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위원장, 사회적 대화는 정부 균형자 역할에 달려 … "차분하게 준비해 11월 총파업 이끌겠다"
"110만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11월 총파업을 성사시켜 한국사회대전환을 이끌어내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과거 총파업과 달리 의제와 시기를 정했고 준비를 잘해 위력적인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선 정부의 균형자 역할에 달렸다고도 했다. 지난 11일 양 위원장을 만나 노동현안에 대해 들었다.
양경수 위원장은│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 분회장 출신으로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양 위원장은 2013년 기아차지부 사내하청 분회장을 맡아 처음으로 독자파업을 주도했다. 2015년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63일에 걸친 고공농성 투쟁을 이끌어 1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 올해 11월 총파업을 왜 하려고 하는가.
민주노총은 올해 사업계획으로 5대 핵심의제와 15대 요구안으로 정리했다. 5대 의제는 주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한 내용이다. 국방예산을 민생예산으로 전환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개정,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등을 담았다. 15대 요구안은 △한국사회 대전환 △불평등체제 타파 △노동기본권 등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요구했다.
사회 대전환기 이후에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전체주택 50% 국가소유로 주거문제 해결,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확충,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을 제시했다. 소득·교육·자산 불평등 타파도 요구했다. 노동기본권은 계속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과거 총파업이 관성적이라 위력적이지 못했는데?
그동안 민주노총 총파업의 한계는 시기 집중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인 준비를 할 수 없었다. 11월 총파업은 선거공약이기도 하고 실제 의제, 시기도 미리 결정하고 준비해나가고 있다. 지금부터 파업할 수 있는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을 구분해서 파업할 수 있는 사업장을 최대한 늘릴 것이다. 파업을 할 수 없는 사업장은 조합원 교육이나 총회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전체 110만명 조합원 파업을 만들어보겠다.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향과 지향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들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퇴보시켰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좋은 정책적 방향인데 오히려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삭감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4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도 역대정부와 다를 바 없었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좋은 방향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법을 개악하고 ILO 핵심협약이 담고 있는 가치를 훼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것은 좋은 프레임이었지만 자회사라는 새로운 꼼수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제1노총으로서 현 시기 노동조합운동의 제일 큰 과제는 무엇인가.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다. 많이 개선돼 11~12%라고 하는데 특히 비정규직 조직률이 낮다. 한국 사회에서 노조에 대한 인식 개선, 노조의 규모 확장이 절박한 과제다. 1노총으로서 전체 노동자를 위한 의제를 만들어 관철시키고 노동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중들의 의제를 제기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투쟁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나. 경사노위 참여 등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지 않나.
경사노위라는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게 하려면 그 운동장이 공평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정부가 적어도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 균형자적 역할을 한다면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대화할 수 있다.
지난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의 것을 빼앗기는 과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포장하는 과정었다. 전제가 틀렸고 2:1로 싸워야 하는데 들어갈 수 있겠나.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 노사정 합의를 보면 노동자와 사용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것을 뭉뚱그려 이야기했다.구분해야 한다. 노사합의가 필요한 것은 노사교섭으로 하고 사용자와 정부 논의는 그것대로 하면 된다. 노동자와 정부가 필요한 것은 노정교섭으로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는 대화를 할 수 있고 정부가 균형자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노사정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 지난해 노사정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협약’ 체결 과정에서 민주노총 정파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민주노총에 정파 문제가 없진 않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적 협약 결렬은 정파 문제 때문이 아니다. 부족한 절차와 과정, 내용의 문제를 숨기기 위해서 정파 문제를 꺼내들었다. 내부적으로는 정파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현장 조직운동’이라고 표현한다.
현장 조직운동은 대중조직에서 할 수 없는 간부 육성, 깊이 있는 정책연구, 대안 제시, 건강한 비판 등의 긍정적 역할을 한다. 대중조직의 질서나 이익에 우선해서 현장조직들이 자기 입지를 세우기 위한 활동이다. 현장조직이 갖고 있는 순기능이 크다. 대중조직의 질서와 체계를 강조하고 세워나가면 그런 폐해가 사라질 거라고 본다.
■ 대화 운동장을 어떻게 공평하게 만들 것인가.
노정교섭을 통해서 정부의 노동정책 균형추를 옮겨오고 이 과정에서 노정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노정 간의 일정한 교감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는데 사용자라는 가장 대립적인 대상과 같이 앉아서 교섭을 한다는 건 굉장한 모험이다.
