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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당하지 못한 출세 그 즉시 그는 약상자의 뚜껑을 닫고는 상자 안의 다른 물건들을 보았다. 모두가 헌책과 헌옷 나부랭이뿐이었다. 그리고 그밖에는 이백 냥 남짓한 은자가 있었다. 이 은자를 그는 조금도 중시하지 않았다. 색액도가 그에게 사십오만 냥이라는 은자를 주겠다고 응낙한 것은 고사하고 이후로 그들과 주사 위 놀음을 하더라도 수백냥의 은자는 가볍게 따 올릴 수 있었던 것이 다. 그는 소계자의 옷상자에서 다른 장포를 끄집어 내어서는 몸에 걸쳤 다.그런데 옷을 바꾸어 입으려고 보니 그가 걸치고 있는 가볍고 부드 러운 검은 빛 잠뱅이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약간 어 리둥절하게 생각했다. (그 늙은이가 나의 장포에 커다란 두개의 구멍을 냈는데 이 옷은 어 째서 전혀 구멍이 나지 않았을까? 이것은 오배의 장보고(藏寶庫)에서 찾아낸 것이다. 만약에 보의(寶衣)가 아니라면 오배가 어찌 장보고 안 에넣어 두었겠는가?) 그리고 그는 생각을 달리했다. (그 늙은이가 나를 차서 박살내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이 위소보의 무 공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배의 보의 덕에 목숨을 건진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색형님이 나에게 입으라고 권한것은 선견지명이 있다 고 할 것이고 내가 입은 이후에 벗지 않은것도 선견지명이 있다고 할 수 있겠구나.) 위소보가 적이 의기양양해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 밖에서 사람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공공(桂公公),경사났소. 경사요. 빨리 문을 열어주시오." 위소보는 한편으로 단추를 끼우면서 한편으로는 문을 열며 물었다. "무슨 경사요?" 문 밖에는 네 명의 태감이 서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위소보에게 허 리를 굽히고 아침인사를 하더니 일제히 부르짖었다. "계공공 축하합니다." 위소보는 웃었다. "이른 아침부터 왜 이리도 깍듯하게 나오시오?" 그러자 한 명의 사십여세 되는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 태후께서는 내무부(內務部)에 승지를 내렸습니다. 해대부 해공공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으니 상선사부총관(尙膳司副總管)인 태감 의 지위는 계공공에게 맡도록 하라는 분부이셨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명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내무부 대신(大臣)이니 그와 같은 은지(恩旨)를 전달하기 전에 이곳으러 달려와 계공공에게 축하를 드리는 것입니다. 금후 계공 공께서는 상선사를 통할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잘되었습니다." 위소보는 태감의 벼슬에 오르게 된 것이지만은 별로 대단스럽게 여 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태후가 나의 계급을 올려 준 것은 어젯밤 일에 대해서 조금도 누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리라. 이제 나의 벼슬을 올려 주지 않는다해도 나는 함부로입을 열어 말할 수가 없다. 머리통이 떨어지게 된다면 입 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를 이렇게 벼슬을 올려 주 신 것을 보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지않으니 안심이 된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되자 그는 싱글벙글하며 은표를 꺼내 전갈을 해준 보답으로 한사람당 각기 50냥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한명의 태감이 말했다. "우리 궁안에서는 한번도 부총관이 계공공처럼 젊은 사람이 있으 적 이 없었소이다. 궁의 총관태감은 열네 분이고 부총관의 태감은 여덟 분으로서 그야말로 가장 벼슬이 높으신 분이라고 할수 있는데 모두 스 물 두분에 불과하지요. 본래 삼십세 이하의 사람은 두시지 않았습니 다. 그런데 계공공이 오늘과 같이 부총관이 되시니 내일은 바로 장총 관이나 왕총관등과 자리를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얼마나 대단합 니까?"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모두들 계공공을 황상께서 총애하시는 분인줄로 알고 있었으나 태 후께서도 계공공을 충시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아마도 반년이 지나지 않아 총관이 되실겁니다. 이후에는우리 형제들을 잘 돌봐 주시 기 바랍니다." 위소보는 가볍게 웃었다. "모두들 한집안 사람과 다름이 없고 형제들과 같은 처지인데 새삼스 럽게 잘봐달라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시오. 이것은 태후와 황상의 은전이 아니겠소? 이 소계자가 무슨 공로가 있다고...." 그는 자기의 생색을 내세우지 않고 태후와 황제의 은혜로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자자. 모두들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나눕시다." 그러자 중년의 태감이 말했다. "태후의 승지는 내무부로 전달이 되었으니 내무부에서 다시 전달되 려면 오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계공공을 모시 고 가서 한 잔 마시며 공공께서 두계급이나 높으게 된 것을 축하하도 록 합시다." "계공공. 지금은 오품의 벼슬아치이니 정말 대단한 벼슬입니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도 덩달아 위소보를 추켜올리며 술을 마시자 고 했다. 위소보는 이 며칠 동안 남을 떠받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으나 자기를 추켜올려 주는 일이 결코 싫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문에 열쇠를 잠그고는 네 사람을 따라갔다. 