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98구간 (검암역 – 할메산 – 독정역 – 마전중학교(마전역) – 가현산 – 가현산 입구 – 해병2사단.향동 정류장, 13km, 2024년 3월 4일) 걷기
97에 이어 오랜만이다. 보통 산길이 있는 관계로 일기가 영향을 미친다. 눈이 온 후에는 산길이 질퍽거려서 가기가 좀 어렵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간에 평지의 여러 곳을 걷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서해랑길에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쌍문역, 서울역에서 갈아타고 검암역에 도착했다.
검암역 앞에서 두리누비 인증 사진을 찍었다. 아라뱃길을 볼 수 있는 서천교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랐다. 서천교에서 바라보는 아라뱃길의 풍광은 한가롭다. 사람보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을 40분 정도 걸어 할메산 입구에 이르렀다.
산은 아무리 작은 산도 올라야 하고 오르는 길은 다리에 힘이 간다. 힘듦이 있어 산에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할메산은 노인도 오를 수 있는 산이라 붙은 이름이 아닐까 생각되는 산이다. 오르고 내리는데 1시간 정도의 야트막한 산이다.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뒷동산 같다. 할메산 정상에서 캔커피에 단팥빵, 바나나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느긋하고 여유로움에 젖는 시간이다. 삼백육십도 원을 그리며 자연과 하나 되는 눈을 채운다.
98구간에 검암역, 독정역, 마전역 세 곳의 전철을 지나게 된다. 검단이라는 도시다. 신도시라는 곳은 예외없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하늘의 보이지 않는 별만큼이나 아파트가 많다. 그리도 많은 아파트에 내가 쉴 곳은 없다. 기실 그런 능력이 되어도 나는 아파트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천민자본주의 탐욕 덩어리의 맞물림이다. 자본과 투기의 집합이다.
별처럼 많은 아파트 사이로 무거운 발걸음조차 살짝 절며 폐지를 줍는 노인이 지나간다. 작은 손수레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자원 재활용과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분들이다. 자본이 주인 행세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바닥이다. 1킬로그램에 천 원은 해야 하건만 겨우 60원 내외다. 천 원이라고 해봐야 100킬로그램이면 10만 원이다. 주 5일 근무제 적용하면 한 달 2백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신고제로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해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화려한 아파트에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부익부 빈익빈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가현산(歌絃山)이다. 98구간이 끝나는 지점까지 가현산 길이 이어진다. 계단이 숨을 거칠게 한다. 잘 꾸며진 묘지도 많다. 주인을 잃어 훼손도 묘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모양성에 아버지도 하늘에 닿았다. 바람의 춤사위에 맞춰 아버지는 우리와 인사를 나눴다. 어린 시절 모양성은 꿈의 공간이었고, 놀이터였다. 아버지의 안식처가 된 성은 머지않은 시간에 나의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다.
묘각사 입구에 자리한 배꼽이 튀어 나갈 것 같은 배불뚝이 부처는 무얼 상징하는지 알 수 없다. 어느 절이든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표정은 온화해 살가운 느낌을 주지만, 배가 터질 것 같은 모양은 배부른 돼지를 연상하게 된다. 부처의 어떤 역설과 상징이 있는지 모르겠다. 돈과 권력, 명예 등 적대적 공생 속에 더러운 탐욕을 진영으로 이용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곱게 보이지 않는다.
천, 강에 쌓인 쓰레기에 비하면 산에서 만나는 쓰레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차마 사진으로 찍기가 싫었다. 쓰레기가 가득 든 큰 검정비닐을 나무에 매달아 두고 간 인간도 있었다. 쓰레기는 버리지 말자. 해병2사단.향동 사거리 길에 쓰레기가 춤을 추고 있었다. 너무 많다. 욕이 저절로 나온다. 인천 서구에 속한다. 동네 이름까지는 모르겠다. 선출직 기관장의 관용차를 모조리 없애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게 해야 한다. 관용차 타고 획획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다. 길만 만들어 놓지 말고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제발 좀 걸어봐라. 걷는 만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일반 시민도 만나고 보일 것이다.
서해랑길 99구간은 육지가 끝나는 구간이다. 강화도는 100~103구간이다. 대중교통 편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움직이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