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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둘째 화요일, 정기 산행일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려운 내가 무의도로 향한 것은
순전히 L양의 협박(?)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
자꾸 뒤로 넘어갈 듯한 자세를 바로잡으려 애쓰며
집합 장소인 송정역에 도착해보니
이미 영호, 정숙, 승렬, 희신은 승차해 있었다.
차는 곧장 인천공항쪽을 향해 빠져나갔다.
과속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내 말끝에
제한 속도 100이라는 답을 해놓고
120까지 죽어라 밟는다.
우리들 이야기에 참견도 길다.
다른날 답지 않게, 그리고 나답지 않게
괜스레 불안스런 맘을 떨치려 애썼다.
큰무리선착장은 한산했다.
주차장에서 바다쪽을 향해 심호흡을 하니
내 허파가 요동질을 하며
이름모를 그리움이 밀려든다.
아스라히 펼쳐있는 수평선으로 눈을 옮겨
흔들거리는 물빛에 취해 본다.
아직 남식친구의 차가 도착하지 않았다.
배가 바다위에서 큰 무게를 버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저 배는 포기해야 한다.
영호가 부리나케 다시 연락을 한다.
아직 10분 정도 있어야 겠다는 답을 듣고
나는 안내소에 들러 늘 하던 습관처럼
안내책자 몇 권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11명의 왕복 승선권을 끊었다.
꽃잎코팅을 건네니 좋아라 반긴다.
단풍을 좋아한다며 빨간 것을 고른다.
배삯은 생각보다 쌌다.
왕복 2000원이란다.
기다리는 동안 갯벌로 내려가 볼까 생각 했다.
아줌마 몇 분이 갯벌에서 굴을 따고 계셨기 때문이다.
배는 떠나고, 남식친구의 차가 도착했다.
영모, 현숙, 남식, 금호, 영금, 미자가 차에서 내리고
이제 30분을 맥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승선을 위해 준비 중인 일행.
선실은 아주 깨끗해서 정갈하기 까지 했다.
배에 오르고 보니 마음이 설렌다.
어딘가 아주 먼 곳에 나를 데려다 줄것 같아서...
과자도 나눠먹고, 우스갯소리도 나누고,
몇분 만인지 어느새 무의도에 도착했다.
배삯이 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타고는 금방 내린 기분이다.
갈매기 같은 것은 없었다.
으흠, 시원한 바람, 빛나는 햇살.
섬들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오호, 멋있는 포즈.
(저 선글라스 정말 탐난다)
승렬이는 신이 많아서 늘 V자다!
디카의 성능이 좋아선지 선실 밖에서도
이렇게 희신이와 영금이를 잘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소풍은 즐겁제. 과자도 나눠 먹고...
'지비도 그 학교 나왔어?'
내가 야그 해준 '교가 이야기' 잘 기억허고 살자.
슬프지만 우리도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올 것이여!
무의도 도착을 고합니다.
오늘은 국사봉과 호룡곡산 두 개의 봉우리를 정복할 예정이다.
국사봉과 호룡곡산에 대해 우선 알아보자
인천시 중구 무의도에 있는 해발 245.7m의 호룡곡산과
해발 230m의 국사봉은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등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전경이 아름다우며, 섬 서쪽 중앙에
하나개란 좋은 해수욕장도 있어 피서 산행지로도 그만인 곳이다.
낚시와 산행, 해수욕을 겸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며
서울에서 가깝고 인천공항이 생기면서
접근이 더욱 용이해진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래 지도를 짚어가며
산행을 시작해 봅시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횟집들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국사봉에 오르는 길을 찾았다.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실미유원지 ' 의 안내판을 발견하고
왼쪽 실미유원지 방향으로 들어가다 밭 옆으로 빠졌다.
작은 어촌의 담장은 시멘트를 발랐는데
조개껍데기가 시멘트와 함께 희끗희끗 박혀있었다
산길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부터 질척거렸다.
