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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하이빌 2차 아파트 경로당에서 회원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스마트폰 교실 등 정보화 교육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이곳의 회원 대부분은 중급반 이상의 컴퓨터 실력을 갖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
컴퓨터·스마트폰 등 정보화 교육 활성화 회원 대부분 중급 이상 컴퓨터 실력 갖춰 엑셀 활용한 투명 회계…회원 꾸준히 늘어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여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사소한 다툼이 많았다. 심지어 회원들은 두 파로 나뉘어 반목했고, 경로당에 대한 어르신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나날이 확산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830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임에도, 경로당 회원은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불과 3년 뒤, 이 경로당은 컴퓨터·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공간이자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즐기는데 몰두하면서 회원 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은 현저히 줄었다. 자연히 경로당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현재는 정회원만 76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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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당의 발전을 이끈 홍의표 회장, 임봉규 부회장, 정해두 총무(왼쪽부터). 사진=조준우 기자 |
경기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동일하이빌 2차 아파트 경로당의 이야기다. 이 같은 변화는 경로당 회원 및 아파트 주민 모두가 일궈냈지만, 그 중에서도 2010년 임명된 이래 솔선수범하고 있는 홍의표(76) 회장과 그를 든든하게 도와주고 있는 임봉규(76) 부회장, 정해두(80) 총무 등 임원들의 공이 크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홍의표 회장은 취임 당시 자세부터 남달랐다. 그는 경로당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회장이라고 괜히 어깨에 힘을 주기보다는 경로당의 심부름꾼이라 생각하고 봉사하기 시작한 것. 이런 노력이 회원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경로당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홍 회장은 “경로당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니 좋은 분들이 경로당에 많이 들어와 구성원 간 화합이 잘됐다”며 “또, 저를 믿고 따라 준 임원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전 경로당을 살펴보자. 2003년 개설된 이 경로당에는 유난히 다양한 지역 출신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다. 그래서 단결이 어려웠고, 일부 회원들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경향을 보이기까지 했다. 또, 내세울 것 없는 노인들이나 경로당에 출입하는 거라는 편견도 경로당 발전을 저해했다.
회칙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홍 회장은 취임 직후 봄 소풍을 기획하고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참여한 인원은 단 20여명뿐이었다. 그는 실망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컴퓨터 교실을 꾸리는 것이었다.
당시 경로당에는 컴퓨터 5대가 있었다. 여기에 아파트 주민들이 컴퓨터를 새 것으로 교체할 때 버리는 중고 컴퓨터를 지원 받고, 구청의 도움을 받아 총 12대를 마련했다.
대한노인회 용인 기흥구지회에 지원을 요청해 강사도 초빙했다.
홍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정보화 교육을 시작했는데, 회원들이 매우 큰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강사 지원이 끝난 뒤에는 월 1만원씩 갹출해 강사를 섭외, 3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컴퓨터 교실이 처음 열릴 때부터 수업을 받은 어르신들은 지난해 거의 모든
과정을 마쳤고, 수료식을 대신해 UCC 제작발표회도 열었다. UCC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뜻한다. 컴퓨터 교실은 현재까지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어르신 대부분이 중급반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교실까지 열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해 총 30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다. 경로당에서 가까운 SKT 대리점 대표가 매주 1회 1시간씩 무료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 강좌는 인기가 많아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이웃 마을 어르신들까지 와서 참여할 정도다.
학기 중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경로당에 오기를 꺼려했던 60~70대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 외에도 경로당에서는 365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홍 회장은 “주1회 노인복지관의 협조로 전문 강사를 초빙해 노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80세 이상의 여성 어르신만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남성 어르신도 참여해 여가선용 및 주민화합에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성원에 힘입어 최근에는 노래방 기계도 신형을 구입했다. 또, 아파트 단지 내 잔디밭이나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그라운드 골프도 한다.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를 조직해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노년기를 함께 보낼 수 있는 친구가 돼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인근의 밭 10평 정도를 빌려 텃밭도 가꾸고 있다. 봄에는 열무·배추·상추 등을 심고, 여름에는 고추·가지 등을 재배한다.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심어 점심 부식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올해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상추나 시금치가 무척 잘 자란 덕에 경로당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을 회원들 가정에 나눠주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홍 회장이 밭일을 주로 도맡아 했는데, 요즘에는 회원들도 돕겠다고 나서 협동의 장이 되고 있다.
또, 홍 회장은 주민들에게 받는 크고 작은 도움에도 진심으로 감사하며 베풀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로당 회원들은 아파트운영위원회·부녀회 등의 지원으로 1년에 2회 야유회를 가고 있는데, 이 같은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고마움의 뜻으로 도움을 준 이들을 경로당 행사나 회식에 초대하기도 하고, 야유회에서 현지 특산물을 구입해 선물하는 등 작게나마 답례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이 같은 태도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경로당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경로당 임원들이 곁에서 지켜본 홍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임봉규 부회장은 “홍 회장은 포용력이 있다. 모든 사람을 잘 껴안으니까 경로당 회원도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 경로당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분이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해두 총무도 “아주 활동적인 분으로 저의 후배지만, 마음으로부터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사람”이라고 거들었다.
홍 회장도 임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임봉규 부회장은 솔선수범해 봉사하는 분이다. ‘컴퓨터 도사’인 정해두 총무는 컴퓨터 기기를 유지, 관리한다. 특히 정기총회 등 여러 행사를 할 때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것을 원만하게 진행해준다”고 말했다.
정 총무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2009년 경기지역 어르신인터넷과거시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는 표 계산 프로그램인 엑셀을 이용해 경로당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지출·수입 내역 등 재정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홍 회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 총무는 홍 회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회계보고를 하고 있다. 이렇게 회계보고가 일상화돼 있으니, 상·하반기 결산 보고가 10분 만에 끝난 적도 있다. 재정에 대한 부분을 사람이 아니라 서류로 관리하고 보여주게 되니 더 명확하고 투명해진 것이다. 덕분에 회원들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올해 말이면 4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되는 홍 회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사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읽는 분들이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까봐 혹은 너무 교만하게 비춰질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저뿐만이 아니라 전국 경로당의 회장들이 모두 노력하고 있을 테니까. 남은 임기까지, 그리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경로당의 발전과 어르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묵묵히 봉사하고 싶다. 4년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임봉규 부회장은 “홍 회장과 회원들이 경로당 기틀을 잘 닦아 놓아 지금처럼만 운영된다면,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것은 물론, 회원 100명을 확보하는 날도 머지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