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 10. 13. KCH 30기 동문들이 KCH나라지킴이의 열혈 애국 동지이기도한 30기 백옥남 회장의 초청으로 백회장의 예천 생가를 방문하는 경상북도 예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기수의 부러움을 사는 특별한 여행이기에 김승영 동문(30기)의 여행기를 4회에 걸쳐 전재합니다.
🎶 고희(古稀) 즈음의 가을소풍, '죽안에 살어리랐다' 🚌
🤞 하나 - 출발, 석송령 친견(石松靈 親見)
【 동심(童心)은 우정을 싣고 】
우리의 일생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일까?
아마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의 추억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선뜻 떠오르는 추억은 가을 운동회다.
그날 하루를 위해 우리들은 손발을 맞춰 몇날을 연습하고 익혀서 동네 어른들을 모셔놓고 청-백으로 편을 나누어 쉽게 벗겨지는 코흘리개 고무신은 아예 고사리 손에다 쥔 채 뛰고 달리며 승부를 겨루었다.
그날은 맨발에 피멍이 맺혀도 그닥 아프지 않았고 배불리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온 마을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함께 어울어지는 한마당 동네 축제의 하루가 펼쳐졌다.
그 다음은..
봄.가을 소풍이겠다.
밤새 어머니가 싸신 도시락을 챙기고 어머니와 선생님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날 하루는 보따리 장사꾼들도 우리를 따라 게르만의 대이동을 마다하지 않고 갖가지 신기한 물건들로 코흘리개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혹하였다.
우리들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미지의 세계였고,
신비로운 세계를 원정하는 탐험이었다.
어린 우리 눈엔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신기해보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고 특별한 세계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첫경험이었다.
그런 꿈을 가슴에 간직한 채 점차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비록 감정은 무딜어져 거친 세파를 헤치며 달려 왔으나 어쩌면 그런 동심의 추억과 에너지가 있었기에 그래도 오늘까지 무탈하고 건강하게 풍진노도(風塵怒濤)와 싸우면서 완주해온 것은 아닐까?
이제 일흔 고개도 선뜻 넘어선 우리는 또다른 고희 즈음의 반란(叛亂)을 꿈꾼다.
옛날같으면 고려장을 염려할 연식(年式)에도 어릴적의 그 설레고 부풀던 추억을 되살리며 우리는 또 새로운 기대를 안고 '톰 소여의 모험'을 떠난다.
고교 3년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끈끈한 우정들과 이제는 사그라져 잔불만 남은 청춘(靑春)을 감히 다시 되살려보려는 '회춘(回春) 프로젝트(project)'를 위한 야무진 꿈이다.
때묻지 않은 60여 년 전의 설레는 동심을 맘속으로 그리며,
시간 넉넉한 우리 유한백수(有閑白首)들은 남녀 가림없이 삼삼오오 잠실벌로 모여든다.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종합운동장 5번 출구,
우리들은 오늘 하루 우리를 싣고 달릴 천리마에 오른다.
주일에다가 행사가 많은 단풍놀이 관광철이어서 20명 남짓한 한가로운 노친네들은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널찍한 좌석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오늘 맞이할 하루에 대한 기대를 안고 김찬문 사무총장의 출발 개시 선언과 함께 아침 9시 30분에 힘차게 시동을 건다.
[오늘 하루 우리를 싣고 천리를 넘게 달린 천리마 성오투어 - '제일고30기서울동문']
우리의 하루를 이끌어 주실 천리마주(千里馬主) '성오투어' 김상준 젊은 오빠는 에너지 넘치는 젊은 피 MZ세대 '뉴진스(New Jeans-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다.
홍보대사답게 부드럽고 은근한 미소가 참 밝고 건강하다.
무사한 하루를 부탁하는 사무총장의 지령에 따라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일사분란하게 김사장님을 향해 우레같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며 오늘 하루의 안전을 의탁해본다.
삼영회의 마당발 백원사 회장의 초대를 받아 혼탁한 서울을 떠나 경상도 먼 산골 마을로 떠나는 웰빙여행이다.
여걸(女傑)인 백회장의 생가가 있는 곳이고 그 먼 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천리길을 흘러와서 추억을 함께 쌓아왔으니 참 대단한 인연이다.
길고 긴 시간이 흘러 이제 자신이 태어난 고향마을로 우리 서울 동기들 70여 명 전원을 초대하는 행사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으로 형편되는 친구들만 이렇게 천리장정(千里長程)에 오른 것이다
백회장은 준비 관계로 산골 현장에서 우리들을 맞을 채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밤새 피곤했던 탓일까?
아니면 속일 수없는 고단한 연식(年式)이 선물하는 고갈된 에너지 탓일까?
나는 의자에 머리를 대자마자 그냥 곯아 떨어진다.
그리곤 의식불명...
행락철이라 교통체증도 있겠다 싶어 작심한 듯,
한번 눈을 감으면 업어가도 모를 곤한 잠 속으로 떨어진다.
2시간 남짓을 달렸을까?
애마(愛馬)가 멎고 사무총장의 하차 명령이 떨어진다.
백회장의 생가로 가기 전에 먼저 신령스런 소나무 '석송령(石松靈)'부터 친견(親見)하고 간단다.
'우와~'
보는 순간 그만 입이 딱~ 벌어진다.
