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해파랑길 14구간 구룡포에서 호미곶까지 걷고
오후에는 15구간 호미곶에서 흥환마트까지 걸었다.
- 걸었던 날 : 2024년 3월 16일(토)
- 걸었던 구간 : 해파랑길 14~15코스 (구룡포항-다무포고래마을-호미곶-흥환마트)
- 걸었던 거리 : 27km(42.000보.7시간30분)
- 누계 거리 : 245km
- 글을 쓴 날 : 2024년 3월 17일..
몇일 동안 봄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풀렸다.땅도 풀리고 봄꽃들도 빠르게 피고 있다. 나는 이번주에 노고단에서 지리능선과 섬진강 운해를 내려다 보고 싶었다.그렇게 봄 맞이 산행을 하려다가 계획을 바꾸어 해파랑길을 이어 걷기로 하고 구룡포항으로 갔다.오늘 코스는 구룡포항에서 14번 호미곶까지는 오전에 걷고 오후에는 15번 코스를 걷기로 한다.구룡포항 주차장에 도착하는데 주차장 입구에서 호박엿을 파는 아저씨를 두번째 만나니 반갑고 친근하다.
8시40분 가벼운 옷차림으로 지체없이 걷기 시작했다. 호미곶까지 해안길을 걷는데 가끔은 도로를 걷기도 하고 발걸음이 가볍다.오늘 바다 바람은 잔잔하고 봄볕은 온화하다. 주말인데 사람이 붐비지 않고 오롯이 조용하게 걷는 산책길이다.살면서 이런날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잠시 소소한 즐거움에 빠진다.사람마다 즐거움이나 행복지수가 다르겠지만 우리부부는 언제부턴가 그저 걷는 일이 즐겁다.걷고 나면 보약한첩 먹은 기분이기도 했다. 살다보면 누구든 얽히고 설킨 사연이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6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는 퇴직 세대이고 나에게도 고민은 있다.지금 내가 하는 돼지 농장사업을 마무리하고 끝내야 하는 시간이다.지금까지 경제적인 수입이 있는 일이 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하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는 나에게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여서 미래의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고 고민이 떠나지 않은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어떤 부분은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 그런 부분들은 기다리며 순리대로 인정하고 받아 드리며 살아 가고자 한다.
일단 오늘은 걷는 일에 충실 하기로 하고 그저 무심으로 해안 길을 걷는다.석병항을 지나 고래마을 다무포구를 지난다.마무포구는 고래 이야기 마을이다. 지금도 봄철이면 인근 바다에서 고래가 자주 관찰되는 해안이란다.마을 담장은 고래 그림과 함께 이쁜 그림으로 꾸며져서 인상적이다.구룡포 항에는 고래고기를 파는곳이 있었다. 이번에는 고래고기를 조금이라도 맛보고 싶은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호미곶 해안에 도착하여 13코스를 마감하고 14코스을 시작한다. 호미곶 해안은 유명 관광지 답게 사람이 많다.이곳 호미곶은 아주 오래전에 다녀 간적이 있었는데 상생의 손이 더 가까워진듯 하다.기억은 희미하지만 상생의 손 끝에 일출하는 해를 언져 놓고 사진을 찍으려 애쓴 기억이 있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가 파도를 가까이 하며 걷는다. 작은 어촌 작은 항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도 보이지만 방해가 될까 봐 멀리서 보며 지나가고.동해로 삐쭉 나온 반도 호미곶 해안가 모퉁이를 돌아 가는데 산 비탈이 가파르고 자갈이나 흙이 해안가로 무너져 내려 불안한 모습이다. 혹여 지진파동이 있는 날에는 여지없이 산 사태가 날 듯한 구간이다.파도가 높을 때는 도로로 우회하라는 안내가 곳곳에 있었지만 아직은 그냥 지나 갈만 하다.
나 죽어서 분월포에 가야 하리
천천히 걸어서 대동배로 가든지
호미곶 등대빛 따라가다
보리 능선 질러가는
구만리 밖 내 사라질 빈자리
거기 찰빡찰박
바닷물로 달빛을 끌어 당겨
비백으로 출렁이는곳
중략...
해안 절벽에서 아홉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구룡소를 지나고 움푹 패인 바위 구멍의 현무암층 해안을 지났다.구룡소 인근 해안 해변에서 한 중년부부가 바닷바람을 벗삼아 오래도록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 갔다.이제 흥환리 작은 항구에 들어 서서 흥환리 흥환마트를 찾아 간다 .흥환마트는 해파랑길 이정표로 유명한 동내마트이고 낚시용품 전문점이다. 이곳에 들린 여러 연예인들의 사진이 걸려 있기도 하다.씨름왕 이만기씨의 처가 동내라는 안내현판 글도 있다. 이렇게 오늘은 구룡포에서 흥환마트까지 14~15번코스를 모두 마치고 택시를 불러 구룡포로 돌아 갔다.
돌아가는 길에 숙소를 정하고 밖으로 나왔다. 고래고기 시식을 포기하고 대신 재래시장 식당에서 모리국수를 먹었다.모리국수는 구룡포의 절대음식이다.각종 해산물로 우려낸 곰탕같은 육수물에 칼국수를 넣어 따뜻하게 먹는 국수요리이다.생소한 국수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에서 두서없이 쓰고 나중에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