참나무 종류들이 빽빽하고
간간이 빨갛고 푸른색이 동글동글한
명감나무 비슷한 열매가 예쁘게 달린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들에 호기심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뚝 잡아 끊어 만지려니
동그란 열매가 힘없이 부스러진다.
색깔은 야무졌는데 몸뚱이가 비어있었다.
양옆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 뿐이다.
줄기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고'
잔가지끝에 달린 붉으스런 작은 잎눈이 앙징스러웠다.
계속 오르막인데다 기온이 높아
발걸음마다 더운 김이 올라오는 듯 했다.
얼었던 땅이 녹은 탓인지 질퍽거리기까지 하여
오르는 길이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바지가 가지에 걸리면서 진흙이 묻어났다.
온통 나무숲인 곳에 따로 등산로를 낸 듯
해수욕장이나 바다 풍경이 숨어버렸다.
그냥 남산 수준이라 믿고 올랐던 나는
내 거친 숨소리에 신경을 곤두선다.
잎이 모두 떨어져 가지만 남은 마른 가지들을 보며
나무에 대해 알 턱이 없는 우리들은
이게 진달래라느니 철쭉이라느니 상상이 만발이다.
허나 나는 자꾸 고개만 갸웃 하였다.
구불구불하고 얇은 가지의 형태가
철쭉의 것이 아니었기에...
이제 쉬는 시간이다.
제법 올라왔으니 휴식이 있어야제.
아래로 바다가 작은 섬들과 친구하며 살고있다.
영호가 저기가 실미도라고 일러준다.
실미도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담고 있다.
1968년 4월 창설됐다고 하여 684부대라고 불리웠고
‘북파간첩양성부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실미도'는
북파계획이 취소되면서 내버린 자식 취급을 받은
24명의 가여운 부대원들의 이야기이다.
1971년 8월 23일 실미도를 탈출했고, 버스를 탈취하여
청와대로 향하다가 서울 대방동에서
국군과 대치끝에 자폭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잊혀졌다가 이 영화 때문에 다시
우리의 기억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면
그 촬영장이 관광명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미도에 촬영세트는 이미 철거되고 없다고 한다.
감각 없는 공무원의 철거명령 때문에...
영금이가 덥다덥다 하더니 웃옷을 벗었다.
흰색 반팔 티셔츠에 곤색 조끼를 멋있게 입은 모습이었다.
다들 부러운 표정인데 짧은 수건을 삼각으로 접어
머릿수건을 만들어 쓰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되었다.
대단히 상큼한 모습이다.
금호가 계속 바위 끝에 서서 재잘거리는 것을 보고
몇 명 애들 정신 감정을 해야 헌단다.
혹시 집에서 나쁜 생각을 가지고 왔다면
저 바위 끝에 서서 세상을 버릴지 모른다고...
영금이의 찐계란과 만두, 영호의 법주,
영모의 호도.잣의 양주 안주, 승렬이의 곶감,
현숙이의 오렌지 등 먹을 것이 등장했다.
먹으면서도 재잘거림이 산을 흔든다.
다시 오르막 길에서 숨이 가쁘다.
어느 이름없는 무덤가에 남식친구가 앉았다.
영모가 성호를 긋고, 나는 꾸벅 절을 하는데
형들이 무덤가에서 책을 펼치거나 공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초등학교적에 흉내내 보기도 했다는 남식친구의 말을 들으며
양지녁에 앉아 마른 풀을 쓰다듬으며
잠시 그의 지난 시간에 함께 해 주었다.
새로 산 모자가 퍽이나 어울리는 희신이.
아니다. 말이 비뚤어졌다.
미인은 아무거나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힘이 숨어있다
곶감을 먹는데도 저리 터프하다.
임씨 종친네, 잘들 뜯는고나야. 흡사 갈비 먹듯 허는구먼.
에구 에구, 너무 귀여버,
알프스 소녀 영금이의 상큼발랄한 모습.
뒤에 감춘거 뭐여?
그러다 궁뎅이 태운다. 조심혀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심장까지 화악 트였다.
