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 중 나라에서 경치가 빼어나다고 인정한 곳을 국가명승이라 부른다. 강릉 소금강을 필두로 거제 해금강, 완도 구계등 순으로 현재까지 전국 100여 곳이 목록에 올라 있다. 명승과 함께 유적.신앙.산업.교통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사적으로, 동물.식물.지질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의림지는 제천 시내 북측 모산동에 위치한다. 좌측에 넓은 들판을 낀 도로에서 턱을 살짝 오르면 초록빛 저수지 뒤편으로 제법 넓은 마을이 펼쳐진다. 모산동은 '못 안'을 발음이비슷한 한자어로 옮긴 지명이라고 한다. 역시 의림지가 뿌리다.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저수지로 꼽힌다. 제방을 언제 쌓았는지 명확한연대는 알 수 없지만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애초에는 '임지'라 했는데, 고려시대 제천의 지명인 '의원현' 또는 '의천'에서 첫글자를 따서 의림지라 부르게 됐다고도 한다. 의림지를 진짜 명승으로 만든건 제방을 따라 조성된 솔숲과 버드나무이다.처음 이름대로 '숲을 품은 연못'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호수 북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맞은편 제방을 따라 늘어선 솔숲이 수면에 비친다.수령 200~500년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180여 그루는 따로 번호를 매겨 보호하고 있다.버드나무가지가 늘어진 순주섬 주변에선 물오리가 유유히 헤엄친다. 순주섬은 수련과의 수초인 순채가 많이 자라서 붙인 이름이다. 1972년 대홍수로 의림지 둑이 터져 모두 쓸려 내련간 후 순채는 사라졌다.
저수지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래전부터 수리시설보다 놀기 좋은곳으로 이름난 게 당연해 보인다.호수를 한 바퀴 두르는 산책로를 걸으면 3개의 누대를 만난다. 서쪽 귀퉁이 아름드리 솔숲에 경호루가 있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호수가 거울 같다는 의미다. 1948년 당시 제천군수가 지역 인사들과 협의해 지었다고 한다. 주변엔 오래된 식당도 함께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눈에 거슬리지만, 2006년 명승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영업해 온 식당이라니 이 또한 의림지의 경관이다. 지난해 저수지에서 계곡으로 연결되는 배수로를 정비해 30m 높이로 만든 인공 폭포다. 폭포 위 산책로는 투명 우리로 만들었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게 짧지만 아찔한 스릴을 선사한다. 솔숲이 가장 운치 있는 구간은 제방인데 중간쯤에 영호정이 있다. 역시 호수에 비치는 아름다운 풍광을 빗댄 이름으로 조선 순조 7년에 처음 건립했고 한국전쟁으로 파괴된것을 1954년 다시 세운 정자다. 1907년에는 지역의 의병대장 이강년이 부하들과 정치를 논하던 곳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방을 통과해 저수지 동편으로 나가면 제천시에서 2007년 세운 우륵정이 있다. 호수 안까지 풍광이 일품이다. 전해오는 이야기를 근거로 지은 정자라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지역에선 오래전부터 정자 앞 널찍한 바위를 우륵대로, 뒤편 약수는 우륵샘으로 불러왔다. 호스를 통해 항상 일정량이 새나오는 우륵샘 물은 주민들이 요즘도 생수 대용으로 쓰고 있다.
명품 숲길 꿈꾸는 '삼한의 초록길'
의림지 제방 서쪽 끝에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의외의 길이 이어진다. 삼한시대에 축조한 의림지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의미에서 '삼한의 초록길'이라 부른다. 농업용수 공급기능이 축소됐다고 하지만, 의림지는 여전히 제천에서 가장 넓은 '의림지뜰'을 적시는 수리시설이다. 농로를 확장 개조한 초록길은 수리시설이다.
초록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모산비행장은 제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이다.
1950년대에 공군훈련장으로 건설한 이 비행장은 여전히 국방부 소유지만 평상시에는 시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최근 비티에스가 영포에버 뮤직비디오를 찍은곳으로 알려지면서 외지인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한방 제천' 의지 담은 한방치유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