네사람 중에서 두사람은 태후의 신변에서 돌보는 사람으로 태후의 명을 받아 내무부로 승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소식을 얻어 달려온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상선감의 태감으로 한 사람은 양식을 구입 하는 직책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찬거리를 구입하는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 다 궁안에서는 두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들 두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해대부가 병으로 죽었다는 소 문을 듣자 즉시 내무부의 문밖을 지켜서서 한 걸음도 옮기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해대부의 자리를 메꿀 것인지 알아내는 즉시 달려 가 손을써 자기의 직위를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어쨌든 네사 람은 위소보를 황궁의 주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공손하게 위소 보를 중간의 제일 윗쪽자리에 앉혔다. 중앙의 요리장은 이 소년이 바 로 내일부터 자기의 상관이라는 것을 알고있는지라 정성을 다해서는 맛좋은 음식을 만들었다. 그와 같은 음식은 아마도 태후와 황제라고 하더라도 평소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위소보는 술을 마실줄 몰랐다. 그저 그들을 따라 정신없는 말을 지 껄였을 뿐이었다. 이ㄸ 한 명의 태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공공의 위인은 정말 좋았으나 애석하게도 몸이 좋지 않았고 애석 하게 눈마저 멀게 되었죠. 이 몇 년 동안 상선감의 일을 돌본다고는 했으나 한 달 가운데 하루나 이틀쯤 부엌에 들릴ㄸ도 많았죠." 다른 한명의 태감이 말했다. "다행히 모두들 충성으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 었지요." 또 다른 한 명의 태감이 말했다. "해로공은 돌아가신 황제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노신(老臣)이었지. 마약에 돌아가신 황제의 은덕을 입지 않았더라면 상선감의 자리는 이 미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바꿔졌을 것이외다. 그러나 계공공은 황상 과 태후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문제가 다르지요. 우리들은 그야말로 커다란 나무 아래의 그늘에서 햇빛을 받지 않게 된 행복이라 일을 처 리하기에는 더욱더 편리해지겠죠." 먼저 한사람이 말했다. "그리고 말을 들으니 해공공은 어젯밤 기침하다가 죽었다고 하더군 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 해공공이 기침을 할때는 종종 숨도 쉬지 못했소." 태후를 모시고 있는 태감이 말했다. "오늘 일은 아침에 어의(御醫)이신 이태의(李太醫)가 오셔서 태후에 게 해공공께서 앓으시는 폐병이 골수에 사무쳐 풍습증(風濕症)이 심장 까지 파고들게 생겼는데 그와 같이 오래 해묵은 병이 터지게 되자 치 료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리고 혹시나 폐병이 남에게 전해질 까봐 일찌감치 그의 시체를 화장했다고 했죠. 태후께서는 한숨을 쉬며 잠시후 말씀하셨습니다. '애석하군,애석해. 해대부 이사람은 정말 점 잖았는데....' " 위소보는 놀람과 기쁨을 함께 느꼈다. 시위나 어의 그리고 태감들이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오게 될까봐 해로공이 피살당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것은 태후의 뜻에 맞는 일이기도 했다. 따라서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폐병이 골수에 사무치고 풍습증이 심장까지 파고들어가? 이건 폐병쟁이의 아랫배에 날카로운 칼이 꽃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예리한 검이 심장을 꿰뚫은 것이 진짜지.) 한동안 술을 마시게 되었을때 상선감의 두 명은 차츰차츰 태감의 생 활이 고달프다는 사실을 들추어냈다. 그야말로 얻어 마시는 국물을 짜 내서 생활하는 것이라는 뜻을 비치었다. 따라서 위소보는 해로공처럼 고집을 부리지 말고 모든 일에 있어서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해 달라 고했다. 위소보는 어떤 점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점은 이해하기 어려 웠으나 그저 응응 코대답을 해주었다. 술이 끝나게 되자 두명의 태감은 조그만 봉지를 그의 품속에 집어넣 어주었다. 그는 방으로 되돌아와 봉지를열어보니 두 장의 은표였다. 그리고 한 장의 금액은 일천냥 이었다. 그는 이 일천냥이라는 숫자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업무도 맡기 전에 이천냥을 받게 되었으니 뇌물이 엄청 많은 자리인가보다.) 신시(申時)쯤 되었을때 강희는 사람을 보내 위소보를 서재로 불렀 다. 위소보가 서재로 가자 강희는 웃음을 가득 띄고는 입을 열었다. "소계자 태후께서는 그대가 어젯밤 다시 큰 공을 세워 벼슬을 올려 주시겠다고 하더군."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난 이미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그는 즉시 놀람과 기쁨에 가득찬 얼굴을 짓고는 엎드려 큰절 을 하며 말했다. "소신은 정말 별로 공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태후와 황상의 은전 입니다." 강희는 말했다. "태후께서는 어젯밤 태감들이 화원에서 싸움을 벌이는 소리에 놀라 께게 되셨는데 그대가 달려가서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더군. 어린 나이 에 크고 작은 일을 분간할 줄 안다고 말씀하셨어." 위소보는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일을 분별할 줄 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만 소신은 어떤 일을 듣고는 꼭 기억해야 하나 어떤 일은 즉시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영원히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태감들이 싸울 때 말하는 소리는 정말 듣기에 거북했습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들먹 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희는 고개를 돌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우리 두 사람의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 큰일을 해 내어야돼. 