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서울교구 주낙현 요셉 신부님께서 성공회신문에 연재하신 시리즈 [성찬례 해설]을 공유합니다.
주낙현 신부님께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성찬례 해설 1] 성찬례, 성찬식, 성만찬, 미사 - 성공회신문 (skhnews.or.kr)
[성찬례 해설 1] 성찬례, 성찬식, 성만찬, 미사
주낙현 요셉 신부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핵심이다. 성찬례는 예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축하하는 잔치다. 성찬례 안에 모여서 하느님의 구원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가운데, 변화를 주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룬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로 변화한 신자들은 성찬례의 신앙을 세상에서 살아가며, 창조 세계를 회복하고 완성하시려는 하느님의 활동에 동참한다.
성찬례에 참여하고 그 행동과 뜻을 깊이 헤아리지 않으면 교회의 신앙이 제대로 서기 어렵다. 교회의 신앙 안에 참여하고 속하지 않으면, 신자 개인은 사적인 신심에 머물기 쉽다. 소원 성취와 마음의 평화, 행복의 약속은 세상의 여러 종교도 제공한다. 이것만을 얻겠다면 굳이 그리스도인이 될 일도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성찬례 안에 드러난 낯설고 불편한 사건을 삶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타락과 연약함을 깨닫고 하느님의 도움 없이 인간 자체에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 사건에 자신의 삶을 조율하겠다고 다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찬례는 그리스도인을 만들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는 예배다.
앞으로 연재할 성찬례 해설에서는 우리가 교회로 모여 드리는 성찬례의 구조와 순서, 그 안에 깃든 기도의 역사와 신앙을 헤아려 보려 한다. 신앙의 역사 안에서 키운 열매를 맛보고, 전통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을 마시려 한다.
이를 위한 작은 워밍업이 필요하겠다. 성찬례를 두고 널리 쓰이는 용어와 용법, 오해와 편견을 잠시 살핀다.
성찬례의 어원은 '감사'를 뜻하는 '유카리스티아'이다. 성공회는 이 뜻을 잘 알아서 예전부터 성찬례를 '감사제'로 불렀다. 올바른 이해고 탁월한 번역어다. 2004년 성공회 기도서 이후로 우리는 말씀과 성찬을 함께 나누며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예배를 '감사성찬례'로 부른다. 성서와 교회의 전통을 잘 헤아린 표현이다. 이를 줄여서 성찬례로 쓴다.
때로 성찬식, 성만찬, 주의 만찬, 미사와 같은 용어로 섞어 부르기도 한다. 조금 헤아려 볼 일이다.
<성찬식>은 행사의 순서와 방법을 뜻하는 '식'(式)이 강조된 듯하다, 예배 전체를 담지 못하고 그 안의 한 순서나 특정한 의식처럼 들린다. 성찬례는 예배의 한 구성 요소나 순서가 아니라, 예배 전체다. 그런 점에서 예배를 뜻하는 '례'(禮)를 붙여 쓴 <성찬례>가 훨씬 낫다.
<성만찬>과 <주의 만찬>이라는 용어는 개신교회에서 자주 쓴다. 예수의 성 목요일 마지막 만찬에 초점을 둔 용어다. 그러나 이 말은 성찬례에 담긴 구원과 부활의 신앙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 그 뒤에 일어난 십자가 사건에 바로 연결하여 십자가 속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해로 빠지기도 한다. 주님의 만찬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 만찬은 성찬례를 이루는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성찬례(유카리스티아)보다 작은 개념이다. 성찬례는 하느님의 창조 회복과 구원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부활의 식사와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감사제>로 바르게 번역하여 이해한 성공회이니 <성만찬>이라는 용어는 쓰지 말도록 하자. 이에 관해서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미사>(Mass)라는 말에 관한 편견도 되짚어야겠다. 이 말은 라틴어 '이테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에서 나왔다고 한다. 라틴어를 못 알아듣는 처지에서, 성찬례 끝 파송의 선언에 나온 말을 따서 이름을 삼은 것이다. 그런데 그 뜻을 헤아려 볼 만하다. '미사'는 그 원래 말로는 '흩어진다'는 뜻이다. 예배가 끝났으니 세상으로 흩어져 세상으로 나가라는 파송의 의미가 담겼다. 성찬례의 목적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입에 익은 말이고, 이를 굳이 한자를 담아 '미사'(美事)라고 헤아리면 어떨까 한다. '아름다운 성사'라는 뜻도 담긴다.
성찬례의 본래 뜻과 범위를 헤아리고, 하느님의 구원 사건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구원받은 우리 삶을 축하하는 성찬례를 조금씩 깊이 헤아리는 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출처 : 성공회신문(http://www.skh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