저아래 세상 근심 다 던져버리자.
미자: 영금아, 밀지 마. 무서워.
영금; 고까짓게 뭐 무섭냐?
이런 포즈는 이 아지매 밖에는 못 맹근다.
영금: 남식씨 내 옆에 앉어.
남식; 어깨동무 할까?
나머지 애들: (질투심에 불타서 딴청을 피우며)
섬의 구부러진 곡선 안에 자리 잡은
저 어촌 풍경 너무 아늑해 보이지 않니?
영모야, 그 바위 무지 높아. 조심혀.
(느들 안 믿을꺼야?)
영호야, 배에 힘줘!!!
아까 먹은 음식 땜에 안 들어간다고?
엔돌핀 팍팍.
이 산에 우리 友情 심어두고 가자.
영호가 가리키는 곳에 실미도가 ...
오르고 오르다 가장 꼭대기라 생각하며
여기가 국사봉인갑다 하면서
저 아래 실미도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제 호룡곡산으로 향하면서 곧 하산하리라 기대를 걸었다.
헌데 허연 종이에 화살표와 함께
국사봉, 호룡곡산, 하나개 해수욕장 이라 쓴 것들이
땅바닥의 돌에 눌려있었다.
그제서야 우리가 아직 국사봉을 정복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실망이 무지 컸다.
5분쯤 오르니 흰색 풍향 철탑이 보이고
그 아래 '지적삼각점'이라는 표식이 보였다.
그래 이곳이 '국사봉' 꼭대기다.
당연히 기념촬영을 해야겄지.
등산하는 것을 즈 신랑헌테 무슨 제세를 삼는 현숙이가
'국사봉'이라쓴 글씨 밑에 분명하게 각인된
해발고도의 숫자를 발로 가렸다.
누군가 한 술 더 떠서 돌덩이로 가려준다.
나는 그들의 희안한 놀이를 보면서
뒷편의 국사봉에 관한 안내문을 읽었다.
예부터 나라에 일이 있을 때마다 제례를 지낸 곳이라 하여
국사봉이라 불리웠다고 하는데
그 이름도 1994년에야 이름없는 산들의 '이름 찾기 운동'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고 했다.
남식: 야, 거기 서 봐!
성애: 현숙이 신랑헌티 보여줘야 허니께 잘 찍어.
현숙: (오른발로 국사봉 아래 숫자를 가리며) 야, 이건 가려야 돼.
승렬: 맞어, 맞어.
나머지 일행: 히히, 낄낄, 호호!!!
누구? 금호?: (돌맹이를 가져다 놓으며) 발 치워!
현숙: 그려.
금호: 됐어.
남식이랑 나랑 바턴 터치.
(승렬이 손가락을 주목하시라)
국사봉에서 다시 되돌아내려와
영호 팔뚝처럼 굵고 단단한 허연 밧줄을 타고
계속 능선 내리막길로 내려가면서
하나개 해수욕장과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작은 쉼터에 이르렀다.
메마른 억새가 바람에 살랑인다.
비탈에서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우리를 맞는다.
조그마한 바위들 너머로 멀리 작은 섬들이 보인다.
그 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참, 좋다. 그저 좋다.
우리는 영호친구를 조르기 시작했다.
벌써 1시반이 넘었으니 점심을 먹고 가자하니
영호는 앞 산까지 한 시간이면 오르니 호룡곡산에 가서 먹잔다
싱갱이를 벌이고나서 억지로 영호 뒤를 따라 나섰다.
이곳의 수목들은 아까와는 다른 종류들이다.
키가 낮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억새들도 듬성듬성 바람에 몸을 맡긴채 서있다.
뒤로 쳐져서 궁시렁거리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영호에게 좀 미운 소리를 했다.
점심을 먹여주고 가야지 이리 내빼기만 하면
다음 산행부터는 숫자가 줄 것이라고 협박을 한 것이다.
누군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날더러 좀 이쁘게 말하란다.
갈수록 왜 이 모양인지?