그래야만 대신들이 우리들을 얕보지 않고 우리들이 철이 없 다는 말을 하지 않을거야."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황상께서 어떤 계책을 세우시고 무슨 볼 일을 보 시고자 할때에는 소신에게 처리하도로록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 강희는 말했다. "좋아,좋아. 오배 그녀석은 반역죄를 지었는데 난 그를 죽이지 않고 용서했다. 하지만 그 자의 패거리들이 너무나 많아 다시 세력을 모아 들고 일어나게 될까봐 두렵군. 만약 그렇게 되어 반란이라도 일으키게 되면 크게 잘못되는 일이 아닌가?"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나는 이미 오배란 녀석이 뻣뻣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형 부(形部)의 뇌옥에다 감금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가 터무니 없는 말 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따라서 줄곧 강친왕부(康親王部) 의 감옥에 감금해 두었는데 조금 전 강친왕이 들어와서 그 오배란 녀 석이 온종일 큰 소리로 떠들며 불손한 언사를 마구 쓴다고하더군."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음성을 낮추어서 말했다. "그리고 그 녀석은 내가 작은 칼로 그의 등을 찔렀다고 하더라는 군." 위소보는 말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 녀석을 상대함에 있어서 황상께서 친히 싸우실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 한칼은 소신이 찌른 것이죠. 소신이 강친왕에게 분명히 말을 하겠습니다." 강희가 친히 손을 써서 오배를 몰래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퍼지게 된다면 군주의 체통을 퍽이나 잃게 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이 일 때문에 근심하고 있었는데 위소보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속으로 매우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네가 나서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겠어."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강친왕의 집으로 가서 살펴보고와. 그리고 언제쯤 죽을지 살 펴보라구." 위소보는 말했다. "예." 강희는 말했다. "나는 그가 한칼을 맞았으니까 곧 죽게 되리라고 생각하여 그의 목 숨을 살려 주었는데 뜻밖에도 그 녀석이 그토록 건장하여서 내 일뿐만 아니라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여 민심을 선동하고 있다니 천만 뜻밖이 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그의 말은 퍽이나 회의에 차 있었다. 위소보는 강희의 뜻을 알아차 렸다. 그것은 바로 자기에게 슬그머니 그를 죽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 리하여 그는 대답했다. "소신이 보기에 그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강희는 네 명의 시위를 불러와 그들로 하여금 위소보를 호송하여 강 친왕부로 가서 일을 처리하도록 했다. 위소보는 먼저 자기의 거처로 돌아왔다가 쓸물건들을 가지고서는 한 필의 준마를 탔다. 네 명의 시위들이 전후좌우에서 호위하는 가운데 그는 강친왕부로 갔다. 길을 가면서 그는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고삐 에 힘을 주어서고개를 번쩍 쳐들고 있었다. 갑자기 그 뒤 한쪽에서 어떤 사내가 입을 열었다. "대간신(大奸臣) 오배를 사로잡으신 사람이 십여세 되는 소공공이라 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오?" 그러자 시위중 한사람이 말했다. "그렇소. 소년 황제 곁에서 총애를 받고 있는 공공들 모두 똑같은 소년들이라고 들었소." 그러자 먼저 그 사람이 말했다. "혹시 바로 저 소공공이 아니시오?"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 한 명의 시위가 위소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간신 오배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계공공께서 세우신 큰 공이 지." 오배는 한나라 사람들을 학대하고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잔인 무도 한 짓은 물론 백성들의 재물을 탐하여 마구 긁어 들였기 때문에 뭇백 성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단 오배가 잡히게 되고 가산이 몰수 당하게 되자 북경성 안 팎의 사람들은 그야 말로 우뢰와 같은 환호성을 지르게 되었다. 따라서 어린 황제가 오배 를 잡으라는 승지를 내리게 되었을때 오배가 자기의 용맹만을 믿고 잡 히는 것을 거부하고 항거까지 하게 되자 끝내 한때의 나이 어린 태감 들에게 얻어맞아 쓸러지게 되었다는 일은 이미 성 안팎으로 소문이 퍼 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다 백성들은 있는 것 없는것 모두 보태어 친히 본듯이 이야기 하게 되었고 여러 곳의 차관(茶館)의 손님은 하나같이 입으로 침을 튕기며 오배가 발을 들어 황제를 차려고 했다느니 열 두명의 소태감들은 하나같이 무공이 뛰어나 고등반근(枯 藤盤根)이라는 수법으로 오배를 잡아 쓰러뜨리게 되었다느니 오배가 어떻게 이어타정(이魚打廷)이라는 수법을 써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소태감들이 어떻게 하여 흑호투심(黑虎偸心)이라는 일격을 가했다는 등. 일초일식을 자기가 친히 목격한 것처럼 떠별려 대곤했다. 그 이후 이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거리에 나서게 되면 즉시 한떼의 할 일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그를 에워싸고 오배를 사로잡은 경과를 묻 곤 했다. 그런데 이때 이 소태감이 바로 오배를 잡은 공신 이라는 말 을 하자 거리는 삽시간에 떠들썩해지게 되었다. 모든 백성들은 손뼉을 치며 갈채를 보냈다. 위소보는 한평생 이와 같은 영광을 누려 본 적이 없었다. 