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내장산에 가자>/김정숙
가슴 허한 날에는 정읍 내장산에 가자
나 혼자만 외로운 것이 절대 아니라고
위안을 하면서
쓸쓸한 날에는 농민군의 진혼이 살아숨쉬는
고부 황토현 푸른 들에 서서 연줄이라도 실컷 당겨보자
옥정호 돌아 섬진강 언덕까지 구절초 손짓하는
계절,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옹알옹알 귀여운 쏘가리떼
옹알이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궁색하게 버티며 사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고
만용 부리며, 눈물겹지만 서로 따스하게
등 기대는 황톳길 붉은 남쪽으로
마음 울적한 날에는 호남선 열차 사람들
사투리에 마음 녹이며 동진강 돌아
정읍 한우마을 들러, 내장산에 가자
<한국작가회의 회보>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