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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강에서 난다. 발견한 먹이를 벗들과 나누는 사슴의 아름다운 울음에서 수백 번 골백번 반복하고 거듭하는 정성 가운데에서 비로소 빚어지는 금과 같이, 깊고 깊은 산 인위가 범접치 못하는 그윽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는 옥과 같이,
더불어 함께하며 끝없이 정진하며 자연에 겸허함으로 마침내 탄생하는 금과 옥 같은 너희들이여.
거르고 또 걸러 뽑아낸 아름다운 금으로 명검을 만드니 곧 거궐이라 깊은 산, 오랜 감추임 속 드러난 옥으로 한밤 대낮같이 밝은 야광주로다 합당한 노력과 정성으로 귀한 재목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으로 자라 나라를 곧게 지키고 한밤을 밝게 비추기를 |
왜 이렇게 시가 나왔는지 뜻을 풀어보겠습니다.
金生麗水玉出崑崗(금생여수옥출곤강)은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강에서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수(麗水)는 중국 운남성 영창부에 속했던 지명으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금 생산지였다고 합니다. 곤강(崑崗)은 과거 중국 초나라 지역에 있던 형산의 남쪽에 있는 산으로, 변화라는 사람이 이곳에서 옥을 얻어 왕에게 바쳤다는 일화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후에 진나라가 이것으로 옥새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여수의 麗(려)는 '곱다,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슴’을 뜻하는 록(鹿)과 음을 나타내는 丽(나란할 여)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사슴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라 볼 수 있지요. 중국에서 사슴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사슴은 먹이를 찾으면 바로 먹지 않고 우선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울린다고 합니다. 무리를 불러 함께 나눠 먹기 위해서지요. 중국인들은 그 모습을 바로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시경>의 '녹명'(鹿鳴)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슴의 모습에 비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묻는 내용입니다. 금이라는 것은 그런 아름다움, 고움(麗)이 흐르는(水) 곳에서 난다고 볼 수 있지요.
한편, 그 곳의 강물에서 모래를 건져 일백 번 일어 선별하면 금이 된다고 해서 '금사강‘(金沙江)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금이라는 것이 단지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듭된 오랜 노력 끝에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읽히는 것이 바로 이 '금생여수'라는 말입니다.
곤(崑)과 강(崗)은 모두 산을 가리킵니다. 곤은 山(뫼 산)에 '맏/자손/같이/함께/많다'는 뜻이 담긴 昆(곤)이 합쳐진 글자이지요. 여기서 日(낱 일) 아래 比(비)는 '견주다'는 뜻입니다. 또 이 글자는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지요. 즉, 해 밑에 사람이 많이 줄 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昆(곤)에 '많다, 함께' 이런 뜻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崑(곤)은 산 이름을 나타내면서 산이 우거지게 많은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또 昆의 '맏'이란 뜻을 포함해 높고 큰 산을 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崗(언덕 강) 역시, 山을 부수로 갖고 있습니다. 역시 산을 뜻하지요. 언덕, 고개, 산등성이 등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그래서 곤강 자체가 산이 우거지고 고개가 많은 그런 깊은 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옥은 수천 년 해와 달의 정화를 받아 이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옥이 사악하고 흉한 일을 막는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하네요. 옥도 금과 마찬가지로, 숲이 우거진 깊은 산, 사람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서 오랜 세월 찾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얻어질 수 있는 그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옥이 사람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산 깊은 곳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인간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곳에서보다 자연에 더 가까이 있는 삶 속에서 옥같이 귀한 것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생존 경쟁과 대립의 상태가 극심한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결국 서로의 생명력을 고갈시키는 결과가 초래되고 맙니다. 