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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확 트인 상상력과 재미성을 갖춘 동시
김진광(시인, 평론가)
1. 화가 시인이 주는 동시 선물
박태현 시인이 2018년 『아동문예』로 등단할 때 필자가 심사를 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서로 안부도 전하고 작품 창작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 시인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소문’이라는 시인의 말에서 동심을 지닌 따뜻한 마음일 때 보이는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많이 전염되었으면 좋겠단다. 그리고 ‘동시는 남과 다른 시선과 독특한 감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동시 창작노트에서 말한다.
박 시인은 그림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화가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단원작가회, 한하나회, 창조미술협회, group UP, 초우예회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개인전, 단체전, 초대전 등 100회 넘는 전시를 하였다. 월간 잡지 『창업&프랜차이즈』에 ‘박태현의 그림상자’ 코너를 맡아 3년 동안 상가거리를 그리고 글을 연재했다. 그리고 교과서 및 경기도 교육청 주관 학생평가지 삽화작업에도 참여 하였다.
박 시인은 전북 장수군 덕유산 자락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병환으로 잃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그림과 글짓기를 잘 해서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박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화가와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학비가 싼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쳤다.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택하였고 대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시 공부를 하였다. 교사 발령 받고서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즐겨 하였고, 해마다 어린이들의 작품과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진 멋진 학급문집을 발간하며, 그의 꿈을 제자들과 함께 더불어 펼쳐가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유년시절의 환경과 가르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박 시인이 이번에 펴내는 동시집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는 그가 유연시절 꿈이었던 시인과 화가의 작품이 함께 묶인 첫 작품집이기에 더 큰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시인이라서 시청각적 이미지, 시의 구조, 활짝 펼쳐진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이 많이 보인다. 어린이 여러 분도 자신의 꿈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하는지를 이 동시집을 감상하며 생각해 보세요.
‘우주의 확 트인 상상력과 재미성을 갖춘 동시’란 주제로 동시집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 책 속으로 독자들과 함께 동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감상을 돕는 시 해설은, 제1부 ‘어쩌다 점수 좋은 날’에서는 <학생과 교실, 선생님과의 이야기, 경험했던 일과 본 것을>, 제2부 ‘외계인이 손가락을 대 줄 것만 같다’에서는 <환경과 자연, 4계절의 아름다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 제3부 ‘하늘에서 온 별’에서는 <가정과 가족, 시인의 어릴 적 자전적 이야기가 있는 동시>, 제4부 ‘내가 찜했어!’에서는 <사물 관찰과 생각하는 동시>로 내용을 나눈 각부별로 독자들과 함께 화가 시인이 주는 선물 재미난 동시 감상 여행을 떠나 보자. 얏호! ~
2. 학생, 교실, 경험 소재에서 상상력과 재미있는 작품 감상
독자들의 작품 감상을 쉽게 하기위하여, 각부 별로 주제와 관련된 좋은 동시를 찾아서 감상하기로 한다. 여기 제1부 ‘어쩌다 점수 좋은 날’에서는 <학생과 교실, 선생님과의 이야기, 경험했던 일과 본 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동시집에 맨 먼저 실린 「처음」은 동시집의 첫 작품의 이미지로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처음 눈이 내린 날 제일 먼저 운동장을 밟은 발자국을 달나라에 처음 발을 내딛은 우주인의 발자국으로 비유한 좋은 동시이다. ‘쿵!/ 하얀 달 위에/ 처음 새긴 자동차 바퀴자국// 발발/ 발발/발발/ 발발// 나는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얼마나 멋진 상상력인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우주선도 모두 처음에는 상상력에 의한 동화나 동시나 그림으로 나오던 것들이다.
올 들어 처음
눈 내린 아침
누구보다 먼저
학교로 간다
아무도 밟지 않은
솜이불 같은 운동장
내가 제일 먼저
발자국
쿵!
하얀 달 위에
처음 새긴 자동차 바퀴자국
발발
발발
발발
발발
나는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다
- 「우주선」 전문
어린이는 성인들처럼 오랫동안 어떤 일에 대해 집중하지 못 한다. 수업 중에도 다른 곳을 보거나 장난을 치거나 엉뚱한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선생님이 다음 체육시간에 사용할 공을 칠판 옆에 놓아둔 게 공놀이 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끌어들인 것이다. 공놀이 하고 싶은 마음에 수업이 잘 될 리 없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상상력을 통하여 재미있게 표현한 성공한 동시이다.
