찾아갔다.
‘나는 교사가 아니라 일반 학부모다.’ ‘아는 선생님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전학을 많이 오는 학교라 우리 애들이 반갑지 않겠다.’ ‘남한산과 다른 것이 많을 테니 이해하자.’
학교 가는 길은 걸어서 15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교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는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교사가 아닌 학부모로써 전입상담을 위해 들어선 교무실, 특히 자리마다 쳐져있는 높은 칸막이들이 불편했다.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칸막이 너머에 있는 사람을 부르기 위해 한 번 더 힘을 내야 한다.
나: “실례합니다. 아이들 전학 때문에 왔습니다.”
교사: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아버님?”
나: “네, 이편한세상 1차입니다.”
교사: “두 아이 모두 전학 오는 건가요?”
나: “네, 두 명 다 전학합니다.”
교사: “이 서류는 한 장만 작성하셔도 되고요, 이 서류는 각각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전입신고서는 가져오셨나요?”
나: “아니요. 원래 주소지에서 계속 살았었는데요? 전입신고서가 필요한가요?”
교사: “네,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서 받아오셔야 합니다.”
옆에서 아이들이 계속 떠들고 있었다.
교사: “안되는데, 여기는 조용히 해야 하는 덴데.”
아이들이 목소리를 낮추며 계속 떠들자. 엄마가 학교구경하자고 데리고 나갔다.
나: “저희 아파트가 짓고 있는 한아람초등학교 학구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되나요?”
교사: “9월에 한아람 초등학교가 개교하면 전학 가셔야 합니다.”
서류를 쓰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전학생들을 대했을까? 선생님이 새로 온 아이를 보고 궁금한 게 없다면 문제다. 이름도, 나이도,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도 묻지 않은 채, 처음 하는 말이 “여기는 조용히 해야 하는 데”라니. 전학 오는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떨리고 걱정가득일까 살펴주고 따뜻하게 맞이해줘야 하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작성해야할 서류만 주고 높은 칸막이 뒤로 돌아가 버리니 더 이상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궁금한 게 없냐고 한번만 물어봐줬으면 좋았을 텐데.
교무실에 높은 칸막이가 있다면 가장 먼저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면 벽처럼 보일 것이다. 아이들 얼굴을 보고 눈빛을 봐야지 칸막이 너머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관계를 맺어야 하는 학교에서 관계를 끊는 벽은 없어야 한다.
첫댓글 우리 아들 초등학교 1학년 때 전학시켰던 적 생각나네요..
선생님 정신없을까봐 일부러 수업시간 다 끝나고 3시쯤에 학교에 갔더니 퇴근시간 다 되어서 왔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 민망했던 기억이 나요..
2001년 2002년 두 해 남한산 다니고 민겸이 전학시킬 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