남성호르몬이 과다분비되는 탓인가 갈수록 말투가 곱지 않다.
아니다, 오늘은 기분이 여엉 말이 아닌 탓이다.
결국 영호가 손을 들고 말았다.
금새 친구들의 입가가 헤헤호호다.
영모의 자그마한 돗자리 옆에 신문지를 덧대고
먹을 것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쑥떡, 가래떡, 과메기, 오이소박이, 김밥,
찰밥, 컵라면, 비름나물, 겉절이...
(내가 기억 못하는 것을 싸온 친구들은
내 머리 용량의 한계를 어여삐 여기사
용서의 아량을 베풀어 주소서)
맘씨 좋은 영호는 우리가 먹고 떠드는 양을 보더니
'이런 애들을 내가 그냥 데리고 갈려 했으니
그리 아우성들이었지' 하였고,
남식이는 세상에 지금껏 등산을 했어도
이렇게 푸짐한 반찬들은 처음 구경한다고 했다.
나는 미자가 은박종이에 싸온 찰밥덩이와
영호아주머니가 보내온 비름나물을 무지 맛있게 먹었다.
히야!!! 온사방이 내 먹이네!
씹는 것 말고도 굴렁쇠차, 커피, 법주, 마실 것도 많다.
영호는 밥통 들고 뭐 하는겨?
현숙: 내 입에는 떡 중에서 가래떡이 최고여!!!
영금이 손끝 방향에 영호가 앉았는디...
아이고, 미자가 해온 찰밥이 맛있기도 해라.
웃다가도 가끔씩은...
청소당번 현숙이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술 마시고, 커피까지 챙겨마신 후에
호룡곡산을 오르느니 마느니 줄다리기 하다가
그냥 영호 뒤를 따르자 하였다.
오늘 등산은 자기가 책임진다는데
설명을 들으니 손해 볼거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환상의 길'이 우리를 유혹한 것이다.
간혹 세워진 팻말들은 아주 말끔 했는데
나는 이런 글귀를 보고 맘이 좋았다.
'사랑해요, 푸른 산.
함께해요 푸른 꿈'
국사봉을 다 내려온 듯하니
아치형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호룡곡산이다.
이곳은 더욱 가파른 길로 시작되었다.
호룡곡산은 국사봉보다 훨씬 어려 종류의 수목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언산이 풀리고 꽃을 피우는 5월경에는
온 산이 꽃천지가 되리라.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바위에 부딪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아까부터 그곳으로 열려있다.
친구들에게 들어보라 이야기 하니
혹시 자동차 소리가 아니냐고 했다.
영호가 산이 무너질 만큼 큰소리로 나를 부른다.
되돌아 뛰어갔더니 참나무에 대한 설명문구를 가리켰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가 그 종류다.
자세히 잎모양까지 그려놓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국사봉을 오르던 길 사방으로
빽빽하게 뿌리를 박고 선 나무들이
참나무 종류라고 짐작했던 내 생각이 옳았다.
호룡곡산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
소중한 우리네 山河다.
남정네라면 이 정도는 되야제.
다정한, 너무도 다정한.
저렇게 머리띠가 어눌리는 남정네 있으면 나와 봐!!!
축하, 축하!
오늘 최고의 사진으로 뽑힌 것을 축하합니다.
영모야, 일밖으로 나오니 다른 세상이제?
자주 산행하면서 건강 챙기고, 우정도 챙기자.
정숙아, 네 미소보다 더 많이 축하한다.
군데군데 마치 화석처럼 변한 죽은 나무뿌리들과
맥없이 쓰러져 죽은 나뭇가지에
딱딱하게 뿌리 박고 자라는 버섯들이 눈에 들어온다.
현숙이는 아까부터 '돼지 몰러 나간다' 라는 문장에
무지 집착하고 있다.
꽤부리는 친구들을 작대기로 몰겠다는
우스갯 말이 싫었던 모양이다.
이번엔 부처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걷던 길을 조금 틀어 바위쪽으로 도니
그 아래쪽은 낭떠러지다.
