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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엡 5:22)
이 본문의 문제는 그 낱말의 어려움에 있지 않고 그 의미에 있다. 이 명령은 일반적으로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 통용되던 규범이었다. 저들은 남편의 권위에 아내의 복종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었다면 왜 구태여 바울이 여기서 이 명령을 하고 있는가? 오늘같이 남녀의 평등을 부르짖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 명령이 아직도 유효할 수 있는가? 이 명령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님께 하듯 할 수 있는가? 여기서 바울이 가르치려고 한 진리는 과연 무엇인가? 바울은 에베소서 3장에서부터 개인과 단체로서 신자의 영적 안녕을 말씀해 왔다. 신자는 그리스도의 영으로 강건해져야 하며(엡 3:16-17) 성숙의 목표를 향해 성장해야 한다(엡 4:11-16). 또 하나님을 모방하고 그리스도의 자기희생적 종의 섬김을 본받으라 하였다(엡 5:1-2). 그리고 어떻게 이 그리스도의 모방이 그 자체로 교제와 공통 인간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이것이 에베소서 5장과 6장의 주제요 이 본문(5:22)도 그 한 부분이다.1)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진 신자,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신자는 그들의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이 달라야 함을 가르친다. 말하자면 타락으로 인한 죄와 부패의 옛 사람의 구습 가운데서 성령으로 새 사람된 신자의 삶은 새로운 질서에서의 삶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삶으로서 가정생활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 아내들이여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명령을 5:21의 서로 복종하라는 빛에서 해석하는가 하면 따로 분리시켜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성경에 새 국제역과 새 영어성경(NIV, NEB)에서처럼 5:21의 분사절과 뒤에 나오는 구절 모두에서부터 분리시킨 하나의 분리된 절로 보거나 5:21을 앞에 나오는 절에 할당시키거나(NASB) 혹은 새 절의 앞에 둔다(RSV, TEV). 여기서 `복종하라'는 말은 문법적으로 불완전하며 의미가 없다. 헬라어를 문자적으로 읽으면, "아내들아 너희 남편들에게 주께 하는 것처럼 하라" 이다. 동사 복종하라가 빠져 있다. 다만 앞선 21절과 연관지어 읽을 때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구절은 독립시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연관시켜 해석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성령 충만의 증거인 서로 복종하라는 빛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명령은 결코 문화적 규범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주께 하듯이라는 말이 보여 주듯이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자신을 주고 복종하는 결과로서 오는 자원적인 복종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하는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라고 한 그 머리가 지배하는 권위가 아니라 원천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라 한다.1) 그러나 본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없이 결혼 관계에서 남편이 아내를 사랑해야 하듯이 아내의 의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따라서 여기서 바울은 여자의 종속됨의 철저한 제한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복종은 다만 그녀의 남편에게만이어야 한다. 이것은 남편이 그의 아내에게만 남편의 사랑을 해야 하는 것과도 같다(25, 28, 33).2) 그러므로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에게 복종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면 주께 하듯이라는 말의 주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여기 주라는 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있다.
1.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근래의 해설자 거글러(Gaugler)는 주란 말은 대문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 관사(TO)는 소유 대명사 너희를 대표한다. 그러므로 그 의미는 아내들은 그들의 남편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너희의 주들이기 때문이라는 뜻이 된다. 그 이유로서 23절에 남편은 머리라 불렀고 베드로전서 3:6에 같은 목적으로 사라가 아브라함을 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법이 이 해석을 반대한다. 만일 에베소서 5:22에 남편들에게 주라는 권리와 명칭이 주어졌다면 영어에서처럼 헬라어에서 그 본문은 그 주들에게처럼 이라고 읽어야 한다(Abbott). 2. 여기서 주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그것은 앞선 명령들에서 주는 그리스도를 가리킨 것이 분명하며 주님께서 기대되는 종속관계(복종 등)를 갖추게 하실 수 있으시다.
이렇게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 원천이요 표준이며 여자의 종속관계의 동기이다.3) 과연 주님께 하듯이라는 말처럼 남편에 대한 복종은 주님께 대한 순종의 한 부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남편에 대한 아내의 복종은 자발적이며 짐이 아니라 가볍고 쉽게 될 것이다.4) 신앙이 그 기초가 되고 주님을 사랑함이 그 동기가 될 때 진정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핸드릭슨은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그녀(아내)를 위해 죽으신 주님께 하듯이 하면 남편에게 순종하기가 쉬우리라고 해석하였다.5) 마지막으로 왜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했는지를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부정적으로 이 명령은 아내가 남편보다 열등하다는 뜻이 아니다. 왜냐하면 바울은 남자나 여자나 그리스도안에서 동등하며(갈 3:28) 육신적인 성적 관계에서도 상호의존적임을 주장하였다(고전 7:3-5). 그러므로 이 본문은 결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단언하지 않으며 모든 사회 활동과 전문적 직업에서 제이 등급을 차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음으로, 긍정적으로 이 명령은 남편과 아내는 가치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가정에서 가정의 질서와 연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도력이 있어야 하며 그 지도력의 책임은 남편과 아버지의 것이라는 것이다.6) 어느 사회에서나 질서가 없이는 평안이 없고 평안이 없이는 안정이 없고 안정이 없이는 기쁨이나 행복을 기대하지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문은 가정의 행복을 위한 교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 1. Manfred T. Bruch, Hard Sayings of Paul(Downers Grove: IVP, 1989), pp.213-215 2. Markus Barth, Ephesians 4-6(New York: Doubleday, 1960), p.611 3. Ibid., pp.612-613 4. Charles Hodge, The Epistle to the Ephesians(London: Banner, 1964), pp.311-312 5. W. Hendriksen, Exposition of Ephesians(Grand Rapids: Baker, 1967), p.248 6. J.H. Yoder, The Politics of Jesus, p.185; Francis Foulkes, Ephesians(Eerdmans, 1989),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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