칠판 옆에 놓인/ 공 하나
만지고 싶은데/ 던지고 싶은데/ 차보고 싶은데……
내 손발이 간질간질 가만있지 못하는데
선생님은 내 눈치를 안 것 같아!
아, 야단이야!/ 손발이 가만있지 못해……
- 「둥근 공을 보면」 일부
어린이의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 2편을 더 소개한다. 「겁쟁이 게」는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좋아하는 아이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고, 겁쟁이처럼 힐끔힐끔 엿보고, 슬금슬금 옆으로 간다. 그런 감정을 긴 눈 자루 세우고 옆으로 피하는 게에다가 비유한 어린이의 감정을 잘 표현한, 간결한 이미지의 재미있는 동시이다. 여러 분도 그런 일이 있나요?
그 애만 보면//
앞으로 가려 해도
옆으로만 가는 내가
겁쟁이 같겠지만//
긴 눈 자루로
힐끔힐끔 엿보고
슬금슬금 옆으로만 간다//
그 애만 지나가면
- 「겁쟁이 게」 일부
복도만 보면/ 기다랗게 쭉 뻗어 있는 복도만 보면//
아프리카 치타가 영양을 보고/ 몸을 잔뜩 웅크리듯//
시베리아 호랑이가 토끼를 보고/ 몸을 잔뜩 움츠리듯//
눈은 복도 끝 화장실을 노려보고/
다리에 잔뜩 힘을 모았다가/ 준비, 차렷, 땅!//
복도만 보면/ 기다랗게 뻗은 복도만 보면/
한 마리 치타가 되어요/ 한 마리 호랑이가 되어요//
그것도 그럴 것이/ 반듯하게 쭉 뻗은 복도만 보면요/
마구 뛰고 싶다니까요//
- 「변명」 전문
여러 분도 복도에서 달리다가 선생님께 주의를 받던가, 손들고 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위의 동시「변명」은 기다랗게 쭉 뻗은 복도를 보면 달리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아프리카 치타에, 시베리아 호랑이에 비유한 역동적 이미지와 상상력이 잘 나타난 동시이다. ‘아빠도 그래요/ 기다랗게 뻗은 고속도로를 보면/ 씽- 씽- 씽-/ 마구 달리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봐 주세요, 선생님!’은 달리다가 선생님께 걸렸을 때 하는 변명으로, 유머가 있다.
3. 자연과 환경을 소재로 한 우주적 상상력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제2부 ‘외계인이 손가락을 대어 줄 것만 같다’의 작품들은 <자연과 환경, 4계절의 아름다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내용>으로 한 동시들이다. 「구멍, 비밀 통로」는 격월간 『아동문예』에 발표된 동시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카페에 올려 져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박 시인의 대표작품의 하나이다. 하늘에 뜬 보름달을 ‘누가 뚫어 놓았을까?/ 하얗게 뽕 뚫린 구멍’으로 본 발상의 상상력이 이 동시의 시작이다. ‘한 눈을 지그시 감고/ 눈동자를 맞추고/ 그 구멍에 손가락을 뻗으면’ 구멍 저 쪽에서 외계인이 손가락을 대 줄 것만 같다는 상상력은 무한하다. 그 뿐만 아니라, ‘삐리! 삐리! 만나서 반가워/ 널 보려고 안드로메다에서 왔단다’로 지구 밖 외계인과 만나는 비밀 통로가 달이라는 시적 발상은 놀랍다. 이 동시에서 독자에게 보여준 ‘우주적 확 트인 상상력’은 놀랍고 재미성에서도 성공한 좋은 동시이다.
낮에는 쥐 죽은 듯
숨어 있다가
까만 밤이 되면
동그랗게 나타나는
구멍 하나
누가 뚫어 놓았을까?
하얗게 뽕 뚫린 구멍
한 눈을 지그시 감고
눈동자를 맞추고
그 구멍에 손가락을 뻗으면
구멍 저쪽에서 외계인이
손가락을 대 줄 것만 같아
삐리! 삐리! 만나서 반가워
널 보려고 안드로메다에서 왔단다
안녕!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지구라는 별에 산단다
지구 밖 외계인과 만나는 비밀 통로
동그랗고 하얀 구멍
달!
