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2년경 유배에서 풀려난 김맹성과 직지사에서 만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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宿直指寺。與金善源 同賦。
직지사에 자다. 김선원과 부를 같이 짓다
매계(梅溪) 조위(曺偉,1454~1503)
東華十載久迷津(동화십재구미진) 조정에서 십년동안 길 헤맨지 오래다가
今日禪房岸角巾(금일선방안각건) 오늘은 선방에서 각건 매고 기대앉으니
霜後烏稗渾脫葉(상후오패혼탈엽) 서리 뒤의 기장은 잎을 벗고 어수선한데
月中鴦瓦漸生鱗(월중앙와점생린) 달빛 아래 원앙와는 비늘처럼 번득이네.
篆盤香細寒更促(전반향세한경촉) 향로의 향불은 가늘어지며 찬 새벽 재촉하고
佛榻燈昏軟語眞(불탑등혼연어진) 불탑의 등불 가물거려도 한담은 그대로이네.
滿耳石泉淸不寐(만이석천청부매) 귀를 채우는 석천 소리 잠 못 이루게 맑은데
明朝其奈踏紅塵(명조기내답홍진) 내일 아침 어찌하여 홍진을 밟으리.
*동화(東華) : 송나라 궁성의 동쪽 문 이름인데, 입조(入朝)할 때 이 문을 이용했다. 참고로 소식이 “서호의 풍월이 동화의 뿌연 먼지만 못하다.〔西湖風月不如東華軟紅香土〕”라는 전인(前人)의 희어(戱語)를 인용하였다. *각건(角巾) : 지방관아의 객사에서 심부름을 하는 사내종이 예식 때 머리에 쓰는 쓰개를 이르던 말. *앙와(鴦瓦) : 암키와와 수키와가 조화롭게 짝을 이룬 것
與金善源孟性 叔度 往直指寺聯句
김선원 맹성, 숙도(曺伸)와 함께 직지사에 가서 구를 잇다.
조위(曺偉,1454~1503)
*대허(大虛) : 조위(曺偉,1454~1503) 字태허(太虛), 號매계(梅溪).
*선원(善源) : 김맹성(金孟性,1437~1487) 字선원(善源). 號지지당(止止堂). 星州牧 伽川里 거주
*숙도(叔度) : 조신(曺伸,1454~1529) 字숙분(叔奮), 號적암(適庵).
故國秋將盡(고국추장진) 고국에도 장차 가을이 다 지나가고 / 고향 땅에 가을이 깊어지는데
招提共客尋(초제공객심)大虛 다 같이 손을 들어 찾아보고 / 초대한 객과 함께 (절집)을 찾으니
淸川吟裏咽(청천음리인) 맑은 샘물속에서 목매어 불러 보았으나 / 맑은 시냇물 흥겹게(목청껏) 노래하고
香霧望中深(향무망중심)善源 향기로운 안개가 자욱한 곳만 바라보이고 / 향 연기 눈 앞에 짙어지네.
*초제(招提) : 범어(梵語) caturdeśa의 음역(音譯)으로, 사원(寺院)의 별칭이다.
日亂禽魚影(일란금어영) 날로 새와 물고기 그림자만 어지럽고 / 햇살에 새와 물고기 그림자 어른거리고
風傳樵牧音(풍전초목음)叔度 바람은 목동들의 나무하는 소리만 전하고 / 바람결에 초동과 목동노래 들리는데
煙濃村易暝(연농촌역명) 연기짙은 촌락은 어두움으로 바뀌고 / 연기 짙은 마을은 어둠으로 바뀌고
葉脫樹無陰(엽탈수무음)大虛 나무와 잎은 떨어지고 그늘이 없으니 / 앙상한 나무가지 그늘도 없어졌네.
癯瘦東西嶺(구수동서령) 파리한 동서고개에 높고 낮고 / 동서의 고갯마루 앙상하게 펼쳐있고
高低上下林(고저상하림)善源 높고 낮고 올르내려도 수풀인데 / 높고 낮은 곳으로 수풀 속을 오르내리네.
霜威催晩稼(상위최만가) 서리올까 농사일을 재촉하고 / 서리는 가을 걷이 재촉하고
歲事迫單襟(세사박단금)叔度 세상에 일은 얇은 옷을 멀리하네. / 세월은 홑 옷깃 다그치네.
*구수동서령(癯瘦東西嶺) : 한퇴지(韓退之)의 시에, “가을 서리가 모질게 깎기를 좋아하여, 홀로 우뚝 선 산모습 몰라보게 야위었네.[秋霜喜刻轢 磔卓立癯痩]”라는 구절이 있다. 《韓昌黎集 卷1 南山》
隔水聞寒犬(격수문한견) 멀리서 물소리와 개짓는 소리 들리고 / 개울 너머 개짖는 소리 들리고
連村響夕砧(연촌향석침)善源 마을마다 저녁이면 다음이 소리 들리고 / 마을마다 다듬이 소리 울리는데
蹇驢穿翠密(건려천취밀) 외로운 나귀가 고요한 산간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 / 야윈 나귀 몰아서 울창한 숲 지나며
短策上嶔岑(단책상금잠)大虛 아마도 높은 산에 오르는게 상책이다. / 짧은 지팡이 짚고 험한 산 오르네.
