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5가지 마케팅 신조어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기업의 대응방향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소비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를 감지하고 그들의 니즈를 먼저 충족시키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지름길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마케팅 신조어 5가지를 살펴보고 고객의 니즈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1. 머츄리얼리즘(Maturialism) : 새로운 중년의 삶을 가꾸고 싶다
올해 1000만 관객시대를 연 한국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흥행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40, 50대의 중년 관객이었다. 또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 몰이도 중년 관객의 힘이 컸다. 머츄리얼리즘(Maturialism)은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기존 소비시장에 만족하지 않은 중년층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가꾸기 위한 상품을 찾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의 품격 및 관심사에 걸 맞는 상품 소비를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급 제품이나 전문가용 제품도 구입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가정용품 회사인 세브(SEB)가 하이네켄(Heineken)과 제휴하여 선보인 가정용 맥주 제조기는 맥주에 관심이 많은 유럽 중년층의 니즈를 반영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머츄리얼리즘은 중년층의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증대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고자 나타난 현상이다. 자신 만의 품격을 유지하고, 여가를 즐기며, 취미를 개발하는 등 그 동안 등한시 했던 자신의 삶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의 변화는 프리미엄 급 제품의 소비로도 나타나고 있으나 기존 명품 소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과시 욕구’와는 차이가 있다. 머츄리얼리즘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신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중년층의 니즈를 간파하여 성공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인 홈데포(Home Depot)는 전문가용으로만 판매되었던 고급 전동 공구 세트를 중년층의 DIY(Do It Yourself)족을 대상으로 출시하여 인기를 모았다. 또한 전자기업인 지멘스(Simens)는 버튼 조작만으로도 전문가 수준의 다림질이 가능한 고급 가정용 다리미인 드레스맨(Dressman)을 중년층을 대상으로 출시하여 주목 받고 있다.
● 소비 촉진의 모멘텀 확보가 관건
그 동안 중년 시장은 외면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내 기업의 광고비 지출에 관한 분석에 의하면 광고비 예산의 95% 정도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존의 중년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중년 소비자는 변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4564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중년층의 가치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0∼50%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은 적극적인 소비자로 변하는 있는 중년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개발 및 광고, 판촉 등으로 그들의 소비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 위스키 제조사인 버본(Bourbon)은 ‘The older, the better’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역동적으로 생활하는 50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시음대회를 개최하는 등 중년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2. 체리 피커(Cherry Picker) : 기업의 허점을 노려 실속을 챙긴다
집들이를 앞둔 신혼부부가 고가의 가구를 구입했다가 집들이가 끝나면 반품한다. 실제 홈쇼핑 업체들이 겪는 반품 사례이다. 체리 피커(Cherry Picker)는 기업의 상품 구매, 서비스 이용 실적은 좋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 챙기기에 만 관심이 있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갑지 않은 고객이다.
최근 국내 조사 업체의 설문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0%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똑똑한(Smart) 소비자의 증가는 브랜드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반면, 기업의 서비스 체계, 유통 구조 등에 있는 허점을 찾아내어 실속만 챙기는 체리 피커가 늘어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홈쇼핑에서는 전체 물량의 10∼25% 가량이 반품되는데, 그 중 경품을 노리고 무더기 주문을 한 뒤 당첨되지 않은 상품은 반품하는 체리 피커의 비중이 적지 않다고 한다.
● 효과적 디마케팅(Demarketing)으로 대응
작년 업계 발표 조사에 따르면 유통업체 전체 고객의 20%, 신용카드사는 17%가 체리 피커에 해당한다고 한다. 기업은 이들을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에 힘쓰고 있다. 신용카드사는 체리 피커의 활동을 잠재울 처방으로 놀이공원과 영화관 할인 등 비용부담이 큰 서비스를 대폭 줄이고 있으며, 홈쇼핑 업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리스트를 공유해 공동 대처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기업은 고객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계량 분석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흔히, 고객 생애가치(LTV: Life Time Value), 구매 패턴 분석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절대적 기준으로 확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객 생애가치의 경우 현재의 수익성을 중심으로 향후 거래의 지속 내지는 이탈 가능성을 고려하여 산출하므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특히 체리 피커의 평가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의 호크(Hoch) 교수는 상당수의 체리 피커가 소득이 높고 일시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이 체리 피커를 평가할 때는 유예 기간을 둔다거나, 향후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고려하는 등 탄력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ivity) : 나만을 위한 명품을 갖고 싶다
전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100만원 대의 운전 전용 운동화. 얼마 전 푸마가 BMW의 미니쿠퍼(Mini Cooper) 운전자를 대상으로 맞춤 생산 방식에 의해 판매한 고급 운동화이다.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ivity)는 소수만을 대상으로 맞춤 생산 방식에 의해 제공되는 고급품 및 고급 서비스를 의미한다. 매스클루시버티는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에서 비롯된 개념이긴 하지만 개별 고객의 니즈를 대량 생산이 아닌 소수를 위한 한정 생산을 통해 반영하고 있다. 최근 소니가 선보인 명품 가전인 퀄리아(Qualia)는 소비자의 취향을 최적화해 맞춤 생산한 매스클루시버티라고 할 수 있다. 소니는 1600만원 대의 홈시어터 프로젝터, 1400만원 대의 고음질 오디오시스템 등을 선보임으로써, 차별화 된 명품 가전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고 있다.