- 「구멍, 비밀 통로」 전문
어둠이 깔리는 저녁이 되면/ 이 집 저 집 창문에서/ 골목길과 큰 길 가게에서/ 깜빡깜빡, 반짝반짝/ 내가 더 밝아! 내가 더 예뻐!/ 서로 뽐내며 자랑하더니
먹구름 몰려 온 어느 날/ 우르르르 쾅! 번쩍!/ 번개 주먹에 한 방 맞고/
후다닥 쥐구멍에 쏙 숨어버렸다
우리 집 텔레비전도 조용해졌다/ 우리 집 냉장고도 기절했다/ 동네 골목길 큰길 가게들도 잠을 잔다
온 동네가 깜깜해졌다// 찍! 소리도 못한다
- 「쥐구멍에 전기 숨은 날」 전문
위에 소개한 동시 「쥐구멍에 전기 숨은 날」은 도시의 온갖 전깃불이 ‘깜빡깜빡, 반짝반짝/ 내가 더 밝아! 내가 더 예뻐!’ 하고 자랑하다가, ‘우르르르 쾅! 번쩍!/ 번개 주먹에 한 방 맞고’ 후다닥 쥐구멍에 쏙 숨었다는 의인화 된 재미있는 발상의 동시이다. 집집마다 떠들던 텔레비전도 조용해졌고, 냉장고도 기절하고, 가게들도 잠을 잔다는 사물 의인화 표현이 재미나다. 번개 주먹 한 방에 문화시설이 모두 스톱되어, 찍소리 못한다며, 제목을 ‘쥐구멍에 전기 숨은 날’로 정한 것도 재미있다.
고라니가 다녀 간 외삼촌네 옥수수밭
막 익는 옥수수만 쏙 뽑아먹고 가버렸다
멧돼지가 내려와 외삼촌네 고구마밭
수확 앞둔 고구마를 마구 헤집어 놓았다
1년 농사 망쳤다는 외삼촌
산골짜기처럼 한숨이 깊다
-얘야, 내년에는 들깨를 심어라.
갸들은 깨를 싫어 햐!
고라니와 멧돼지는 이 사실을 알까?
내년엔 당근도 털자며 꿍꿍이를 하겠지?
그러고서 두 다리 쭉 뻗고 겨울을 보내겠지?
- 「몰라도 되는 일」 전문
동시 「몰라도 되는 일」은 농부들이 옥수수와 고구마 등 농작물을 가꾸어 놓으면, 고라니, 산돼지들이 모여와 피해를 주는 마음 아픈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동시이다. 산지 개발과 사람들의 도토리 등의 채취로 먹을 것이 부족한 산짐승들과 농사를 지어 살아가는 농부들의 간의 이야기를 동시로 떠올려 본 것이다. 농사를 망쳐놓아 속상한 외삼촌, 경험 얘기를 알려주는 할머니 지혜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고라니와 멧돼지는 ‘몰라도 되는 일’인 것이다. 뒷부분 내년엔 당근도 털자는 고라니와 멧돼지의 꿍꿍이가 재미를 더해준다.
태평양 한 가운데 아무도 살지 않는/ 산도 없고 나무도 없는 나라가 하나 있답니다/ 그 나라는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었대요./ 우리나라의 열 배쯤 오십 배쯤 커서/ 동물들은 그 곳을 자주 이용해요./ 아기 돌고래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먼 길 가는 갈매기들이 쉬었다 가고,/ 참치 떼들이 한 숨 자고 가는 곳,/ 거북이도, 바다사자도, 도요새도 단골손님이랍니다./ 그 나라에는 장난감이 아주 많아서/ 놀다가 몸에 끼어 보고 입에 물어보고 먹어도 보고… / 아주 신이 났대요. 천국인 줄 알았대요./ 그런데 그 곳에서 놀던 동물들이 한 마리씩 죽어갔어요. / 왜냐구요? 그 곳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세계의 플라스틱들이 모여/ 우리나라 땅보다 훨씬 큰 플라스틱 공화국을 만들었지요.// 플라스틱 공화국 만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플라스틱 공화국」 전문
태평양 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열 배도 넘는 커다란 플라스틱 공화국이 있다. 사람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비닐 등이 모여 생겼는데, 아기 돌고래, 갈매기, 참치 떼, 바다거북, 바다사자, 도요새도 단골로 그 곳을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거기서 놀다 죽은 바다 동물들의 몸에서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조각들이 나왔다. 그 고기들을 사람들이 먹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지구 환경 오염을 경고하는 동시이다. 「물고기 우산」에서도 물고기들이 오염된 비, 마구 강과 바다에 던져 버리는 오물 때문에 고기들도 우산과 안전모까지 써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우리 환경 현실을 경고한 동시이다. 지구를 누가 지켜야 하나요?