소나무 한그루가 넓은 들판에 야트막한 동산처럼 펼쳐져 신령스런 푸른 기운을 마구 뿜어내고 있다.
비교적 키가 작고 옆으로 퍼진 반송(盤松)인데 나이는 고작(?) 700살(으악~), 나무 밑둥 둘레 4.2m, 높이 11m, 나무 폭은 약 30m, 나무 그늘 면적만 1,000m²(약 300여평)이라니 어마무시한 거목(巨木)이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804번지)
[석송령의 웅자(雄姿)]
완전히 주변을 압도하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위엄과 기세가 절로 양손을 모으게 한다.
석평(石坪)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동신목(洞神木)으로,
대한민국 유일의 일명 세금내는 '부자(富者) 나무'다.
1982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294호로 지정되었다.
약 7백여 년 전 풍기지방의 홍수로 석관천(石串川)을 따라 떠내려온 나무를 이 마을 사람이 건져서 이곳에다 심었다고 한다.
1927년 마을 주민 이수목(李秀睦) 어른께서 자식이 없어 상속을 고민 하던 중 이 나무에서 영감을 느끼게 되어 '석평(石坪)마을의 영험(靈驗)한 소나무'란 뜻으로 '석송령(石松靈)'이란 이름을 지어 주고 자신의 소유 토지 6,248m²(약 1천 9백평)을 이 나무에 상속시켜 문서 등기를 마치면서, 재산을 가진 나무가 되었고,
해마다 약 16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게 되었다.
(일제시대엔 나무도 등기와 재산 소유가 가능했다 함)
'석송령(石松靈)'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쓰이고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지내고 이수목(李秀睦) 어르신의 제사도 마을 어른들께서 모여서 함께 모신다고 한다.
천년을 푸르른 효자자식을 입양하고 상속하신 덕분에 이웃에 널리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천년토록 따뜻한 제삿밥을 챙기셨으니 바로 어르신의 후덕함과 혜안(慧眼)의 홍복(洪福)이리라!
옆으로 퍼지는 반송(盤松)이라 무거운 가지를 지탱하는 지팡이를 곳곳에 짚고는 있으나 팔다리가 남보다 훨씬 긴 탓일 뿐,
내뿜는 활력은 700년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디며 축적한 누구도 범접 못할 가공할 20대 청년의 피끓는 청춘이다.
[700살 청년 석송령(石松靈)]
세상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700살 청년이고,
우리는 지금 그 청년과 마주하고 섰다!
700살이 넘었다고 하면 1,300년대 전후일 것이니 고려시대 말에 심어졌단 말인가!
홍수에 떠내려온 기구한 나무의 운명처럼 수차례나 나라의 명운을 바꾸며 이어져온 역사의 만고풍상(萬古風霜)을 지켜보면서 묵묵히 견뎌온 노송의 서슬이 푸르구나!
나는 지금 거목과 마주한 것이 아니라 말없이 흘러온 역사의 거울 앞에 서서 노송이 전하는 침묵을 듣고 있다.
또한 하늘로 솟구치고 지상을 온통 푸른 기운으로 뒤덮는 석송령(석松靈)은 눈에 띄지 않는 땅 속 깊숙이 지상보다 훨씬 더 넓은 땅 속 깊이 뿌리를 뻗어서 오래도록 석송령의 젊음을 지켜줄 것이다.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나무 줄기와 푸르름만 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든든하게 몸통을 지탱하고 깊고 깊은 땅 속의 지기(地氣)를 몽땅 흡수하여 나무 줄기와 잎으로 공급해주는 뿌리의 노력과 헌신 덕분에 사시사철 푸른 정기를 뽐내고 그 왕성한 기운을 만천하에 전하며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석송령의 뿌리는 실핏줄처럼 촘촘하게 가지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까지 바둑판처럼 얽혀서 뻗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모진 태풍에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신령한 나무의 생명력이 참으로 경외(敬畏)스럽다.
그래서 소나무는 구천(九泉)에까지 뿌리를 내린다는 옛말이 허언(虛言)이 아닌가 보다.
세상의 이치가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시끌벅적하게 광고하듯 과시하는 자선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름없는 독지가가 남몰래 베푸는 선행이 때로는 우리의 심금을 더 울리지 않던가.
석송령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섰지만,
음행(陰行)의 미덕을 몸소 우리들에게 펼쳐보이고 있다.
너도나도 석송령(石松靈)의 웅장함에 이끌려 인증샷에 바쁘고 명예홍보대사에게 청을 넣어 단체증명도 남긴다.
[석송령(石松靈)처럼 사철 푸른 까까머리 소꼽 친구들]
가까운 공터에는 석송령의 후손인 2세 두 그루가 더 먼 후대를 위해 심어져 보호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영험한 기운은 누천년을 이어가면서 사악한 기운이 범접 못할 웅혼한 기세로 장구(長久)한 세월,
보은의 후덕(厚德)을 베풀며 흘러 가리라.
[무럭무럭 자라는 석송령 2세들 - 새로운 천년의 희망]
[사무총장과 함께 오늘 하루 홧팅~!!!]
[아, 석송령~!]
나무만도 못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
혼잣속으로 되뇌며 신령한 '석송령(石松靈)'을 향해 성심으로 감읍배례(感揖拜禮)하며 합장(合掌)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