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개와 고양이의 구슬다툼
개와 고양이가 주인의 은혜를 갚기 위해 주인이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는 과정에서 서로 다투어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다는 설화. 동물유래담에 속하며, 동물의 보은담적 성격도 매우 강하다.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나빠지게 된 유래’, ‘견묘쟁주(犬猫爭珠)’, ‘견묘보주탈환(犬猫寶珠奪還)’이라고도 불리며, 전국적으로 널리 구전되고 있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늙은 부부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큰 잉어를 잡게 되었는데, 잉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가엾어서 놓아주었다. 다음날 노인이 바다에 가니, 한 소년이 나타나 용왕의 아들이라고 하며 노인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그를 용궁으로 초대하였다.
용왕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보배 구슬을 얻어 돌아온 뒤, 노인 부부는 큰 부자가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이웃 마을 노파가 속임수를 써서 구슬을 가져가 노인의 집은 다시 가난해졌다.
그 집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는 주인의 은혜를 갚고자 이웃 마을 노파의 집으로 찾아가서 노파의 집 쥐왕을 위협하여 구슬을 되찾게 되었다. 돌아오던 중, 강을 건널 때 개는 헤엄을 치고 고양이는 등에 업혀 구슬을 물고 있었는데, 개가 구슬을 잘 간수하고 있느냐고 자꾸 묻자 고양이는 대답하다가 구슬을 물에 빠뜨렸다.
그 책임으로 서로 다투다가 개는 집으로 갔지만, 면목이 없어진 고양이는 강 건너편에서 물고기를 얻어먹다가 그 속에서 구슬을 찾게 되어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주인은 고양이를 우대하고 개를 집 밖에 거처하게 하고 박대했으므로, 그 뒤부터 둘의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잉어를 살려주고 구슬을 얻는 과정과,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가 결합되어 있다. 전반부의 구슬 획득 과정은 각 편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나타난다. 잉어(또는 자라)로 변신하였던 용왕의 아들이 보은하는 부분 대신에, 복수하려는 이시미(:‘이무기’의 방언)를 아내가 지혜로 물리치는 ‘꿩과 이시미’ 설화로 전반부의 구슬 획득 과정을 설명하는 각 편이 많은데, 각 편에 따라서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도 하다. 용궁에서 받은 보물도 구슬 또는 여의주·연적으로 변이되며, ‘꿩과 이시미’가 결합된 각 편에서는 네모 또는 세모난 구슬로 구체화된다. 구슬을 가져가는 대상도 방물장수·친구로 변이되며, 그들이 구슬을 바꿔치기 하거나 빌려 갔다가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각 편에 따라서 개와 고양이 사이가 나빠진 유래를 생략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설화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유럽·아프리카·북미·남미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 이 설화는 전체적으로 동물보은담과 ‘견묘쟁주’의 결합형과, ‘꿩과 이시미’와 ‘견묘쟁주’의 결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의 변이는 이 설화가 동물유래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보여 주는 예가 된다.
앞의 것은 두 개의 보은담이 연속된 것으로서, 고난의 해결이 동물의 보은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고, 뒤의 것은 의외의 고난 상황을 인간의 지혜로 타개하는 적극적인 변모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뒤의 이야기형은 앞의 이야기형보다 후대의 것으로 보인다. 이 설화는 동일 유형 속에서 인간의식의 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朝鮮傳來童話集(朴英晩, 學藝社, 1940), 朝鮮民族說話의 硏究(孫晉泰, 乙酉文化社, 1947), 한국전래동화독본(이상로, 乙酉文化社, 1963), 韓日民譚의 比較硏究(成耆說, 一潮閣, 1979),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견묘보주탈환설화(犬猫寶珠奪還說話)
한국 설화. 옛날 어떤 늙은 부부가 바닷가에서 고기를 낚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큰 고기가 잡혔으나 눈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고 비는 것 같아 그대로 물에 놓아 주고 돌아왔다. 이튿날 해변에 나간 할아버지 앞에 한 초립동자가 나타나 그를 용궁으로 안내했다. 살려 준 고기는 용왕의 아들이었다. 후한 대접을 받고는 보물구슬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큰 부자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강 건너 노파가 할머니를 꾀어 구슬을 훔쳐 갔으나, 이 노부부가 기르던 고양이와 개가 이를 되찾아 가지고 오다가 강에 떨어뜨렸다. 고양이의 노력으로 구슬은 다시 이들에게 돌아왔다. 노부부는 공이 큰 고양이는 방에서 기르고 개는 밖에서 살게 했으므로 개는 고양이를 미워하게 되어 지금까지 개와 고양이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서울·개성(開城)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전하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부리아트족(Buriat;바이칼호 동부에 있는 몽골족)에게도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고려 중엽 이후에 많은 몽골인·거란족이 이주, 귀화할 때 가지고 온 설화로 추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