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김지연 스텔라 (전주 스마일센터)
어린 시절 나는 내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기 싫고, 가서도 여러 사람과 얘기하는 상황이 생기면 대화에 잘 끼지 못한 반면에 소수나 일 대 일 대화를 선호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은 좋지만 금새 피곤해져서 자리를 떠나고 싶고 혼자 있으면 안심이 되고 편안했다. 목소리를 높혀 자기주장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고, 리더십 없는 내가 싫었다. 리더십도 있고, 활기차고 어떤 상황에 가서도 당차고 사교적이여서 주목받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렇지 못한 내가 불만이었고 성격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성격심리학을 수강하면서 자신의 성격에 불만족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향형이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자신을 좀더 수용하게 되었다. 조용한 책벌레였던 수전 케인은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내향적인 자기 성격이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내향적인 성격을 연구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그만두고 7년에 걸쳐 내향적인 성격을 탐구하였고 그 결과로 2012년 ‘세계 지식인의 축제’인 TED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강연하여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녀는 사회가 외향형 성격을 더 적응적이고 우월하며 건강한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향형 성격의 소유자가 더 열등감을 느끼며 자신의 성격을 바꿔야 하는가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한국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외∙내향형의 문제는 노력하여 성격을 바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발달심리학자 중 한 명인 하버드대학의 제롬 케이건 교수는 1989년에 시작되어 30년 이상 진행된 종단연구를 통해 성격과 생리(신체)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혔다.
연구는 태어난지 16주된 신생아 500명을 모아서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선별한 자극을 노출시키고 그 반응을 유심히 관찰했다. 선별한 자극은 형형색색의 모빌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시각적 자극, 알코올을 묻힌 솜을 코 앞에 대는 후각적 자극, 커다란 풍선을 갑자기 터뜨리는 청각적 자극 등이다. 20%의 아이들(고반응)은 제시된 자극이 힘겨운지 기운차게 울며 팔다리를 휘저었고, 40%의 아이들(저반응)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있는 것으로 반응하였고, 나머지 40%는 중간에 위치했다. 제롬 케이건 교수는 고반응 아이들은 십대가 되었을 때 내향형이, 저반응 아이들은 외향형의 아이가 될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연구는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두 살, 네 살, 일곱 살, 열한 살 때 등 계속 실험을 진행하였고, 후속실험에서도 거의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내∙외향형의 성격은 기질적이며 신경생리학적이어서 거의 바뀌지 않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내향형의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크게 동반하지만 변화의 성과는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향형 성격의 소유자는 혼자 있을 때 더 아이디어를 잘 내고, 칸막이가 없는 열린 사무공간보다는 주의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자극이 적은 독립된 개인공간에서 성과를 내며, 다수의 사람과 한꺼번에 일하는 것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일할 때 더 편안하고 효과를 내며, 빠른 답변을 요구하는 임기응변적인 상황에서는 힘들지만 차분히 더 깊게 더 넓게 생각하고 조용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에서는 강하다. 수전 케인은 내향형의 사람을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다.
내향적인 성격의 특성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내향성을 소유한 내 자신이 편안해지고, 좋아진다. 주변에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얼마나 많은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의 장점이 환하게 빛난다. 내향적인 성격은 바꾸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에 맞는 나만의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임을 알겠다. 용기 있게 내향형의 특질을 밝혀 나와 같이 내향적인 성격으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평안함을 준 수전 케인과 선배 심리학자들에게 감사한다.
참고서적
1) 수전 케인 지음/김우열 옮김. 콰이어트. 알아치코리아
2) 소피아 뎀블링 지음/이순영 옮김.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책읽는 수요일
첫댓글 별 생각없이 놓친 마음이 사회적 편견이 되어 내향형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군요.
우린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것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작은 실천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외향과 내향.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인데도 자주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알지만 그래도 내 아이가 돋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빛나도록 인정하고 수용해야 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타고난 기질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인관계에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배울수 있었네요. 감사드려요. ^ ^
통지표에는 분명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지금의 나는 혼자서 뒹글뒹글, 하고 싶은 것 하는게 편해서 49:51 내향형으로 바뀌고 있어요.
사춘기를 겪으며 세상살이에 스스로 적응하면서 자기방어가 생긴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