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칭대명사
영어와는 달리 한문에서는 1인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너(爾)'라는 직설적인 2인칭은 사람을 대상으로 잘 쓰지 않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매한가지여서 동양문화권의 특성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대신 '그대' 나 '낭군' 에 해당하는 君이나 郞과 같은 3인칭을 2인칭 대타(?)로 쓴 경우는 자주 보입니다, 특히 詩語에서는..
추사의 장난스런 글씨- 所願學孔子(바라는 바는 공자를 배우는 것)
1) 1인칭 대명사
(1) 我
예 :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님은 서성대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러히
움직이네 (盛唐 이백의 月下獨酌 중) ¶ 주격
而我嫁同鄕, 慈母三年別 그러나 나는 한동네에 시집와서도, 어머니를 3년동안 못 뵈었다네
(조선 후기 이양연의 시 村婦 중) ¶ 주격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오늘 내가 간 발자취는 마침내(遂)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리니
(조선 서산대사의 시 踏雪 중) ¶ 주격
愛民正義我無失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 세움에 나는 잘못이 없다오
(녹두장군 전봉준의 절명시 중) ¶ 주격
我國天涯北, 他邦地角西 우리 나라는 하늘끝 북쪽이고, 타국은 땅 모서리 서쪽이라
(신라 승 혜초의 南天竺路上作 중) ¶ 소유격
翩翩飛鳥 息我庭梅 펄펄(翩翩) 나는 저 새, 나의 뜰 매화나무에서 쉬는구나
*詩經 풍의 시 (다산 정약용의 시 梅鳥圖詩 중) ¶ 소유격
凡我同胞兮 毋忘功業 무릇(凡) 우리의 동포여 대업을 잊지 마시길
(안중근 의사 시 하얼빈가 중) ¶ 소유격
故人具鷄黍, 邀我至田家 친구(故人)가 닭과 기장밥을 마련하고, 나를 시골 집으로 부르네
(盛唐 맹호연의 過故人莊 중) ¶ 목적격
坐客茅屋下, 爲我具飯餐 손님을 초가 아래 앉히더니 나를 위해 밥과 반찬을 내놓네
(조선 김창협의 시 山民 중) ¶ 목적격(전치사의)
*서정적인 분위기의 詩에서는 李白이 드믈게 나(我, 余)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슴
(2) 吾
예 :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증자가 말하길, 나는 날마다 세가지로 나의 몸을 돌이켜 본다
(논어 중) ¶ 앞의 吾 주격, 뒤의 吾 소유격
子夏曰,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왈, 벗과 사귐에 믿음이 있으면
비록 배우지 못했다 하여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자라 일컷겠다 (논어 중) ¶ 주격
物情爾自如, 老境吾誰與 자연아 너는 그대로 이지만, 늘그막의 나는 누구와 함께 할꼬?
(조선 안침(琛)의 시 遊西溪 중) ¶ 주격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시오. 나는 물에 거꾸로 비친
청산을 좋아한다오 (김삿갓의 시 중) ¶ 주격
奈之何忽諸, 吾身所有生 어찌(奈) 그걸 모두 소홀히 할까, 나의 몸이 어디에서 생겨났는데
(고려 말 이색의 가훈 중) ¶ 소유격
若將眼界爲吾土 만약(若) 눈에 드어오는 곳이 나의 땅이 된다면 (이성계의 시 登白雲峰 중)
¶ 소유격
吾生未可卜, 須護腹中兒 나의 생은 점칠(卜) 수 없으니 꼭 복중의 아이를 잘 키워 주시오
(조선 삼학사 오달재의 시 寄妻 중) ¶ 소유격
城南門獨掩, 閑靜不如吾 성 남쪽에 문을 홀로 닫고 있으니 한가롭고 고요함이 나만 못하리
(조선 정태화의 시 別關東伯 중) ¶ 목적격
*독립선언서의 한문체 문장 : 吾等은 此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3) 余(나 여) 고풍스런 표현
예 :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내게 무슨 일로 푸른 산에 사냐고 묻길래, 웃으며 대답은
안했지만 마음만은 한가롭다 (盛唐 이백의 山中問答 중) ¶ 목적격
(4) 予(나 여) 문어적이고 고풍스런 표현
예 : 時日害喪 予及女偕亡 해가 언제(害) 없어질꼬 나와 네가 더블어 망하리라 (맹자 중)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내 이를 위하여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니 (훈민정음 서문)
¶ 주격
(5) 특이한 경우(나 儂)
예 : 儂訪歡時歡訪儂 내(儂)가 당신(歡)을 찾아갈 때 당신은 나를 찾아 떠나시고
(황진이의 시 相思夢(꿈길에서) 중)
*통상 '소녀' 쯤에 해당되는 妾을 쓰는데, 거의 쓰이지 않는 나 儂 을 썼음 - 운(韻)을 맞추기 위한 듯
2) 2인칭 대명사
(1) 爾(너 이) ☞ 대부분 사람이 아닌 자연물에 쓰였슴. 현대 중국어의 你(니)에 해당
예 : 物情爾自如, 老境吾誰與 자연아 너는 그대로 이지만, 늙막의 나는 누구와 함께 할꼬?
(조선 안침(琛)의 시 遊西溪 중) ¶ 주격
我唱爾酬詩滿瓢 내가 노래하면 네(파초)가 따라하니 詩가 표주박에 가득하구나
(조선 이돈희의 芭草圖 중) ¶ 주격
宜爾室家, 樂爾妻帑 너의 집안을 화목하게 하고, 너의 처자식을 즐겁게 해 주어라
(시경 중) ¶ 소유격
爰止爰棲, 樂爾家室 여기에(爰) 남아 깃들어 있다가, 너(새)의 집안을 즐겁게 해 주거라
(다산 정약용의 시 梅鳥圖詩 중) ¶ 소유격
(2) 女 또는 汝(너 여)
예 :*女聞地籟, 而未聞天籟夫 네가 땅의 소리(籟)는 들었으되, 하늘의 소리는 못들었느니
*汝로 나온 문헌도 있음 (莊子 중)
時日害喪 予及女偕亡 해가 언제(害) 없어질꼬 나와 네가 더블어 망하리라 (맹자 중)
紙錢招汝魂 玄酒存汝丘 저승길 노잣돈으로 너희(죽은 아들과 딸) 혼을 부르고, 현주를
너희 무덤(丘)에 뿌린다 (조선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시 哭子 중)
(3) 특이한 경우 (歡)
예 : 儂訪歡時歡訪儂 내(儂)가 당신(歡)을 찾아갈 때 당신은 나를 찾아 떠나시고
(황진이의 시 相思夢(꿈길에서) 중)
*통상 '임'을 지칭할 때 君이나 郞 을 쓰는데, 기쁨이라는 뜻을 지닌 歡을 쓴 건 황진이 다운 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