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일상생활 기술학교/핵사곤 프로젝트-
은천동팀 윤소은
1. 일상생활 기술학교
‘일상생활 기술학교’는 아이들이 밥 짓기, 라면 끊이기, 빨래하기 같은 집안일을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일상적인 집안일을 매개로 아이와 어른, 복지관과 동네가 어떻게 만나고 어울리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인이가 할머니께 라면 익히기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부분이었다. 아이들과 밥 짓기, 라면 끊이기를 어떻게 배울지 먼저 궁리하고, “동네 어른들에게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르쳐 주실 동네 어른들을 떠올리고 부탁드리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복지관에 자주 오시는 할머니가 떠올랐을 때, 담당자는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려 볼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도 좋다고 하면서 할머니께 어떻게 부탁드리면 좋을 함께 계획을 세운다. 어른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쑥스러워할 수 있으니, 대본이나 편지를 써 가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아이들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예요’라고 자기소개부터 적기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쌀 씻는 법이랑 밥 짓는 거 우리에게 알려주세요’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문장을 고민해서 적고 언제 어디서 만날지도 구체적으로 써 내려간다. 몇 줄의 문장 속에 아이들이 배움을 청하는 자세, 처음 만나는 어른에게 다가가는 긴장과 설렘, 그리고 그 과정을 옆에서 도와주되 주도권은 아이들에게 돌려주려는 사회사업가의 태도가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남았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있는 단기사회사업이 떠올랐다. 현재 아이들과 함께 ‘탁구대회’를 직접 기획하는 단기사회사업을 진행하며 탁구 선생님을 섭외하기 위해 아이들과 편지를 썼던 경험이 있다. 그때도 아이들이 어떤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편지 내용을 정리했는데, 막상 지역주민 어르신께 직접 부탁드리는 역할은 아이들이 아닌 선생님들이 맡게 되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이 직접 어르신께 ‘저희에게 탁구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말해볼 수 있었다면, 부탁하는 순간의 떨림, 용기, 그리고 요청이 받아들여졌을 때의 성취감을 훨씬 크게 느꼈을 것 같다.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나를 의지하고 찾아왔다는 감정이 더 진하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생활 기술학교’ 속 다인이와 아이들이 편지를 쓰고 문장을 다듬어 가며 할머니께 다가가는 장면을 떠올리니 탁구대회 사업에 놓쳤던 부분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다.
‘일상생활 기술학교’를 통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회사업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자주성을 살리고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살릴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마음에 담아 앞으로 진행될 사업들을 더 잘 준비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분들께 서로에게 오래 남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2. 핵사곤 프로젝트
‘핵사곤 프로젝트’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사회사업가들이 주민들과 더불어 지내 온 시간을 차분하게 담은 책이다. 복지관에서 어떤 사업을 해냈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동네 주민들과 어떻게 인사를 주고받고, 어떻게 작은 모임을 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려준다. 책 모임에서 책을 읽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람, 김치를 같이 담그면서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 산책을 계기로 집 밖으로 한 발씩 나와 보는 주민들 이야기를 보다 보면, 거창한 변화보다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사회사업가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문가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옆에서 조심스럽게 밀어주고 때로는 갈등이 생겨도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보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사회사업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김사장님의 이야기였다. 문은선 선생님은 김사장님의 밀린 관리비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며 자동이체를 신청해 보기도 하고, 김사장님이 돈이 들어오는 날에 관리비를 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셨을 때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드렸다. 김사장님의 미납은 반복되긴 했지만 늦어지더라도 관리비를 내시며 “나 약속 지키는 사람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이 장면에서 누군가의 삶을 대신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옆에 버텨주는 일이 진짜 사회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사곤 프로젝트’를 읽으며 마음이 수도 없이 따뜻해졌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동네 모임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고, 집 밖으로 다시 걸어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주민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고 가끔 서운해하다가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다시 어울리는 모습들을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언젠가 현장에서 일하게 됐을 때 눈에 보이는 성과나 숫자만 쫓기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둘레 사람들과 함께 머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