그만 입이 헤벌어지고 마음이 흐뭇 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정말 대영웅이나 된 듯한 생각이 들기도했다. 사실 거리의 한가한 사람들은 허리에 칼을 찬 두명의 시위가 앞장을 서고 있기 때문에 꺼리는 바가 있어서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 렇지 않다면 이미 우르르 몰려와서 위소보를 에워싸듯 하고는 자세히 이것저것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어쨋든 다섯 사람은 강친왕부에 도착하게 되었다. 강친왕은 황상께서 친히 태감을 사자로 파견하셨다는 말을 듣고 크게 중문을 열고는 마중 나왔다. 그리고는 향안(香案)을 차려놓고는 사자를 영접할 준비를 했 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 황상께서 소신에게 명하여 오배를 살펴보라고만 했소이다. 다른 큰일은 없소이다." 강친왕은 대답했다. "예.예." 그가 서재로 나가게 되었을때 위소보가 언제나 강희의 신병에 모시 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가 오배를 사로잡는데 큰 힘을 썼다는 사 실을 알고 있는지라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잡고 말했다. "계공공, 정말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소.우리 먼저 한 잔 마신이후 다시 오배라는 녀석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는 역시 분부를 내려서는 연회석을 차리도록 했다. 그리고 네 명의 시위가 다른 자리에 앉고 왕부의 무관들이 그들을 상대하도록 했다. 강친왕 자신은 위소보와 화원에 마주 앉아서 대작을 하게 되었고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 주사위 놀음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왕야는 나를 상대로 주사위 놀음을 하게 될 것이요. 그는 또 반드시 나에게 일부러 져 줄 것이다. 따라서 그를 이긴다는 것은 영광스럽지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위소보는 생각한후 대답했다. "나는 별로 좋아하는 것도 없소이다." 강친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이는 돈을 좋아하고 중년이나 젊은이는 색을 좋아하지만 태감 은 색을 좋아할 수가 없지. 도대체 이 소태감이 무엇을 좋아 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군. 이 소년은 무공을 알고 있으나 만약 보검이나 보 도를 선물한다면 궁안에서 어떤 화를 입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니 결과 적으로 나에게 책임 추궁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 좋은 것이 있 군.) 그리하여 그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계공공. 우리들은 일견여고(一見如故)하니 스스럼없이 지내도록 합 시다. 나의 마굿간에는 몇필의 준마를 기르고 있소. 이 소왕이 그대에 게 선물을 할테니 그대가 그 준마들 가운데서 몇필을 선택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어찌 왕야께서 내리시는 것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 강친왕은 말했다. "형제와 같은 처지인데 내리고 안 내리고가 어디있소. 자,자, 우리 말을 보고 다시 돌아와 한잔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강친왕은 위소보의 손을 잡고 마굿간으로 갔다. 강친왕은 마 부에게 분부하여 몇필의 가장 좋은 말들을 끌어내도록 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불쾌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작은 말을 선택하라는 것이지? 나를 뭐 작은 말만 탈줄 아는 어린애로 취급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마부가 정말 대여섯 필의 조그만 말을 끌어내온 것을 보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왕야. 저는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큰말을 즐겨 탄답니다. 그래야 내가 너무 적게 보이지 않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친왕은 즉시 그뜻을 알아차리고는 무릎을치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멍청했구려, 내가 멍청했어." 이어 그는 마부에게 분부했다. "나의 옥화총(玉花馬悤)을 끌어내서 계공공에게 보여 드리도록 하 게." 그 마부는 마굿간으로 가더니 한 필의 키가 큰 대마를 끌어내왔다. 하얀 털로 덮여 있었고 한 조각 담홍색의 얼룩 반점이 섞어 있는 준마 였다. 그 준마는 고개를 쳐들고 갈기를 세웠는데 정말 비범해 보였다. 그리고 황금 안장에다가 황금 등자를 달았으며 말안장 가장자리에는 은을 씌웠고 그 위에 보석을 박아놓고 있었다. 이 말의 장신구만 하더 라도 은자로 얼마 나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만약 왕공 귀족이 아니면 아무리 돈이 있는 벼슬아치나 거상이라 하여도 감히 이와 같이 화려한 안장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위소보는 말이 좋고 나쁜것 을 알아볼 능력이 없었다. 그저 말 모양이 건장하고 뛰어나 보이는지 라 좋아서갈채를 보냈다. "아! 정말 멋진 말이군."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 이말은 서역에서 가져온 것인데 바로 유명한 대완마(大宛馬)이외 다. 키가 크고 몸이 거대하지만 나이는 아직도 어려서 두살 하고도 몇개월 되지 않았다오. 멋진 말은 마땅히 멋진 사람이 타야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대는 이 옥화총을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소?" 위소보가 말했다. "이건 왕야께서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닙니까? 소인이 어찌 감히 달랠 수가 있겠습니까? 왕야께서 너무나 분에 넘치는 것을 하사하신다는 것 은 그야말로 소인으로서는 감당할수 가 없습니다." 강친왕이 말했다. "계형제. 그대가 이처럼 섭섭한 말을 한다는 것은 이 형제를 너무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요. 