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황색 신호가 켜지면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가속하면 통과할 수는 있지만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똑똑하고 까칠한 카메라가 눈을 부라리고 있어
과속이나 신호 위반으로 단속되기 때문입니다.
정지선에 멈추어 있을 때 가끔 손님들의 불평을 듣습니다.
지나갈 수 있는데, 다른 차는 가는데 왜 안 가느냐고요. 반면에 안정적으로 운전해서 좋다는 손님도 계십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손님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반응이 엇갈리곤 합니다.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해석과 평가가 다르듯이
한 편의 시를 읽고도 독자들의 느낌이나 공감의 정도는 다를 것입니다.
휴지통에 버려졌다가 눈 밝은 이의 도움으로 빛을 본 시도 있다고 합니다.
유명시인만큼 시를 잘 짓지 못합니다.
공부도 못하고 독서량도 적어 세련되게 문장을 쓰지 못합니다.
울컥울컥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꾹꾹 눌러왔던 억압된 감정을 이순이 넘어서야 서툰 솜씨로 뱉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택시 영업을 하면서 틈틈이 지은 시를 모았습니다.
모든 분의 사랑과 공감을 얻지는 못해도 저의 작품을 아껴주시는 분이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2023년 가을을 보내며
이하재
이하재
1955년 충남 공주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 얻은 서러운 병으로 청춘을 방황하며 보내다가
택시 운전을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탓에 세상의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2017년 독학 학위제로 국문학사가 되고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편입하여 공부하였다.
2018년 ‘시사문단’과 ‘월간시’로 시인이 되고 2019년에
‘한국산문’으로 수필가가 되었다.
2022년에 첫 시집 『허공에 그린 얼굴』을 출간하였다.
풍경의 자식들
하늘을 가르고 바람이 다녀갈 때마다
대웅전 처마 끝에서 풍경은 소리를 낳는다
코스모스처럼 가늘고 맑아 향긋한
오래오래 가슴 속에 담아두고 싶은 소리
풍경은 옆구리가 터져 멍이 들도록
소리를 낳고, 낳고, 낳고…
바람에 업혀가던 소리는
절문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허공 속에 묻힌다
바람과 풍경이 만나면 소리를 낳는다
인연 따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 12쪽 ‘풍경의 자식들’ 전문
구름 공장
우리 동네에는 구름 공장이 있다
추운 겨울이면 날마다
하늘만큼 높은 굴뚝에서
흰 구름이 뿡뿡 뿡
멈추지 않고 나온다
파란 하늘로 올라가던 구름은
꼭 그 자리에서
솜사탕처럼 녹아 없어진다
하늘나라 아이들이 먹나 보다
문득
천사처럼 날아간
아이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 34쪽 ‘구름 공장’ 전문
팽이치기
씽씽
어지럽게 돌아가는 팽이
돌고 돌다가 힘이 부치면 주저앉는다
휙휙
허공을 찢어발기는 소리
팽이채는 팽이를 죽도록 때려서 살린다
팽이는
아픈데 맞고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고
팽이채는
지치도록 매질하다 너덜너덜 닳아지고
- 60쪽 ‘팽이치기’ 전문
꿈
길을 걷다가 답답해
마스크를 벗어 하늘 높이 던져버렸다
하얀 달이
잎이 모두 떨어진
벚나무 가지를 타고 앉아
가엾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쑤군덕거리며 손가락질을 하였다
뒤통수가 가려워 깨어났다
마스크는 외출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 97쪽 ‘꿈’ 전문
빗물
겁나게 시커먼 구름 속에도
엄니의 젖처럼 큰 사랑이 있다
토닥토닥 세상을 적셔주면
보도블록 틈에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풀이 모가지를 길게 내밀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가로수
가지들이 두어 뼘씩 자란다
홀쭉해진 구름은 백발을 날리며
멀어져 간다. 엄니처럼
- 119쪽 ‘빗물’ 전문
출판사서평
고통의 삶을 넘어 행복의 빛을 찾아서
- 이하재의 시세계
이하재 시인은 택시 기사다. 문학과 거리가 멀기만 한 직업에 종사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아오던 시인은 2012년 참아내기 힘든 슬픔에 빠지고 만다. 24살의 건강한 청년, 그러나 마음의 병을 앓던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이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으며 깊은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시인은 어느 날 컴퓨터 화면 속에서 ‘독학 학위제’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된다.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40년이 넘도록 책과 담을 쌓고 살았는데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국문학사가 된다. 마음속에서만 꿈틀거리고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시인은 ‘시인디지털대학교’에 편입하여 문학 공부를 계속하였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그 이듬해 ‘한국산문’에서 수필로 등단하였다.
등단은 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택시기사다. 택시 영업을 하면서 틈틈이 쓴 시로 첫 시집 『허공에 그린 얼굴』을 2022년에 출간하였고, 이번에 104편의 시를 모아 『눈물로 피운 꽃을 사랑하랴』를 출간하게 된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첫댓글 이하재 시인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구름 공장을 읽어보니 정지용의 유리창이 생각납니다.
이하재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더욱 건필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분도 그랬었지요.
이쪽과 저쪽은 소통할 수 없는 다른 공간입니다,
이하재 시인님, 시집 발간 축하합니다.
'풍경은 옆구리가 터져 멍이 들도록 소리를 낳고'
'팽이채는 팽이를 죽도록 때려서 살린다'
시어가 참 곱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향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새해도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
시인님의 시는 가슴 시린 슬픔과 함께 진한 위로를 주지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서툴지요. 더 배우겠습니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문향이 만방에 퍼지길 바랍니다.
꿈이지요. 사방에라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두 번째 전체 메일로 출간 안내 보냈습니다.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