현숙이가 돌맹이 탑 위에 돌맹이를 얹는다.
금호는 '우리 아들 어찌(잘 기억이 안 나서) 되게
해주시요' 하며 묵상을 하는 것같다.
나도 입속으로 기원을 했다.
사람들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다.
이런 무의미한 돌에도 맘을 달래고 싶어한다.
예수님을 믿는 영호는 밍숭맹숭
우리가 하는 양을 바라만 보고 있다.
계곡길의 표지판을 무시하고
우리는 '환상의 길'을 따라 걸었다.
왼편은 바다요, 오른쪽은 산이다.
산과 바다를 모두 호흡하며 탄성을 지른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화폭처럼 거기 있었다.
통나무로 낮게 울타리를 친 왼편 바다에
눈을 고정시키며 땅에 박아놓은 나무 계단을 밟았다.
우리는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과 흡사한 정경이라며
맞다, 맞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커플 한 쌍이 우리께로 다가와서
바다쪽으로 편한 시선을 준다.
그들이 채워가는 사랑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
활처럼 부드럽게 휘어진 해안선과 넓은 백사장,
해수욕장이 품고있는 작은 산줄기와
세월이 만든 온갖 기암괴석들.
잠시 넋을 잃고 입안에서 뱅뱅도는
싯귀를 찾아내려 애썼지만 그저 헛수고였다.
갯바람과 함께 쏴쏴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파도에 밀려오는 잔물결이 햇살이랑 움직이며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춤을 춘다.
덩달아 나도 동화 되어 간다.
앞서 가던 나와 금호가 뒷 친구들을 기다리며
꽤 오래 기다렸는데 기척이 없다.
핑계 김에 쉬어가자더니 금호가 쥐포를 꺼낸다.
자그맣게 잘라 구워온 쥐포였다.
예전 같으면 네 것도 내 것이요,
내 것도 내 것이었을텐데
이(齒) 때문에 이젠 상황이 다르다.
그래도 포기 않고 입에 물었다.
잠시 후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 작은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영호의 무엇이 떨어지는 바람에
여럿이서 힘을 들인 모양이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이란다.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모래가 깔린 갯벌에
밉살스럽게 방갈로가 눈에 띄었다.
고운 모래를 융단처럼 깔아놓은 해변에서
미자가 불가사리를 집어들었다.
작은 조개껍질들이 지천이다.
구르다만 돌을 집어들었다.
작은 조개부스러기들이 박혀있다.
고개를 드니 저쪽 하늘에 붉은 해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나도 손짓하여 웃음을 돌려주었다.
우리들은 유유자적 하며 여유롭게 걸어서
‘언덕위의 작은 집’에 도착하였다.
권상우와 최지우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흔적이
아직 그곳에 남았을지 집 주위를 빙둘러보았다.
옥외에 만들어둔 대형 그랜드피아노를 두드려보기도 하고
('여기 앉은 사람 바보' 라는 낙서가 써있었음)
촬영 세트용으로 지어놓은 하얀집을 기웃거렸다.
흉하게도 집을 빙 둘러가며 낙서 천지였다.
정말 못말리는 민족이다.
'천국의 계단 촬영장소'인 '언덕위의 집'.
양 옆으로 주욱 미녀를 거느리니 맘이 안 좋네.
산행하기 무지 좋은 날씨였다며 입을 모으고...
아직 하늘 서편에 머물고 있는
붉고 노르스름한 태양은 눈이 부셨다.
금빛으로 반짝이며 찰랑대는 바다 물결도 예뻤다.
큰무리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매표소에서 오늘 따온 싱싱한 굴도 샀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내려왔다.
산행한 사람들이 거의 우리 뿐이었으니
승객도 우리가 거의 전부였다.
선착장 매표소를 기웃거리며
굴을 뒤적이다 그냥 돌아왔는데
배를 타고 나서야 꼭 쓸데가 있음을 생각하고
매표소로 내달리려 하니 매표원이 내 앞을 막는다.