설마하니 그대는 나라는 사람을 친구로 삼는 다는게 싫단 말이요?" 위소보는 말했다. "소인은 궁에서 일개 천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왕야의 친구 가 될수 있겠습니까?" 강친왕은 말했다. "우리 만주 사람들은 시원하게 행동한다오. 그대가 나를 친구로 안 다면 나의 이 말을 타고 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이후 서로 네것 내것 가리지 않도록 합시다. 그렇제 않다면 이 형제는 마음속으로 크게 화 를 낼것 이외다." 그리고 나서는 수염을 쳐들며 화가 난듯한 모양을 지어보였다. 위소보는 속으로 기뻐서 말했다. "왕야....께서 이토록 잘 대해 주시니 소인은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 뒬지를 모르겠습니다." 강친왕은 말했다. "보답은 무슨 보답을 말하는 것이오? 그대가 이 말을 가져 간다면 그야말로 나의 체면을 살려 주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는 다가가서 말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치더니 말했다. "옥화야, 옥화야 이후는 이 공공을 따르도록 해라. 그리고 순순히 말을 잘 들어야한다." 그리고는 위소보를 향해 말했다. "형제, 그대가 타고 들어가시구려." 위소보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죠." 그리고 그는 말안장을 잡고 몸을 위로 날려 말등에 올라탔다. 그는 이 몇 달 동안 무공을 배웠기 때문에 권각법(券脚法)으로는 진짜 무공 을 배우지 못했지만 몸놀림은 역시 한결 민첩해져 있었다. 강친왕은 칭찬하며 말을 했다. "훌륭한 솜씨외다." 곧이어 말을 잡고 있던 마부가 손을 놓았다. 그러자 그 옥화총이란 말은 마굿간 밖의 모래바닥 마당을 몇바퀴 돌았다. 위소보는 말등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 매우 빠르게 달리면서도 걸음이 안정되 있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는 전혀 말을 어떻게 다루는지 몰랐다. 오래 왔다갔 다 하다가는 추한 꼴을 보이지 않나 싶어 몇바퀴를 돌게 한 후 즉시 말등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자 그 말은 스스로 걸음을 멈추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왕야. 이토록 좋은 선물을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오 배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돌아와서 다시 왕야를 모시도록 하죠." 강친왕은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이 일은 승지를 받드는 큰일이 아니겠소. 소형제 그대가 황상에게 진언을 할때 우리들이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씀해 주 시오. 사실 그 녀석은 몸에 날개가 달렸다고 하더라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요." 강친왕이 말했다. "내가 모시고 가야 되지 않겠소?" 위소보는 말했다. "왕야께서 수고를 하실것 까지는 없습니다." 강친왕은 매번 오배를 대할때마다 오배한테 못된 욕을 많이 얻어 먹 었다. 그러므로 그는 오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위소보의 말 에 즉시 왕부(王部)의 여덟 명의 위사로 하여금 위소보를 모시고 오배 를 살펴보고 오도록 명령했다. 팔명의 위사들은 위소보를 데리고 뒷화원으로 안내하더니 한채의 외 따로 떨어진 석옥(石屋)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옥 밖에서는 열 여섯 명의 위사들이 손에 강철칼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두명이 수령격인 위사들 이 서 옥 주위를 돌며 순시하고 있었는데 정말 엄밀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두명의 수령격인 위사들이 석옥 주위를 돌며 순시하고 있었 는데 정말 엄밀하게 지키고 있었다. 위사의 수령은 황상께서 친히 파견한 사자가 살피러 온 것을 보고는 위사를 거느리고 허리를 굽혀 절 을 한 후 철문의 커다란 자물쇠를 다게 하고는 철문을 열고 위소보로 하여금 안으로 들어서도록 했다. 석옥 안은 무척 음침하고 어두웠다. 바로 복도 곁에 부엌을 만들어 놓고 한 명의 늙은 하인이 한창 밥을 짖고 있는 중이었다. 그위사 수령은 말했다. "이 철문은 평소 가볍게 열지 않는답니다. 국범(國犯)의 음식은 바 로 여기 이사람이 지어서는 쇠옥 안으로 들여 보내죠."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대들의 왕야께서는 매우 치밀하시군. 철문이 열리지 않는 다면 이 국범이 어디로 도망치려 하더라도 뜻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 오." 위사의 수령은 대답했다. "왕야께서는 분부하셨습니다. 국범이 만약 도망을 치려고 한다면 잡 아죽여도 상관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위사 수령은 위소보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한 조그마 한 마루방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서게 되자 오배의 음성이 한쪽에서 들 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큰소리로 황제를 욕하고 있 었다. "이 빌어먹을...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피땀을 흘리는 공로를 무수히 세워 너의 할아버지와 너의 애비를 위해서 이 화려한 강산을 차지하도 록 해주었다. 그런데 너 못난 꼬마녀석은 어린 나이에 좋지 못한 음모를 품고서 나의 등 뒤에다 한칼을 찔러 암살을 하려했다. 내가 죽어 악귀가 된다하더라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사의 수령은 의자를 집어올리며 말했다. "이 녀석의 말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입니다. 정말 목을 베어야할 녀 석입죠." 위소보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말은 조그만 한 칸의 방 에 설치된 쇠창살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쇠창살 앞으로 다 가가서는 고개를 들어 안을 살폈다. 