■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상반기 경사노위 산하 특별위원회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산하기구에도 참여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면제나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노사자율로 정해야 한다.
■ 민주노총 방침과 다르게 경남본부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상생협약’에 합의했다.
지역은 노사민정으로 돼있는데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해 경남본부의 경우는 시기적 내용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하지만 지역별 사안별로 지역본부나 산별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노동정책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유리한 조건, 적어도 공정한 조건에서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정규직 조직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방안을 제시해달라.
제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화 투쟁에서 고소고발을 당했다. 손해배상 가압류 피해자로 경매도 당해봤고 통장도 압류된 상태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복잡해 보이지만 굉장히 단순한 문제다. IMF 이전 법 제도로 돌리면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 필요한 법안들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동안 비정규직 철폐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도 그랬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공무원 요구가 다르고 같은 금속노조라도 자동차, 조선, 철강업종의 요구가 다 다르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불법파견, 처우개선, 간접고용에 집중해야 할 단위들이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문제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것들을 구분해서 비정규직 의제를 다양화해야 한다.
당장은 비정규직 조직화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전체적으로 모아내서 과거처럼 법 제도를 돌려놓는 것이 방향이다.
■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연대기금 조성 흐름도 있다.
더 많은 파이를 가진 자본가들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나눠주는 형태가 일부 제한적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이것이 방향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청년세대 조직화를 위해 별도의 청년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그동안 청년사업도 조직사업은 조직실에서, 정책사업은 정책실에서, 미조직사업은 미조직실에서 분절적으로 진행했다. 각각 흩어져 있던 청년세대에 대한 사업을 하나로 모아내 일상적인 노동조합 사업과 구분돼 특화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청년사업은 청년들이 해야 한다. 올해 11월 총파업 때 '청년노동자대회'를 하려고 한다. 청년노동자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그곳에서 스스로 의제를 발굴해서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이나 후년에는 청년부위원장, 청년위원회를 제도화시킬 계획이다.
■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법제화시키겠다고 했다.
특성화고는 교과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1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내년 교과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모의교섭을 통해 노동자가 돼 보기도 하고 사용자 입장에 서 보기도 한다.
경기본부장일 때 2019년 경기도와 노정교섭을 통해 대학생 노동인권교육에 합의했다. 재정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강사는 대학노조 교수노조 민주노총이 풀을 마련했다. 첫해 4개 대학, 지난해 9개 대학이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는 14개 대학이 신청했다.
현재 특성화고 강사풀이 제한적이다. 퇴직한 노조간부들이 참여하면 생생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기관에서 기본 교양강좌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 민주노총 방송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인터넷 방송를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시기별 사안별 제작된 영상을 노출하는 정도였다면 초기에는 다양한 컨텐츠로 주간 3~4편으로 정례화하려고 한다. 조합원 교육으로 기본, 의제별, 사안별로 영상 컨텐츠로 제작하려 한다.
또 다른 기능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창구 역할이다. 우리 목소리를 언론이 실어주지 않고 왜곡한다고 불만만 제기할 수는 없다.
재미있고 발랄하게 내용에 맞는 다양한 유튜브 채널로 만들려고 한다. 현장 조합원들의 사연을 받고 중앙의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다. 조직 내 소통과 단결을 만들어내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개국은 노동절인 5월 1일로 잡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무엇인가.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라는 기본입장은 변한 적이 없다. 문제는 진보정당이 분열이다. 단결해야 한다는 명제는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경로가 없었다. 대부분 논의도 상층에 머물러 있다.
민주노총의 대중적 힘이 강해질수록 진보정당을 견인할 수 있는 힘도 비례해서 강해진다. 민주노총은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투쟁 속에서 진보정당들을 대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지원하려 한다. 민주노총이 세액공제로 100억원 정도는 쌓아놓고 "돈을 댈 테니 힘 모아서 합시다" 정도는 돼야 가능하리라 본다.
내부준비로 11월 총파업, 대선에 노동의제를 이야기해서 빠르게 조직적 정비가 되면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제 임기 안에 어렵다면 그 토대만이라도 마련하려고 한다. 그래야 차기 지도부 첫해인 2024년 총선 때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선거연합정당을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한남진 기자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80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