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정보경
울타리 아래 고개 숙인
천리 밖의 사모하는 님아
어두운 밤길 찾아오시어
길 밝히며 그리 애달픈 마음
꽃으로 피어올라
달이 뜨고 질 때까지
그 사랑을 다하나요
꽃잎 속에 숨어있는
이슬 같은 눈물은
당신의 눈물이던가요
달빛 아래 피고 지는
노란 달맞이꽃
구름에 가릴세라 천둥 치며
비 올세라
꽃을 피며 달맞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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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밭 / 정보경
비 오는 여름날
찜통에 고구마를 삶는다
엄마는 큰 밭 뙤기 황토밭에 이랑 내어
고구마를 심으셨다
여름방학이면 언니와 난
엄마의 일손 돕는다고
머리를 위로 쪽지어 놓고 비녀 꽃은 듯
잡풀 메어 호미로 찍어대면
상처 난 고구마의 눈물이 찐하게
손끝에 묻어오곤 했다
산밭을 매면
저 밑 땅에서 지진이라도 났던 걸까요?
민들레랑 곰밤부리 풀 캐내
밭둑에 휙 던지고 호미질하면
팔뚝만 한 자주색 고구마가
세상 문을 열고 걸음마를 떼고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엄마의 밭고랑에 천둥번개 치며 내리고
...
찜통 뚜껑을 열어보니
잘 익은 고구마 속에
한 줌의 뜨거운 엄마의 눈물과
줄기에 매달린 사마귀,
널뛰기하는 방아깨비,
이랑에 숨어 있던 청개구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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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구르네 / 정보경
문학산 칡꽃 나무 아래
초롱초롱한 별 내려오면
행여나 오실세라 단풍잎에
그대 이름 걸어두고
나는
귀뚜리, 억새풀, 솔바람 소리를
기다리네
바람에 흔들려 나뭇잎 떨어지고
곱게 부서지는 순정의 눈물
뚝뚝 흘리면
붉은 립스틱 바르고
칡꽃 차 우려 마실 때
창밖 고운 단풍 한잎 두잎
가을길을 구르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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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움 / 정보경
그 사람 가을 밤하늘
무수히 많고 많은 별들 중에
안드로메다 별을 닮았네
마음에 닿아가려
손 뻗으면
내 그리움 닿지를 않아요
보고 싶어 이름 부르면
저 하늘 흰 구름 되어
둥둥 떠다니고
서걱서걱 눈물이 나요
아 ! 단풍비 내리고
몹쓸 놈의 고독이
출렁거리네
가을별 쓰러지듯
샛노란 은행잎 창밖에 구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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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소리 / 정보경
붉은 대추 주름 잡아가는
집 마당에 콩 베어 말려 펼쳐두고
아버지와, 품앗이 장골 아저씨
도리깨질 내리치는 소리에
참새 서너 마리 앉아 놀다
놀래 자빠지듯 날아간다
어기차 어기차
도리깨 돌려 착착착
서리태 때리면 꼬투리에
콩 털어지는 소리 들리고
세상을 휘익 둥글게
휘젓는 목도리깨꾼이
옹헤야 메김소리를 하면
신바람 난 우리 집 늙은 소도
음매 음매하였다.
카페 게시글
파랑새 제6집 작품 접수방
파랑새 정보경 (달맞이꽃 외 5편)
정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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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
22.09.29 00:4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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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한 작품 기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꾸미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