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전문가 앞에서 하는 영어얘기
- 우리 ‘하모애’에는 영어를 전공한 영어선생님이 계신다.
'도사앞에서 요랑흔드는 격'으로 감히 영어얘기를 -
나는 영어에 자신이 없다.
내가 처음으로 영어를 접한 것은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이다.
나의 모교 '진보중학교'는 대구에서는 엄청 먼 곳이고 당시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었다.
물론 비포장길이고......
졸업석차에 의해서 국립사대생이 임용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영어선생님이 부임을 해도 모든 여건이 열악하니 곧바로 사표를 내고 다른 곳으로 전직이나 사립학교로 전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사표를 내는 일이 반복되는 까닭에 우리들이 정규 영어선생님으로 부터 첫가르침을 받은 것은 1학년 2학기 때였다.
물론 정규영어선생님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비전공자인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하였다.
중학교에 진학만 하면 영어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나는 별다른 대비 없이 알파벳도 습득하지 못한 상태로 중학교에 입학했다.
시골이라서 내 주변에는 영어수업에 대하여 조언을 해 줄 마땅한 사람 조차 없었다.
따라서 나는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더욱이 나는 농고출신이다.
교육과정 자체가 ‘실업계 고등학교 영어’교재인데 일주일에 2번 들어있는 수업시수이니 인문계고등학교 출신들을 따라 가기는 엄청 힘이 들었다.
대학 재학 시 교양과목으로 이수하게 되어 있던 영어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다.
그래서 기발한 작전으로 재시험을 겨우 면한 점수로 영어를 이수 하게 되었다.
그 작전이란 교수님이 해석을 할 때 교재에 빽빽하게 받아 적었다.
그리하여 시험 때는 단어를 보고는 절대로 해석을 하지 않았다.
해석 자체를 이야기로 소화하여 이해를 하니 문장중에서 몇 개의 아는 단어만 나오면
‘옳지 이 부분의 이야기구나!’
하고 대충 범위를 정해서 해석 란이 빽빽하도록 소설을 쓴 후 시험지를 제출하였다.
그리하여 배점상 엄청 비중이 큰 해석부분으로 인하여 다른 부분을 소흘하게 작성하여 제출해도 영어를 이수할 수가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영어를 겨우 이수한 경력인데, 정부정책에 의해서 초등학교 전교사들이 영어연수를 받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사범대학에서 4년간 영어만 전공을 한 중등영어담당교사들도 교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초등에서는 9과목 전 교과에 또다시 영어까지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엄청 힘이 든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기간 특별연수만 시키면 모든 초등학교 교사가 만능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사범대학에서 영어를 4년이나 전공한 ‘미발영 영어선생님’들을 초등학교에 정식으로 배치하여 영어를 맡기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 아닐까?
초등학교 교사가 만능이 될 수는 없다.
음악은 음악을 전공한 선생님이, 미술은 미술전공 선생님이, 체육은 체육전공 선생님이 맡아서 교육을 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 아닐까?
물론 예산상의 애로 사항이 있겠지만, 그것은 초등학교 안에서도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체육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선생님들의 특기를 잘 살려서 교환수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여러 가지 연유로 인하여 전면 확대를 위한 영어특별연수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혼자만의 바람이었지 결과적으로 영어연수를 전면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었다.
9개 교과목에 영어까지 초등담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정책이다.
결정적인 것이 교육문외한이 교육수장으로 임명이 된 탓이다.
교육현장에서 졸속정책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혼란은 결국은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분위기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교육을 아는 사람이 교육수장이 되어야한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
그러나 교육문외한을 교육수장으로 임명하면서 내세우는 궤변이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쬐끔 활동한 적이 있으므로 '교육전문가'란다!
웃기는 일이다.
평생을 교육현장에서 근무를 해도 모르는 것이 엄청 많은 현실에서 보좌관들이 조사해준 내용으로 활동 조금 했다고 어떻게 '교육전문가'가 될 수 있나?
초등학교에서는 전교과 수업을 담임이 책임진다.
체육시간에 경험한 일이다.
교육과정대로 하면 체조, 수영, 구기종목, 육상, 이론 등 다양하게 편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골학교에는 수영장이 없다.
수영장이 없으므로 수영수업이 힘이 든다.
그 경우 수영으로 편성된 교육과정을 해결하기 위하여,
"얘들아!
오늘 체육시간에는 뭘하면 좋을까?"
아주 민주적인 방법이기에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예 선생님!
축구요. 축구!
축구합시다."
월드컵이니, 올림픽이니, 엄청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이다.
수많은 교육과정 중에서 아이들의 희망대로 수업을 하면 축구를 원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과반수를 넘어서기는 식은 죽 먹기다.