4. 가정과 가족을 소재로 사랑과 감동이 있는 작품
제3부 ‘하늘에서 온 별’은 <가정과 가족, 가족의 풍경, 어릴 적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동시들이다. 소개한 「자세히 보라구」는 박 시인이 좀 늦은 결혼을 하여 공주를 얻은 가족 얘기를 쓴 동시이다. 부부 교사이고 본인이 시인이기도 한 작가는 아마도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하여 동요도 들려주고, 동화책도 읽어주었으리라. 그런데 따님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찰싹!’ 하고 엉덩이를 때려서 공부한 걸 다 잊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억울한 건, ‘어유, 장군감이네!’ 한 아빠의 말이다. 아기 탄생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재미난 동시이다.
신생아실에서 갓 태어난 친구들과 누워있는 나를 찾아보라는 「나 어디에 있을까요」는 아빠의 체험에서 나온 소재이다. 좀 더 자라나는 아기를, 화분에 담긴 화초 물주기에 비유한 「이만큼 컷어요」도 재미난 동시이다. 이런 동시는 딸 바보인 아빠의 따뜻한 시선으로, 아기 입장에서 쓴 동시들이라 할 수 있겠다.
열 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공부를 했지//
동요도 듣고/ 동화책도 읽고/ 달리기도 해보고……// 내가 엄마 하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런데, 뱃속을 나오자마자/ 엉덩이를 찰싹! 찰싹!/ 때리는 바람에/ 다 잊어버렸지 뭐야!// 억울해서 난/ 응애, 응애, 응애, 응애//
나를 본 아빠/ 어유, 장군감이네!//난, 공주인데/ 자세히 보라구요. 아빠!
- 「자세히 보라구요」 전문
엄마 몰래 냉장고에서/ 초콜릿을 훔쳐 먹으려
까치발로 살금살금/ 들킬까봐 힐끔힐끔
그 순간, 딸꾹새가/ 쏙 들어와 버렸어!
뒤에 딱, 서 있던/ 엄마를 본 순간!
그 때부터였을 거야/ 놀란 가슴 속 딸꾹새가
딸꾹, 딸꾹, 딸꾹, 딸꾹 ……
-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 전문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는 동시집 제목이 된 동시이다. 일반적인 딸꾹질의 원인으로는 위의 팽창, 급격한 기온 변화, 심리적으로 놀란 감정 상태 등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초콜릿을 엄마 몰래 훔쳐 먹으려다, 엄마한테 들켜 ‘그 때부터였을 거야/ 놀란 가슴 속 딸꾹새가/ 딸꾹, 딸꾹, 딸꾹, 딸꾹’ 딸꾹새 소리가 난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도 경험했던 딸꾹새 이야기를 재미있게 동시로 표현한 것이다.
가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쓴 재미난 동시들이 많다. 생일날에 엄마는 게임, 만화책 읽기를 해도 암말 안 한다. ‘아깝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원도 빼 먹을 걸!’하는 「아깝다, 생일 선물」, 나는 사탕을, 이빨벌레는 사탕 먹은 이빨을 야금야금, 나는 군것질 시간, 이빨벌레는 식사 시간이라는 재미난 동시 「이빨벌레」, 저녁시간 엘레베이트 문이 열릴 때 마다 솔솔 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낚는다. ‘드디어 짠!/ 엄마 대신 마중 나온/엄마표 카레 냄새’는 「우리집 냄새는」이다. 외에도 상상력과 시적발상과 재미가 뛰어난 동시 「로봇 아이」와 「우리 집에 양말 도깨비가 잔다」를 지면상 소개를 못하여 아쉽다.