境訝雲霞雜(경아운아잡) 이곳은 구름과 노을을 모두 맞아 들이니 / 구름과 저녁 노을 어우러진 경치에
客無塵累侵(객무진누침)叔度 나그네는 오래 머물지 못하겟노라. / 속세에 찌들은 시름을 잊네
鳴鍾知近寺(명종지근사) 종이 울리니 절이 가까이 있는 것을 알겠고 / 종소리는 절 가까움 알리는데
賖酒恨無琴(사주한무금)大虛 술을 오래 먹어도 거문고 없는 것이 한이로다 / 술 따르며 거문고 없음을 한탄하네.
俯澗高臺闢(부간고대벽) 굽은 골짜기에 높은 데는 활짝 열리니 / 개울가 굽어보는 높은 대에 다다르니
迎人老衲欽(영인노납흠)善源 장삼입은 노인이 공손하게 맞이하네. / 늙은 스님 공손히 손님을 맞이하네.
淸遊茲不忝(청유자불첨) 고요히 놀기 좋은 곳이니 / 좋은 유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고
福地興難禁(복지흥난금)叔度 흥을 금할 길이 없구나. / 복받은 땅에서 흥을 금하기 어렵네.
夜月聞僧偈(야월문승게) 달밤에 스님의 염불소리 / 달빛에 스님의 게송이 받들고
松風聽鶴吟(송풍청학음)大虛 구성지고 학이 노래하는 소리 솔바람타고 들리고 / 송풍에 학의 노래 들리는데
高談霏似屑(고담비사설) 안개비 같이 자욱하네. / 높은 담론 은가루처럼 날리고
佳句擲如金(가구척여금)善源 아름다운 시 한구절 던져 주는 것이 황금과 같이 / 좋은 글귀 황금처럼 던져지네.
實殿輝丹榜(실전휘단방) 대웅전 단방에 비추어 / 대웅전에 붉은 편액 빛나고
金爐起錄沈(금로기록침)大虛 황금같은 향로의 빛은 반짝이네. / 금빛 향로에 푸른 연기 피어 오르네.
山川元自古(산천원자고) 산천은 예로부터 / 산천은 원래 옛부터 있었지만
結搆到如今(결구도여금)叔度 서로 얽히어 오늘에 이르고 / 인연은 얽히어 지금에 이르렀네.
支許同揮塵(지허동휘진) 줄기마다 사슴이 뛰는 것 같고 / 지둔과 허순은 속세에서 함께 빛났고
陳雷共話心(진뢰공화심)善源 우뢰치니 말과 마음이 같아지고 / 진중과 뇌의는 속마음 같이 했네.
報更鈴已轉(보경령이전) 대답하듯이 다시 방울 딸랑딸랑하니 / 삼경 알리는 방울소리 이미 바뀌어
執燭僕難任(지복복난임)叔度 촛불을 잡고 잇는 동자는 견디기 어려워 / 등불 잡은 하인도 맡은 일 하기 어렵네.
*지허(支許) : 진(晉) 나라의 승려 지둔(支遁 자(字)는 도림(道林))과 학자 허순(許詢)을 가리킨다. 두 사람이 함께 회계왕(會稽王)의 집에 있었을 적에 지둔은 법사(法師)가 되고 허순은 도강(都講)이 되었다고 한다. 《世說新語》 참고로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支許徒思遊白月 夔龍未放下淸天”의 구절이 있다. 《白樂天詩集 卷14 宿香山寺 酬廣陵半相公見寄》 *진뢰(陳雷) : 후한(後漢)의 진중(陳重)과 뇌의(雷義)를 가리킨다. 우의(友誼)가 매우 두터워 향리에서 “아교와 칠을 두고 단단하다 하지만 뇌의와 진중만은 못하리라.[膠漆自謂堅 不如雷與陳]” 하고 일컬었다 한다. 《後漢書 獨行 陳重 雷義傳》
渴解張梨嚼(갈해장리작) / 목이 말라 배만 먹고 있는데 / 배를 꺼내 십으며 갈증을 풀어내고
愁消杜酒斟(수소두주짐)善源 / 두견주 한 잔 마시면 세상 근심 없을 것 같은데 / 팥배주를 따르며 우수를 없애네.
當知情款款(당지정관관) / 아마도 기다리고 있으면 주겠지 / 끈끈한 정을 마땅히 알고
肯恨歲駸駸(긍한세침침)叔度 / 세월은 말 달리 듯 지나 가는 것이 / 달려가는 세월을 당연히 한탄 하네.
山水堪行樂(산수감행락) / 세월을 견디며 요요히 흘러 가는 구나. / 산수는 가서 즐길 수 있지만
簪纓不足歆(잠영부족흠)善源 / 명문 거족도 부럽지 아니하도다. / 높은 벼슬 흠모할 게 못된다네.
他時好分付(타시호분부) / 어느때나 같이 나눌 것 같으면 / 다른 때에 분부한 게 좋다면
作意更登臨(작의경등림)叔度 / 다시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 / 마음먹고 다시 올라와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