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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매화3_매화마을에서 만난 시비 2015.03.16. 이재익
♣ 조지훈 < 매화송 >
매화꽃 다진 밤에 호젓이 달아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취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여라.
♣ 퇴계 이황 <도수매> ; 거꾸로 늘어진 매화
한 송이가 등 돌려도 의심스런 일이거늘 어쩌자 드레드레 거꾸로만 피었는고? 이러니 내 어쩌랴? 꽃아래 와 섰나니 고개들면 송이송이 맘을 보여 주는구나
♣ 노천명 <설중매>
송이송이 흰빛 눈과 새워 소복한 여인 모양 고귀하여 어둠 속에도 향기로 드러나 아름다운 열 꽃을 제치는구나
그윽한 향 품고 제철 꽃밭 마다하며 눈 속에 만발 함은 어늬 아낙네의 매운 넋이냐.
♣ 실학자 초정 박제가 <매락월영> ; 달빛에 매화꽃 지다.
♣ 실학자 다산 정약용 < 부득당전 홍매 >
賦得堂前紅梅 부득당전 홍매 / 정약용 丁若鏞
窈窕竹裏館 牕前一樹梅 요조죽리관 창전일수매 亭亭耐霜雪 澹澹出塵埃 정정내상설 담담출진애 歲去如無意 春來好自開 세거무여의 춘래호자개 暗香眞絶俗 非獨愛紅腮 암향진절속 비독애홍시
깊숙하고 고요한 대숲속의 집 창앞에 서있는 한 그루 매화 꼿꼿이 눈서리를 견디어 내니 말쑥이 세속 티끌 벗어났구나 해가 가도 꽃필뜻 없다 싶더니 봄이 오니 스스로 좋이 피었네. 그윽한 향기 진정 속기 없으니 붉은 꽃잎만 사랑스러운 게 아닐세.
♣ 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백우선 < 섬진강 6 >
수수끝을 나르는 잠자리와 하냥 설레는 버들잎과 꿀꺽꿀꺽 마시던 하늘
생쑥 연기 오르는 모깃불의 저녁 토방 아래 둘러앉은 흙냄새, 땀내새 식구들의 팥죽 쑨 저녁상머리
형이랑 누나랑 멍석에 누워 삼베 홑이불로 여름밤을 덮고 이슬 몰래 쓸어 모으던 별싸라기
♣ 가람 이병기 < 매화 >
외로더져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 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고 곧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 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 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세상) 다시 보오리 자취 잃은 그 매화
♣ 김용택 < 이 꽃잎들 >
천지간에 꽃 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 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 감은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잡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 정호승 < 낙화 >
섬진강에 꽃 떨어진다.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결코 향기는 팔지 않는 매화꽃 떨어진다.
지리산! 어느절에 계신 큰스님을 다비하는 불꽃인가 불꽃의 맑은 아름다움인가.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말라.
♣ 안민영 < 매화사 >
어리고 성긘 매화 너를 믿지 아녔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 세 송이 피였구나 촉잡고 가까이 사랑할제 암향(그윽한 향기) 조차 부동터라.
빙자옥질(얼음과 옥같은 아름다움)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이 향기놓아 황혼월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빼어난 정취와 절개)은 너뿐인가 하노라.
♣ 율곡 이이 < 매초 명월 > ; 달빛 속 매화 가지
매화 본성이 하 정결터니 달빛 어리니 물린 듯하여, 눈서리 흰 살결 고움을 도와 맑고 싸늘함이 뼈에 시리다. 너를 대해 내 마음을 씻나니 오늘 밤은 앙금하나 없구나.
♣ 사육신 성삼문 < 매창 소월 > ; 달빛 창가의 매화
사람은 옥인양 따사로웁고 꽃은 눈인양 평화로워라! 서로 바라봄에 한마디 말이 없고 푸른 하늘 달이 비추고 있다.
♣ 김영랑 < 꿈 밭에 봄 마음 >
♣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짖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 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매천 황현 < 절명시 >
(1910년 경술국치 망국에 선비로서의 부끄러움을 통감하고 자결순국함)
새 짐승도 슬피울고 강산도 찡거리니 무궁화 우리 강산 허공에 빠졌구나 가을 등잔불에 읽던 책 덮어두고 천년 역사를 회고하니 어쩌다가 이 세상에 못난 선비가 되었던가.
♣ 박태상 < 유 광양매화촌 >
몇년이나 힘을 쏟아 모두 매화마을 이룩하였는고 가는 곳마다 만개하여 풍성한 동산이 되었는데 강물은 무심하여 옛날과 같이 흘러가며 길가에 전포들은 뜻이 있어 새롭게 단장하여있네 가난한 농촌을 일으켜 잘 살게 되었으니 시인이 시를 짓는데 마음이 시원도하네 선도한 김옹의 두대의 사적은 자기 가산만 윤택한 것이 아니라 이웃까지 파급되었네.
♣ 탈렌트 최불암 선생상
♣ 소설가 김승옥 < 무진기행> 일부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단편소설 <무진기행> 중에서
♣ 최산두 < 영우 > ; 소를 읊다
너는 기린을 쫓아 꼬리를 빌리고 염제가 그 머리를 주었더냐 땅은 너를 쫓아 축시에 열리고 상나라 정월은 하나라와 주나라 사이의 너로구나 밤중에 적진에 돌진하니 연나라 장수 겁을 먹고 봄날에 숨 헐떡이니 한나라 재상이 근심하였다. 제나라 왕이 양으로 네 몸을 대신 안했더라면 아마 들에 목적소리 사라질 뻔하였구나.
♣ 주동후 < 나의 봄 >
혼자 있을 때 혼자가 아니다 더불어 있어도 더불음이 아니다 혼자 있을때는 어지러움으로 더불어 있을 때는 자꾸 달아나 혼자이고 싶음으로 나는 흔들리고 들떠 늘 저 놈의 봄 아지랑이 같다.
♣ 안영 < 가을, 그리고 산사 >
지금은 밤, 나는 아직껏 알 수 없다. 아까 그 눈앞에 나타난 회색의 도포자락은 실재였는지 환상이었는지를. 그러나 한가지 이것만은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도포자락을 붙드는 순간 나와 수도승과의 대화는 끊기고 말리라. 피안의 것은 늘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것. 가을, 그리고 산사 그리고 너와 나의 무성무성(無聲茂盛)한 대화 -가을 그리고 산사 중 일부
♣ 의사 안강 선생상
♣ 정채봉 동화 <오세암> 관련 (오누이 이야기)
♣ 법정 스님 어록
♣ 매화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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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들 담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앉아서 구경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