그리고 보니 오배는 손과 다리에 쇠고랑을 차고는 조그마한 방안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가 서 성거리는데 따라 쇠사슬은 땅바닥에서 뒹굴며 철렁철렁 소리를 냈다. 오배는 별안간 위소보를 발견하고 부르짖었다. "너는...넌...너는 만 번 죽어도 마땅할 녀석이고 불알도 없는 꼬마 이거늘...꼬마. 이리 들어오너라. 노부가 너의 목을 졸라죽이겠다." 오배는 두 눈을 두릅떴다. 그 눈동자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꽃을 내뿜 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별안간 위소보를 향하여 총알같이 달려왔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심하게 벽에 부딪혔다. 두터운 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소보는 여저히 깜짝놀라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그의 흉칙한 몰골을 대하 자 더럭 겁이났다. 위사의 수령은 위로했다. "계공공. 두려워 마시오. 저 녀석은 뚫고 나올수 없을 것이오. " 위소보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보니 철창위의 창살이 지극히 굵었고 돌로 쌓은 벽도 지극히 두터웠다. 거기다가 오배의 손발에 채 워져 있는 쇠고랑이 지극히 무거워 행동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이 났다. "왜 그를 두려워 하겠소. 당신네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시오. 황 상께서 분부하신 것인데 몇 마디 말을 그에게 물어 보아야하겠소." 위사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물러났다. 오배는 여전히 날카로운 어조 로 욕지거리를 퍼붓고 있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대인! 황상께서는 나에게 그대의 몸이 괜찮은지 보고 오라는 분부 를 내리셨소. 그런데 욕하는 소리가 꽤나 기운찬 것을 보니 몸은 건강 하기 이를데 없는것 같구려. 황상께서 아신다면 아마 반드시 기뻐할 것이외다." 오배는 두 손을 쳐들었다. 그리고는 쇠고랑을 함께 쳐들고서는철창 을 탕탕 소리나게 맹렬히 후려치며 노해 부르짖었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너는 가서 황제에게 말해라. 위선적인 호의 는 필요없다고 말이다. 죽일테면 죽이라고 해라. 이 오배가 언제 겁을 낸다고 하더냐?" 위소보는 그가 청장의 묵직한 창살을 마구 흔들리도록 때리는 것을 보고 정말 창살을 깨 부수고 나오지 않나 하는 두려움이 앞서 다시 한 걸음 물러서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는 그렇게 쉽게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너로 하여금 이 곳에서 이삼십년 살도록 만들어 맘속으로 정말 후회를 하게 되었을때 기어나와서 황상에게 몇 백번이라도 큰절을 하게 된다면 황상게서는 네가 옛날에 지은 공로를 생각하여 어쩌면 용서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틀렸어." 오배는 날카롭게 외쳤다. "너는 가서 그에게 잠꼬대 같은 소리는 하지 말라고 일러라. 이 오 배를 죽이는 것은 쉬워도 이 오배로 하여금 큰 절을 하도록 만드는 것 은 실로 어렵고도 어려울 것이라고." 위소보는 웃었다. "그럼 우리 두고보자고. 삼년 지나 오년 이후 황상께서 갑자기 그대 를 생각하시고 다시 나를 파견하여 너를 살리도록 분부하실때까지 기 다리도록 하자고. 오대인 몸 보신하시오. 둘 수 있으면 감기나 기침이 들지 않도록 하시고 배 아픈 병이 셍기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오배는 크게 욕을했다. "이 빌어먹을 후레자식아. 소황제는 본래 얌전하신 분이었다.그런데 모두들 너와 같이 개새끼가 기른 한나라 사람들이 잘못 가르쳐 놓았단 말이다. 옛 황제께서 만약 일찍 나의 말을 듣고 조정에 한 사람의 한 나라 관리도 임용하지 않고 궁안에 한 마리의 한나라 개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더라면 어찌 오늘 같이 난잡한 꼴을 보았겠느냐?" 위소보는 그를 아랑곳 하지 않고 복도 쪽의 부엌으로 올라갔다. 그 리고 보니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 니 그 솥에는 돼지고기와 배추를 넣어 만든 찌개가 들어있었다. 그는 말했다. "매우 구수하군." 늙은 하인이 말했다. "범인에게 먹이는 것이므로 별로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죄인의 음식을 살펴보라고 분부하셨다. 첫째 그 가 배를 곯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 늙은 하인이 말했다. "계공공께서는 안심하십시오. 결코 배를 곯지는 않습니다. 왕야께서 도 분부를 하셨답니다. 매일 같이 그에게 한 근의고기를 먹이라고 말 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나에게 국을약간 떠서 맛을 보도록 해 주시오. 만약 국범을 소홀히 대접한다면 내가 왕야에게 천해서 그대에게 곤장을 내리도록 할 것이오." 늙은 하인이 황송하다는 듯이 굽신거렸다. "예.예. 소인이 어찌 국범을 소홀히 대접하겠습니까?" 그리고는 재빨리 그릇을 가져오더니 돼지고기와 배추를 섞어서 끓인 찌개를 떠서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바쳤다. 그리고 한쌍의 젓가락까지도 건네 주었다. 위소보는 국그릇을 받아들고 국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아무말 도 하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 놓더니 입을 열었다. "이 젓가락이 너무 더럽군. 그대가 가서 깨끗이 씻어 오도록 하시 오." 그 늙은 하인은 재빨리 말했다. "예.예." 그리고 젓가락을 받다들더니 마당의 물 항아리 쪽으로 가서 애써 씻 고 닦았다. 위소보는 몸을 돌려서 품속에서 한 봉지의 약가루를 꺼냈다. 그리고 는 그 그릇의 찌개 안에다 털어 넣고는 빈 종이 봉지를 품속에 갈무리 했다. 그리고는 찌개를 몇 번 흔들어서 약가루가 국 속에 녹도록 만들 었다. 그는 강희가 오배를 죽이되 추호도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일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서재에서 나오게 되었을때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거처로 돌아가 해로공의 약상자 가운 데서 십여가지의 약가루를 꺼냈다. 그리고 독이 있건 없건 아무렇게 섞어 한 봉지를 만들었다. 