고모와 고모부가 우리 집에 오셨다. 태어나서 처음 본 이모할머니도 오셨다. 어제는 외삼촌이 왔다 가셨는데, 저번 주부터 줄줄이 친척들이 오신다. 지나가던 동네 어른들도 한 번씩 들른다. 설날도 아닌데 갑자기 우리 집이 인기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엄마가 퇴원하신 뒤부터다. 나는 집으로 돌아 온 엄마를 매일매일 봐서 좋은데, 어른들이 나를 보면서도 한마디씩 하신다.
“저 어린 것을 두고, 쯧쯧 불쌍한 것……”//
그러니까 갑자기 내가 불쌍해졌다.
- 「그러니까 갑자기」 전문
위에 소개한 「그러니까 갑자기」는 재미 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동시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 그 소식을 듣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기 위해 병문안 온 친척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 느꼈던 체험을 동시로 형상화 한 슬픈 동시이다. 철이 없던 시절 손님들이 먹을 것을 들고 찾아온 것을 좋아했는데, ‘저 어린 것을 두고, 쯧쯧 불쌍한 것……‘ 하니, 갑자기 자신이 불쌍해진 것이다. 시인의 아버지도 고등학교 시절에 역시 병환으로 돌아가셔서 늘 외로웠던 것이, 시를 끌어안게 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 같다. 비슷한 동시로, 「한 동안 잠든 척 했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밤이면 잠자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부자의 정을 가장 감동 깊고 진솔하게 쓴 동시이다. 한 번 감상하며, 여러 분도 부자의 정을 생각해 보세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밤이 되면 아버지는 잠자는 내 머리맡에 앉아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 주시곤 했다.
따뜻한 손이 이마에 닿을 때마다
차갑게 얼었던 마음에
뜨거운 물방울이 퐁, 떨어졌다.
눈을 뜰 수 없었다.
눈을 더 꼭 감았다.
눈을 뜨면 나도 아버지처럼 눈물이 날까봐
한동안 잠든 척 했다.
- 「한 동안 잠든 척 했다」전문
5. 사물 관찰의 개성적 시선과 생각하는 동시 쓰기
「」
제4부 ‘내가 찜했어!’에서는 <사물 관찰, 생각하는 동시>가 많이 실려 있다. 동시 「금붕어」에서는 붉은 색깔인 금붕어를 ‘햇살에 발갛게 익었다’로 표현하였다. 「고양이 이름표」는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에 찍어 놓은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 ‘여긴 내가 찜했다’고 한 재미난 동시이다. 동시 「두 자리 곱셈」 에서는 수학책 위에 올라가 개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양을 보고, ‘나처럼 아직 두 자리 곱셈은 어려운 모양’이라는 재미난 발상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생각하는 작품이다.
엄마, /누가 달을
먹고 있나 봐!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사탕들
나도 안주고
그렇게 먹더니
충치가 생겼나?
엄마,/ 북두칠성 칫솔을
줘야겠어요
다음 보름달이 뜨면
그 때에는, 꼭!
- 「상현달」전문
시인이라면 누구나 달을 소재로 하여 시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위에 소개한 「상현달」은 조금 갈아먹은 충치로 상현달을 보고,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사탕을 많이 먹어 충치가 생겼다는 좀 더 발전된 상상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엄마,/ 북두칠성 칫솔을/ 줘야겠어요’로 우주적 확 트인 재미난 상상력을 하고 있는 좋은 동시 중 한 편이다.