마침 매표소장이 이런 사정을 듣고
휴대폰으로 연락을 하자마자 불과 30초 정도만에
노란 불을 앞에 매단 오토바이가 쌔앵 달려왔다.
질척한 산길에서 묻은 진흙을 바닷물에 털어내고나서
무의도를 뒤로 하고 배에 올랐다.
어둠은 금새 몰려왔다.
선착장에서 뒷풀이장소인 칼국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호친구가 이곳 지리를 잘 알아서 안내 해준 곳이다.
맛난 조개들이 풍덩풍덩인데다
칼국수의 양이 어찌나 많은지
모두 입이 벌어져서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영호는 아까 남긴 과메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커피를 가지러 다녀오다가 '황해해물 칼국수' 최원숙여사에게
(내가 들고온 명함에 그리 적혔음)
코팅 몇 개를 건넸더니 귀한 것을 고맙게 받겠다고 했다.
회비를 갹출하는 중에
희신이가 며칠 전에 만든 카드를 분실했다고
낯빛이 달라지며 무첨 난감해 했다.
옆자리의 정숙이, 영모, 내가 부산을 떨고
원철이에게 연락을 넣어 분실신고 까지 마쳤다.
그런데 종당에는 주머니가 아닌 팔뚝에서
작은 종이 주머니에 잘 싸둔 카드가 뚝 떨어졌다.
우린 산행 때마다 늘 이렇게 이야깃거리 하나씩을
소중하게 잘 남기는 듯 싶다.
아침에 타고온 애들 그대로
남식 친구와 영호친구의 차에 분승하여
다음 산행에 또 만나자며 약속을 한 연후에
짧게 인삿말들을 나누었다.
내가 송정역에서 어찌 갈 것인지 궁리를 하는 중에
영호가 올림픽대로로 방향을 틀었다.
다리가 퉁퉁 부어올라 몽둥이가 되어버리다시피한 나는
영호의 그런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서
미리 생각하고 사두었던 애교있는 선물을 내밀며
영호아주머니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반가움에 겅중거리는 토토를 산책시킨 후에
족욕까지 마치고 부랴부랴 카페에 들어왔더니
오늘 산행에 참가한 아짐씨들이
우루루 몰려와 '재잘방'에 도배를 해두었다.
감사하다, 재미있었다, 잘 들어갔냐,
정이 듬뿍 담긴 인사들로 오늘을 접고 있었다.
(남식 친구의 사진, 그리고 내 글)
첫댓글 오늘은 알프스 소녀 영금이가 단연 돋보이는 날이네~~ 정말 깜찍한 아줌말세~~~성애야, 산행기 정말 재밌다... 우리는 앉아서 읽기만 하면 되지만 ...너는 얼마나 머리에 쥐가 나겠니?
수고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쓰노~~~~ 재미나게 읽고 간다. 돌아오는 화요일에도 빨간장미를~~~~~
아! 실미도.. 바로 거기 있었네... 나도 갔어야 하는데....다음에라도 가야지....벌써 봄을 느끼게 하네..영금이 반팔옷.... 정말 알프스 하이디 같다...나도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다음 언제 다시 가려나????...
시원한 바다 봄바람.. 기분 상쾌한 하루였겠다.....
우리 영금이가 요즘 엔돌핀이 많이나와서 그런지 점점 예뻐져 정말이야 ㅎㅎㅎ 시집갓온 새색시 처럼 뽀샤시한것이 너무 예뻐졌어 샘나 죽겠네 !!나도 같이 등산다니면 영금이처럼 예뻐질까 ㅎㅎㅎ 영금이,현숙이 승렬이 성애 ,영모 ,금호 정숙이<건겅해보이는 모습이 좋네>미자< 항상수고하는 총무님>
카페지기사모님 <희신이>,멋쟁이 쌍방울 <영호,남식>이 모두들 너무너무 부럽다 사진으로보는 너희들표정이 행복감이 넘쳐나는것 같구나 나도 언젠간 그대열에 끼는날을 기다리며 화이팅!!!