그의 속셈은 이 십여 가지의 약가루 가운데 반드시 두세 가지는 독약일 것이니 오배에게 먹인다면 오배는 반드시 죽을 가능성이 많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이때 그 늙은 하인은 젓가락을 깨끗이 씻고 닦아서는 공손히 내밀었 다. 위소보는 젓가락을 받아들고 오배의 그릇속의 돼지고기를 이리저 리 뒤적거려 보고는 말했다. "돼지고기가 적지는 않군. 평소에도 이렇게 많소? 내가 볼때 그대가 훔쳐 먹게 생겼군." 그 늙은 하인은 말했다. "매 끼니마다 적지 않은 돼지고기가 들어간답니다. 소인은 감히 훔 쳐먹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젊은 공공이 어찌하여 범인의 고기를 훔쳐 먹는다는 사실을 알 까! 그것참 희안하군)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대가 범인에게 가져다 먹이도록 하시오." 그 늙은 하인은 말했다. "네." 그리고 그는 다시 커다란 그릇에 하얀 쌀밥을 세 그릇이나 담더니 돼지고기와 배추로 끓여낸 찌개와 함께 쟁반에 담아서는 오배에게 갖 다 주었다. 위소보는 젓가락을 들고 숟갈을 가볍게 두드리며 속으로 매우 의기 양양해서 생각했다. (오배 녀석이 내가 약을 섞은 돼지고기와 배추로 만든 찌개를 먹게 된다면 일곱구멍에서 피를 흘리지 안으면 여덟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죽게 될 것이다.) 그는 본래 달리 한 마디의 멋진 숙어를 읊어 보려고 했으나 실로 머 리속에 든 것이 없어서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린다는 말에 한 구멍을 더 부태서 여덟구멍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는 문밖으로 걸어나가 문을 지키 고있는 위사들과 잠시 동안 농담을 하였다. 그리고 속으로 오배가 이 때 쯤은 찌개를 이미 다 먹어치웠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위사의 수령을 향 하여 입을 열었다. "우리 다시 들어가 살펴보도록 합시다." 위사의 수령은 대답했다. "그러죠." 두 사람이 막 문안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문밖에서 두 사람이 일제히 호통을 질렀다. "거기 누구냐? 서라!" 곧이어 휙휙하며 두대의 화살 쏘는 소리가 들렸다. 위사의 수령은 깜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공공, 내가 가서 살피고 오겠소." 그리고 그는 급히 문을 나섰다. 위소보도 따라 나섰다 그러자 챙챙!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십여명의 사내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이미 뭇위사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아닌가? 위소보는 깜짝 놀라 생각했다. (아이구, 오배의 부하들이 그를 구하려고 나타났구나.) 그 위사의 수령은 검을 뽑아들고 지휘를 했다. 그런데 호통소리가 몇 번들리더니 일남 일녀가 좌우 양쪽에서 공격을 해왔다. 위소보를 호송한 네명의 어전 시위도 바로 부근에 있었는데 그 기척을 듣고는 도와 주려고 달려와 싸움에 가담하게 되었다. 그런데 청의인(靑衣人) 들의 무공은 매우 고강했다. 삽시간에 두 명의 왕부위사가 시체로 되 어서 땅에 쓰러지게 되었다.위소보는 몸을 움츠리듯 하고서 석옥 안으 로 들어가서 재빨리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문 빗장을 들고서 빗장을 찌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은 편에서 엄청난 힘이 와락 밀어닥쳤으며 그 바람에 그는 뒤로 일 장 남짓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보니 네명의 청의 사내가 어느 덧 석옥 안으로 달려들어와 큰 소리로 부르짖는 것이 아닌가? "오배는 어디 있느냐?" 한 명의 기다란 수염을 기른 사내가 대뜸 위소보를 잡더니 물었다. "오배를 어디에 가두었느냐?" 위소보는 바깥쪽을 가르키고 말했다. "바깥의 지하 쇠옥에 가둬 두고 있소이다." 두 명의 청의인은 즉시 바깥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데 바깥쪽에 서 다시 네 명 의 청의인이 안으로 달려들어오더니 곧장 뒤쪽으로 달 려들어갔다. 별안간 그 누가 부르짖었다. "이곳이다." 기다란 수염을 기른 사내는 대노한 듯 칼을 켜들고는 위소보를 내려 치려고 했다. 위소보는 급히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명 의 청의인이 다리를 들어서는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펑'하는 소리 와 함께 위소보는 일장 밖으로 날아가 안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여섯명의 청의인들은 일제히 죄수를 가둬 놓은 석실의 철문을 부수 려고 했다. 그러나 그 철문은 매우 견고했다. 삽시간에 깨뜨릴 수가 없었다. 그러자 바깥쪽에서는 징소리가 '뎅뎅뎅!'하고 급히 울려퍼졌 다. 왕부에서도 이미 침입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경보를 울리게 된 것 이었다. 한 명의 청의인이 부르짖었다. "빨리 해야겠다." 그러자 기다란 수염의 사내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한 명의 청의사내는 일시에 철문을 열 수 없게 되자 손에 들고 있던 강철 채찍으로 창문의 창살을 뽑으려고 했다. 몇 번 힘을 주어서 잡아 당기자 두 대의 창살이 구부러지게 되었다. 이때 다시 세 명의 청의 사내가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죄수를 가둬 놓은 석실방은 매우 좁았 다. 아홉명이 함게 모여 있으니 손발을 움직이기에도 불편할 정도였 다. 위소보는 슬그머니 땅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 전에 발각되고 말았다. 그 사람은 즉시 검을 들어서는 그의등심을 찔 러왔다. 위소보는 왼쪽으로 피했다. 그 사람의 장검이 옆으로 날리면 서 그의 등 장포 위에다 굵직한 구멍을 내었다. 위소보는 다행히 보의 가 몸을 보호해 주고 있어서 그의 일검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놀라 당황해서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비스듬히 달려나갔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의 청의사내가 욕을 했다. "이꼬마 녀석아." 그리고는 칼을 들어 내리쳤다. 