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당필기 제3권
공자 후손에게 집을 하사하다〔先聖裔孫賜第〕
임자년(1792, 정조16) 8월, 상이 이문원(摛文院)에서 재계하면서 성균관 유생을 불러보고 강(講)을 시험하였는데, 기재생(寄齋生) 공윤항(孔胤恒)이라는 자가 있었다. 상이 하순(下詢)하여 그가 기묘명현인 대사헌 공서린의 9대손인 줄을 아셨다. 공서린의 5대조는 이름이 소(紹)로 공자의 53대손이 되고 그가 원나라 말 노국장공주(魯國長公主)를 따라 우리나라에 왔으니, 계보가 대단히 상세하였다.
상이 감탄하고 기특히 여겨 대신(大臣)과 경재 및 삼사에 명하여 연성공의 전례에 비추어 관작을 세습하게 하거나 집을 하사할 것을 의논하라 하셨다. 그러나 성균관의 의론이 일치되지 못하여, 마침내 공서린의 직계인 공윤동(孔允東), 공윤태(孔允泰) 등을 찾아 차례로 능참봉에 임명하였다. 이해 10월 공윤항이 《시경》으로 강에 응시하여 집을 하사받으니, 모두 거룩한 은전(恩典)이었다.
[주-D001] 공서린(孔瑞麟) : 1483~1541. 자는 희성(希聖), 응성(應聖), 호는 휴암(休巖)이다. 기묘명현이란 1519년(중종14) 기묘사화로 화를 입은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을 일컫는 말인데, 공서린 또한 이 사화로 투옥되었다가 풀려난 일이 있다.[주-D002] 연성공(衍聖公) : 송 인종 때 공자의 자손에게 내린 세습의 작호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윤조 (역) | 2020
先聖裔孫賜第
壬子中秋,上齋居于摛文院,召見泮儒試講,有寄齋生孔胤恒者。上詢知其爲己卯名賢大司憲瑞麟九代孫。瑞麟五代祖名紹,爲先聖五十三代孫。元季,隨魯國長公主東來,譜系甚詳。
上歎異之,命大臣、卿宰、三司議,倣衍聖公例,襲爵或賜宅。泮中議不一,遂訪瑞麟直派允東、允泰等,次第拜寢郞。是年十月,胤恒以《詩經》應講賜第,蓋盛典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