바다, 하늘 ,산....그리고 내가 하나가 돼어서 봄날씨에 흠뻑빠졌다 온 하루였다...... 한적한 산길을 마냥 수다떨어도....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쉬엄쉬엄 가도...거기엔 온통 우리뿐이라서 좋았다...........모두 함께한 친구들 고마웠고 담에 더 많은 얼굴 모이자구......
오늘은 드뎌 우리남편과 같이 봤다.전폭적인 후원자가 된단다. 성애의 뛰어난 글솜씨에 기막혀 한다. 밀린 숙제 다 하련다. 고대산도 뵈주고,청계산도 뵈주고,사패산도 뵈주고...신난다. 난 오늘 다 공개했다.아~ 후련해~~~
꼬박 하룻동안 매달려 쓴 산행 후기다. 요번 산행 후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기다려서 읽어준 친구들아, 고맙다.
성애,수고했고,영모남편 세우군,현숙이부군,승열이부군 세분 다 만나보고 휴일부부등산도 했으면 좋겠는데....현숙아,승열아 얘기해봐! 휴일이면 우리마눌도 갈수있으니까....
성애야!! 음악도 글도 너무 좋다....너의수고 덕에....우리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갖을수 있구나....글과사진이 안올라와서...여러번 들락거렸는데.....몸이 많이 안좋은가 보구나.......경희가 항상 함께해서...곁에 있는줄 착각을 많이 하게돼...보고싶구나...남식쒸..이뿌게 찍어줘서 고마워..^&^
정말 집에서 썩고 있는게 너무 아까운 친구다. 항상 성애 글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잘 쓸까 ?... 매번 감격한다~~~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우리 친구들을 위해 재밌게 써준 성애에게 감사하고프다...
알프스소녀 하이디도 늙었을 꺼여....알프스 아줌마 잘 나오게 찍어줘서 고맙구... 친구들아 .난 앞으로도 겉옷은 자주 벗을 꺼여...땀때문에 그려 (뚱순이 라 그런 가봐....이해 혀...)
난 지금도 호룡곡산의 참나무 군락 지나,아랫쪽 소나무 숲지나 나타난 일명 "환상의 길"이 어른 거린다.바닷가 절벽위로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통나무로 울타리를 치고,잔잔한 은빛물결이며,비리한 바닷 내음이며,철석 거리는 파도소리며,텔레토비에나오는 햇님같은 낙조까지도 한폭의 그림 같은곳...!!
무의도,실미도,산행 너무좋아서~~상쾌,통쾌,유쾌~~ 성애야 사진하고 대단한 글솜씨에 흠뻑바져서 본단다 수고 마니마니~~남식씨,용량초과하면서,이어지는 사진들 고맙고~ 경희야 옆에 있는듯해 같이 등산가면 좋을텐데 .....
승열이 부군의 전폭적이 후원한다고.??......야호~~!!...으메.00지원이다..ㅎㅎ ..............야호......야호야호야호야호ㅎㅎㅎㅎ
금호가 야호 부르다 꽈당 했을까 걱정이다. 오늘은 참아라. 규현친구를 만나야 허니께. 글고 요즘은 야호하고 산에 가서 떠들어도 안 된다. 산에 사는 것들도 자기 리듬이 있는데 그걸 사람 맘대로 깨우면 안되걸랑.
산핸 후 소감을 적은 글솜씨가 정말로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산행을 못한 사람들도 마치 같이 동행한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네..... 아무쪼록 다음에도 멋있고(풍류있게) 재미난 글 기다려도 될려나????
성승화씨.산행후 소감만 일지 말고 같이 산행합시다..화요일 안되면 토요일 오후 2시 산행도 있지요.....
맞다! 소희말이~~~~ 다음에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기를~~~~ 얼씨구 지화자!!! 9988 홧팅!!!
영호야, 지금 있는 여성 식구들 거두는 것도 힘들텐데... 고생을 고생으로 알지 않는 우리 59 남정네들에게 그저 고맙고 황송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