이것이 여론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므로 체육시간의 대부분을 축구만 해도 될까?
수많은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축구만 해도 될까?
교육감이나 장관이 교육문외한이 들어서는 것이 현실이다.
문외한이 들어선 단적이 예가 초등교사들에게 단시간 영어연수만 시키고 영어교육을 전면확대시킨것이 내가 겪은 영어연수시 얘기의 핵심이다.
촛불의 의미는
"이전에는 그렇게 해왔지만 이번에 너희들은 그렇게 하지 말라!"
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가 선거의 결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전에도 그랬잖아?
너희들이 그렇게 해 왔으니 우리도 그렇게 한다."
라고 하고 있으니 이것은 핵심이 아니다.
아니 이전보다 더 심하다.
상식을 뛰어넘는 '내로남불'이다.
교육문외한을 교육수장으로 임명하거나 선출하는 것은,
'육군참모총장'을 군경력도 없는 일반인으로
'경찰청장'을 경찰 출신이 아닌 일반인으로
'소방청장'을 불 한번 꺼 본적이 없는 낙하산 인사로
'대법원장'을 법관 출신이 아닌 일반인으로
임명하거나 선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현상은 오로지 '표'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한표씩 주어지므로 체육시간에 뭘해야할지 선거로 결정 한다면 '축구'를 하자는 쪽에 가장 많은 표가 쏟아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적어도 교육에서만은 여론으로 결정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부분이 있다.
자리에 탐을 내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말이나 공약을 듣고는
'저 사람이 기대하는 표가 얼마나 될까?'
계산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어쨋던 나는 때마침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실시한 전문상담교사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승진이 눈앞에 보였다.
승진을 하게되면 직접 교단에 설 일이 없으므로 굳이 영어연수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엔 이러한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나는 연수 지명을 받고 포항1대학으로 연수를 받으러 갔다.
그러나 내게는 별다른 의미도 없었고, 영어에는 자신도 없었다.
연수 첫째 날이었다.
미국인 영어 강사가 들어오더니 별칭을 정해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연수 시에는 별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또한 모든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을 한다고 한다.
원어민강사이니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나로서는 고민이다.
그 순간 어느 광고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순간의 선택이 연수기간을 좌우한다.’
그래서 궁리 끝에 멋진 별칭을 생각해내었다.
English Stress!
매직펜으로 큼지막하게 멋진 별칭을 만들었다.
모든 연수생들은 각자의 별칭을 자기 책상앞에 두고 수업을 하였다.
다음날부터 연수생 책상앞에 놓인 별칭을 지명하면서 정말로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였다.
초보적인 질문이라 농고출신이지만 명색이 초등교사인데 그 정도는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알아들은 체 하고 영어로 대답을 하면 연수가 끝날 때까지 시달릴 것이 불문가지다.
승진후에는 직접 수업을 하지 않으니 내가 영어로 가르칠 일도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끝까지 못 알아들은 체하고 버티자.’
“예? 뭐라고요?”
우리말로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들이 눈치 없이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란다.”
하고 통역을 해 주었다.
“자꾸 귀찮게 하면 나는 영어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면서 끝까지 우리말로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멋지게 만들어 둔 별칭판을 가리켰다.
'English Stress!'
한국 생활을 제법 한 강사는 어느 정도의 우리말을 알고 있었으므로,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지 그 후론 절대로 나를 호명하거나 동작을 따라 하라는 등의 지시가 없었다.
덕분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연수를 받은 사람들에 비하여 나는 엄청 편하게 120시간의 영어심화연수를 받은 일이 있다.
자!
현실이 이러한데 단기간 영어영수를 시켰다고 모든 초등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쳐도 될까?
입문기 영어는 가장 중요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엉터리로 된 영어수업을 하는 시스템이 과연 올바른 정책일까?
ps : 다행히 요즘에는 초등학교에도 음악, 체육, 미술, 영어는 전담교사가 배치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첫댓글 ㅎ
공감 갑니다.
영어 수업하기전 언제나 서문을 달달 외우게했던 수업 덕분에 결혼해서 시동생 친구가 마도로스 수업할때 영어로 던진 한구절
멋지게 받아쳐 다시는 입을 다물게 했고, 모두에게 엄청 영어 잘 하는줄 인정 받았지만 실은 영어는 재미 없는 수업 이였답니다.
형제 간에도
울 동생은 영어를, 전 수학을 좀한 덕분에 여동생딸은 영어선생, 울 아들은 수학 선생 이랍니다.
송이골님 추억담 보면서 학창시절 그리워집니다.
휴일 즐거운 시간되세요.
ㅎㅎㅎ
자녀분들이 부모님의 유전자를 확실하게 잘 이어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