위소보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석실 창문의 창살을 붙잡고는 빈 허공에 매달리게 됐다. 강철 채찍을 쓰는 청의사내는 창살을 힘주어 뽑아내려고 하던 참인데 위소보가 입구를 가로막는지라 위소보를 채찍으로 후려치려고했다. 위소보는 이래저래 피할 길이 없게되자 두 다리를 두 창살 사이로 집어넣었다. 그 두대의 창살은 이미 양편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의 몸이 적어서 바로 그 구부러진 틈 바구니 사이로 들어 갈 수 있었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놓게 되자 그는 어느덧 죄수 오배를 가둬 놓은 석 실 안으로 기어들게 되었고 잇따라 챙챙 소리와 함께 강철 채찍은 창 살을 때렸다. 바깥의 청의 사내들은 다투어 호통을 내질렀다. "내가 부셔줄께. 내가 깨부셔줄께." 그런데 그 강철 채찍을 사용하던 사내는 머리를 내밀었고 그 창살의 구부러진 틈바구니 사이로 기어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열 세 살 먹 은 위소보는 기어들어올 수 있었지만 그 사내의 몸뚱아리는 건장한 편 이어서 들어 올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즉시 신발속에서 비수를 뽑아들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구원병아 빨리오너라,) 그러자 바깥에서 창소리 호통소리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한덩어리 가 되어 들려왔다. 별안간 '휙'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 줄기의 세찬 기 운이 머리위로 떨어졌다. 위소보는 데구르르 몸을 굴려 몇 자 밖으로 비켰다. 그 순간 챙그랑 하는 소리가 크게 일어나는 가운데 얼굴에 흙 먼지가 '휙' 뿌려져서 얼굴이 다 따끔거려졌다. 그는 뒤를 돌아볼 여 유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보니 오배가 두 손으로 마구 쇠사슬 을 휘두르고 있었으며 입으로는 헉헉 소리를 내면서 이리 뛰고 저리뛰 고 있었다. 이때 강철 채찍을 사용하던 청의사내가 창살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는데 오배는 손에 감긴 쇠고랑을 들어서는 그의 머 리를 맹렬히 내려쳤다. 그러자 그 청의사내는 죽고 말았다. 위소보는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그가 어찌하여 자기를 구하러 온 사람을 ㄸ려 죽이는 것일까?) 그러나 그는 곧알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아이구! 그는 내가 만든 약가루를 먹고 중독되어서 염라대왕 앞으 로 나간 것이 아니라 실성을 하고 말았구나.) 이때 창밖의 무사들은 큰 소리로 호통을 지르고 있었고 오배는 쇠사 슬을 들어서는 마구 창문을 내리 후려치고 있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몸을 돌려서 만약에 나를 친다면 나는 그야말로 극락세계로 가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다급한 김에 그는 자세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비수를 들어 오배의 등 뒤를 찔렀다. 오배는 약을 탄 찌개를 먹은 후 제정신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그는 등뒤의 사람이 공격을 해온다는 사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 다. 위소보가 비수로 찌르자 그는 피할 줄도 모르고 있었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비수는 곧장 그의 등을 파고들었다. 오배는 입을 벌리고 미친 듯한 소리를 토해냈다. 그리고 두 손을 마구 휘둘러댔다. 위소보 는 칼을 그의 등심에 꽂는대로 아랫배쪽으로 끌어당겼다. 이 비수는 무쇠를 무 자르듯하는 보검이었다. 창밖 모퉁이의 사내들은 삽시간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도고 야릇한 일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삼사 명 이 동시에 말했다. "저 어린애가 오배를 죽었다. 저 어린애가 오배를 죽었다." 그 기다란 수염의 사내는 말했다. "쇠창살을 좀더 젖히고 전짜 오배인지 잘 살펴보도록 하시오." 그러자 즉시 두 사람이 강철 채찍을 들어 힘껏 창문의 창살을 후려 쳤다. 두 명의 왕부위사가 석옥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기다란 수염의 사내는 구부러진 만도(蠻刀)를 들어서 일일이 쳐죽이고 말았다. 한 명 의 청의사내는 짧은 창을 쳐들어 창문 사이에 두고 위소보를 향해 끊 임없이 찌르는 시늉을 했다. 위소보로 하여금 창문 가까이로 다가와 이 사람을 상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얼마후 창살의 간격이 점점 확대 되었다. 한 청의의 비쩍마른 사내 가 입을 열었다. "내가 들어가지요." 그는 창살의 빈틈으로 뛰어 들어왔다. 위소보는 비수를 들어 그를 찔렀다. 그 비쩍마른 사내는 칼을 들어막았다. 삭! 하는 소리가 나면 서 그의 칼은 두 동강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그 삐쩍마른 사내는 감 짝 놀라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위소보에게 던졌다. 위소보는 고 개를 숙이고 피했다. 그 순간 그의 두 손목은 어느덧 그 비쩍 마른 사 내에게 움켜 잡히고 말았으며 그 바람에 뒷짐을 지게 되엇다. 그러자 다른 한 사내가 칼을 들고 그의 목에 들이 대고는 호통을 내질렀다. "꼼짝마라" 이때 창문의 창살 가운데 두 대가 뽑혀져 나가게 되었다. 기다란 수 염의 사내와 몸에 청의를 걸친 대머리가 석실 안으로 기어들어와 오배 의 땋은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쳐들더니 내려봤다. "과연 오배로군." 기다란 수염의 사내는 시체를 창밖으로 내려고 했다. 그러나 손과 발이 묶여져 있는 쇠사슬이 돌로 만들어진 벽에 꽉 달라 붙어 있어서 일시에 짤라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 비쩍 마른 사내는 위소보의 비 수를 들고는 찍찍 하는 소리와 함께 오배의 손과 발을 묶어 놓은 쇠사 슬을 모두 잘라 버리고 말았다. 기다란 수염의 사내는 칭찬을 했다. "훌륭한 칼인걸." 그리고 그 시체를 창살 사이로 밀어냈다. 그러자 바깥의 청의사내가 들고 나갔다. 비쩍 마른 사내는 다시 위 소보를 밀어내었고 나머지 세 사람도 석실에서 기어나왔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