그래서 세상을 변혁하는 힘은 변방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새롭게 꿈꾸고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시선과 꿈은, 상생하는 자연의 섭리를 더 풍요롭게 누리고 배운 장 속에서 키워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금생여수’ 또한 서로 나누고 좋은 것을 함께 할 줄 아는 사슴의 아름다움을 이뤄 가는 장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금같이 보배로운 것이 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배우고 있는 이 장이 인류 미래의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장일 수 있습니다. 경쟁과 대립, 적대, 이기심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를 살림으로써 진정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믿고 실천해 가는 교육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劍(칼 검)에는 口(입 구)가 두 개나 있고 人(사람 인)이 두 개 있습니다. 이는 여러 사람을 울릴 수도 있고(口口) 따르게 할 수도 있음(人人)을 암시합니다. 칼(刀)이 그러한 힘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僉은 '여러, 다'를 뜻하는 '첨'입니다. 의미가 확장되어 '공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을 다루려면 공정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반면 '간사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대할 때 간사하게 되기 쉽기도 하겠어요. 공정해질 수도 있고 간사해질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칼 검'이네요. 검을 잘 휘두를 수 있어야겠습니다. ^ ^
劍號巨闕(검호거궐)은 거궐이라는 칼에 대한 소개입니다. 거궐이라 이름하는 검을 말하지요. 거궐은 고대의 4대 명검 중 하나라고 하네요. 춘추전국시대 월나라의 명장인 구야자가 지은 보검이라고 합니다. 거궐은 아주 예리하고 단단해서 청동과 쇠, 그릇을 잘라도 너무 잘 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공기가 들어가서 베인 면에 기장쌀만 한 구멍이 곳곳에 나타났다고 해서 '거궐'이라고 한다고도 해요. '闕'이 '속이 비어 구멍이 났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거든요. 闕의 門(문 문) 안에 들어 있는 缺(결)은 '이지러지다, 모자라다, 비다, 없어지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闕은 '숨차다'는 뜻이 있습니다. 대궐은 높은 사람이 많으므로 숨을 죽이고 드나들어야 하는 곳이라는 데서 기인했다지요.
'巨闕(거궐)'을 뜻 그대로 풀면, '큰 대궐'입니다. 거궐이 국보로 쓰였다니 대궐의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이를 "큰 인물에게는 큰일을 맡겨야 성과도 크고, 이름난 보검일수록 좋은 주인을 만나고 큰 사람을 만나야 더욱 빛이 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珠稱夜光(주칭야광)은 야광이라는 구슬(珠주), 옥에 대한 소개입니다. 옥 중에도 밤에 환하게 빛나는 '야광주'를 대표로 내세운 것이지요. 춘추 시대 수나라 임금이 용의 아들을 살려주자 용이 지름이 한 치가 넘는 진주를 줬는데 그 진주가 밤에도 대낮같이 환했다고 해서 '야광주'라고 했다고 하네요. 옥이라 하면 '야광주'가 있다는 뜻이지요. 어떤 이는 사람이 잘났다고 떠들지만 말고 불행한 사람들과 어두운 곳에서 덕을 베풀고 빛을 주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장 불리한 조건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무얼 하든 소심하고 째째하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담력 있게, 당당하고 자신 있게, 부딪쳐 보고 거기서 기꺼이 배우고 성장한다면 더 좋을 것이 없겠지요.
'금생여수 옥출곤강'에서도 그랬듯, 검과 옥에 붙여진 이름에서도 그 이름을 붙인 이들의 바람과 소망이 읽힙니다. 그리고 그 바람과 소망이 우리의 바람과 소망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천자문이 비록 중국인이 중국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글이겠지만, 우주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稱(일컬을 칭)은 禾(벼 화)를 두 손(再[거듭 재], 爪[손톱 조])으로 들어 올려 무게를 단다고 해서 '무게를 달다, 저울'의 뜻을 지닙니다. 이 의미가 확장돼서 '일컫다'를 뜻하게 되고, 두 손을 높이 드는 의미를 상징해서 '칭찬하다'는 뜻도 가집니다.