나,/ 강가의 돌멩이// 저 산 꼭대기에 묻혀 있다가/ 여기까지 굴러 내려왔지// 난 지느러미가 갖고 싶었어/ 물속을 자유롭게 휘휘 저으며/ 헤엄치고 싶었어/ 살랑살랑 물결이 닿을 때/ 지느러미를 튕기며 뛰어오르고 싶었지// 그래, 난 물고기 되고 싶었을지도 몰라//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면서/ 내 각진 모서리들을 갈았어// 모서리가 조금씩 떼어지는 사이/ 네모난 내 욕심도/ 둥글게 둥글게 닳아 없어졌지// 여기에 앉아 몇 만 년을 기다렸지만/ 지느러미는 돋지 않았어//스르륵 잠이 들 때 쯤/ 아이들이 몰려와/ 나를 집어 물수제비를 던졌지// 그 때였어!/ 내 어깨에서 하얗고 조그맣게/ 깃털이 돋기 시작한 것은// 뜬다 뜬다!/ 퐁당퐁당 물을 차고/ 찰방찰방 바람을 가르며/ 몸이 가벼워지고/ 나는 날고 있었어// 봐, 나에게 날개가 생긴 거야//돌멩이가 나는 꿈/ 난 둥근 꿈을 꾸고 있었어//
- 「돌멩이의 꿈」전문
우리는 모두 서로 조금씩 다른 꿈을 지니고 산다. 사물인 강가의 돌멩이도 꿈을 가지고 산다. 이 시는 지느러미를 갖고 강을 헤엄치고 싶은 꿈을 가진 돌멩이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노래한 이 동시집에서 가장 긴 이야기가 있는 장동시이다. 1인칭으로 의인화 된 강가의 돌멩이는, 저 산 산꼭대기에서 굴러와. 강물에 굴러가며 오랜 시간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강가로 몰려와 물수제비를 날렸지. 드디어 돌멩이는 물속을 헤엄치지는 못해도, 물 위를 새처럼 날아가는 둥근 꿈을 이룰 수 있었지. 어린이들 세계는 동식물과 사물이 모두 생명이 있고 말을 하는 동화 속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동시도 그런 생각 속에서 쓴 물활론적 의인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위, 바위, 보!
개나리꽃이 잎에게 졌나 봐요
개나리꽃이 피었던 가지에
개나리 잎이 초록초록 돋았어요
가위, 바위, 보!/ 산수유꽃도 지고
벚꽃도 지고/ 진달래꽃도 졌나 봐요
저녁이 되면
해도 달에게 져요
해는 힘이 센데 말이죠
아침이 되면 다시
달이 해에게 져요
서로 져주나 봐요
그러니 싸울 일이 없겠네요
꽃도 잎도 해도 달도
서로 서로 져주니
싸울 일이 없겠네요
- 「싸울 일 없겠네」 전문
과학 문명 물질이 눈부신 지구가, 인간의 자연과 생태 파괴로, 눈에도 보이지 않는 미생물인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쩔쩔매고 있다. 그 가운데도 미국과 중국, 한중일, 우리나라 남북이 화해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도 서로 화합을 못 이루고 싸우고, 국민들도 서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이러한 어른들이 이런 동시를 읽고 서로 화해를 하고 손잡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좀 져주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자기 편을 위한 욕심을 버리고, 나보다 큰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평화와 자유를 위해, 상대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면 싸울 일이 없겠는데, 세상을 아름다울 수 있을 텐데. 어린이 여러분은 소개한 동시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세상에 꽃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이, 서로 손잡고 어우러져 사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꾸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의 확 트인 상상력과 재미성을 갖춘 동시’란 주제로 동시집 『내 몸에 들어온 딸꾹새』 책 속으로 들어가 독자들과 함께 동시 여행을 하였다. 여행 순서로, 제1부에서는 <학생, 교실, 경험 소재에서 상상력과 재미있는 작품 감상>, 제2부에서는 <자연과 환경을 소재로 한 우주적 상상력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제3부에서는 <가정과 가족을 소재로 사랑과 감동이 있는 작품>, 제4부에서는 <사물 관찰의 개성적 시선과 생각하는 동시 쓰기>로 살펴보며 동시 여행을 하였다. 어린이 친구들과 한 동시 여행이 즐겁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박 시인은 동시에서 중요한 동시 제목 정하기와 동시의 재미성, 이미지 면에서는 자리가 잡혔고, 동시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필요한 상상력 부분에서는 많이 발전했지만, 그 분야에서 더 열심히 갈고 닦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의 설명과 진실성 공부를 좀 더 한다면 우리나라 좋은 동시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박태현 화가 시인이 직접 그림을 그린 동시화집 발간을 축하드리며, 제 2동시집에서는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끝>
첫댓글 선생님 좋은 평 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