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걸음
내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안이 먼저 찾아옵니다.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의심하다 보면 죄책감이 스며들고, 행운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곰곰이 찾아보게 됩니다. 그 이유란 대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들이어서 더욱 초조해집니다. 요 며칠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막 어른의 세계로 들어섰던 대학생 때 일입니다. 민주적인 교내 운영과 구성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서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낼 때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학교옥상에서 김밥을 먹거나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얻어 낸 것들을 편하게 누렸습니다. 이십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내가 되는 꿈』이란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홈스위트 홈}을 쓰지 못했을 겁니다. 두 소설 사이에 연결되는 사유가 있고 해답을찾지 못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제야 언니에게』를 쓰지 않았다면 『내가 되는 꿈』또한 쓰지 못했을 거예요. 「겨울방학」이란 단편과 「유진」 또한 그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모든소설들은 유사한 질문의 고리로 이어집니다. 제자리를 맴도는것 같지만 한 걸음씩 방향을 바꾸며 꾸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풍경과 향기와 바람과 날씨는 매번 다릅니다. 그러니 어쩌면 다음 소설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처럼 나 또한 나를 돕는 중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쓰고 있습니다. 그 믿음이 부디 나를 등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