⁋ 이제 비로소 땅의 이야기로 내려왔습니다.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제일 먼저 금과 옥에 대한 이야기, 검과 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 연에서 여수에서 난 금으로 거궐이라는 검이 만들어지고, 곤강에서 난 옥으로 야광주가 탄생한 것으로 연결 짓기도 합니다. 그렇게 두 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그런데 여기서 금과 옥, 검과 주는, 어떤 역할을 하는 물건,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금과 옥, 검과 주처럼, 발 딛고 있는 자연과 현실의 소중함을 아는 바탕에서 정성과 도전과 나눔으로 아름다움을 발하며 자신의 목적을 오롯이 구현하는 삶. 누구에게나 그러한 제 길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겠습니다.
선생님의 헌정시에 권영이가 거궐을 들고 선 멋진 청년 장군 그림으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 자신의 소감을 적어 보세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정해질 수도 있고 간사해질 수도 있는 것이 칼 검이네요. 검을 잘 휘두를 수 있어야겠습니다.'란 말이다. 세상에서 불의에 대항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은 언제나 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금생여수'에서 금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흙을 일백번 걸러 내야 할 만큼 오랜 노력 끝에 생긴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지금 뭔가가 안 된다고 해서 불평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겠다. / 하늘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들과는 다르게 1연이 아닌 2연을 배웠다. 2연을 한번에 배워도 이야기가 이어지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슴은 먹이를 찾으면 운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누어 먹을려고 그런다고 한다.
나는 항상 나누려고 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사슴처럼 열심히 나눴으면 좋겠다.
천자문 시간에 이런 큰 깨달음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좋다. / 찬미
오늘 수업을 듣고 선생님이 모든 일이나 선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거나 죽이게 되는 일이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내 선택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신중히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것이 생각났다. 나도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생명을 다치거나 죽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 은옥
집중하려고 맘을 먹고 들으니 초반엔 좀 졸리긴 했지만 전처럼 별로 들어오는 게 없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금과 옥이 물체 자체로만 있는 게 아니고 내 속에 재능돌도 그런 아름다운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더 밝게 빛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 혜민
귀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많은 수고가 있어야 되고 욕심을 내지 않고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되겠고, 나쁜 짓을 타인과 함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커서 생명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소
'검호거궐 주칭야광'에서 용의 아들이 임금에게 야광주를 준 이야기와 거궐이라는 칼이 무엇이라도 벨 수 있다는 이야기를 새로 알았다. / 예린
"만약 '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라면,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점점 집중력이 느는 것 같다. / 혜인
이번 한자는 저번보다는 쉬운 것 같다. 알고 있는 한자도 많았고, 예전에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알았던 것 중 하나는 稱 자이다. '칭찬하다'라는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 금과 옥, 검과 주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도전과 나눔으로 아름다움을 발하면서 나의 목표, 그리고 목적을 잘 구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 / 고운
오늘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고 제대로 알아간 것 같다. 금생여수옥출곤강 검호거궐주칭야광을 제대로 재밌게 알았다. 제대로 더 한자를 알게 됐다. / 재현
먹이를 발견하면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어서 벗을 부른다는 사슴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자신 혼자서 먹지 않고 같ㅌ이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 진경
오늘 배운 한자가 길었다. 근데 그 많은 한자들에서 많은 뜻이 있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비밀 얘기하는 것이 안 좋다는 걸 새롭게 깨달았다. 또 거궐의 뜻도 새롭게 배운 것 같다. / 채은
수백번 반복해 거듭하는 정성으로 비로소 빚어지는 금과 같이. 이 문장에서는 항상 무슨 일이여도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우진
오늘은 봉실선생님이 아주 중요한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나는 그중에 친구끼리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시겠다고 말하셨다. 그때 나는 절대 나쁜 아이가 되지 않겠다고 새각했다. 나도 예전에 일반학교 다녔을 때 내가 진짜 싫어하는 친구가 있어싿. 그래서 비밀일기장에서 그 친구 욕을 막 썼는데 다 들통났다. 그래서 나는 이제 고쳤고 자기가 잘못을 했으면 솔직히 말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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