매스클루시버티의 등장은 명품이 대중화됨에 따라 나만의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버버리, 구찌 등과 같은 전통적인 명품 그리고 폴로 티셔츠, 루이까또즈 지갑 등과 같은 매스티지(Masstige)가 대중화됨에 따라 차별화 되고 희소한 명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 명품업체는 최상위 고객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를 대상으로 한 고객 차별화 전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조지오 아르마니는 신제품을 매장에 전시하기 전 최상위 고객 5명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열기도 하였다.
● 자기 표현 욕구에 주목
기업들은 단순한 고급화를 넘어 소비자들이 가진 자기 표현 욕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고급화 욕구는 단순히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한 동조 소비에서 시작하여 더욱 차별화 된 고급 브랜드에 대한 욕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제품군 내에서도 고급 시장은 더욱 세분화될 수 있다. 미국의 최고급 육로 운송 서비스인 리모라이너(LimoLiner)의 경우 여타의 고급 운송 서비스에 비해 서비스 품질 면에서 더욱 차별화하여 고급화하였고, 보스톤과 뉴욕에 거주하는 부유층만을 타켓 고객으로 삼아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최상급 시장이 아니더라도 자기 표현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의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4. 걸리시 소비자(Girlish Consumer) : 소녀적 감성은 영원할 수 있다
핑크색 밴드의 테크노 마린 시계, 핑크색 칼라 휴대폰, 리본 달린 구두.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패션 아이템이다. 걸리시 소비자(Girlish Consumer)는 성년이 된 후에도 10대 소녀처럼 어려보이고 싶은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보다 더 여성스러움을 추구 하는 여성 소비 계층을 의미한다. 이처럼 조금은 튀는 듯한 스타일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남의 눈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변화된 소비 문화에서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걸리시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은 먼저 패션, 화장품, 문구류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상품의 컨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타겟 고객은 10대 소녀이지만 젊은 여성에게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소녀 취향의 의류인 소위 ‘걸리시 패션’, 디자인 소품업체인 1300K의 아기자기한 문구류 그리고 보그걸, 코스모걸 등과 같은 소녀 취향의 스타일을 제안하는 패션 잡지들이 20대 여성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40년이 넘었으나 지금도 매 초당 3개의 인형이 팔린다고 하는 바비 인형의 경우 비단 어린 소녀만이 주 고객은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고가의 인형을 구입하는 30대 여성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바비 인형의 디자이너들은 성인 여성의 취향을 발 빠르게 조사하며 IT 제품의 디자인 트렌드를 참고하기 위해 전자업체 디자인 연구소와의 협력관계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 또래 문화를 파악하고 제품 디자인을 다양화
걸리시 트렌드는 여성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걸리시 성향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기기 시장은 과거 검정과 회색 일색이던 제품에서 벗어나, 핑크, 오렌지색 등과 같은 화려한 칼라와 앙증맞은 디자인의 칼라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을 선보임으로써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걸리시 소비자는 본인만의 취향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경향도 있다. 예컨대, 작년부터 매니아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스프레(Costume Play; 만화, 게임 등의 주인공 의상을 입고 모방하는 것) 중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천사소녀 네티, 세일러문 동호회 등은 걸리시 소비자의 놀이문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게임, 디지털 카메라 업체 등에서는 이들 동호회를 대상으로 상품의 홍보 및 판촉 활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5.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 남자도 외모를 가꿀 수 있다
‘여자만 하얘지란 법은 없다’ 모 화장품 회사의 남성용 미백 화장품 광고 문구이다. 남자도 여자처럼 자신의 피부를 가꿀 수 있다는 새로운 남성 스타일을 부각시키고 있다.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은 쇼핑몰, 미용실 등이 인접한 도시(Metro)에 살면서 패션, 미용, 인테리어, 요리 등 여성적(Sexual) 라이프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을 의미한다.
메트로섹슈얼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대홍기획의 조사에 의하면 ‘요즘 남성은 여성화 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5%이며, ‘남자도 화장, 액세서리 등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기능성 화장품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미용 업체가 피부강좌, 스파 등 다양한 남성용 뷰티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메트로섹슈얼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욱 크다. 비즈니스 위크(Businessweek)가 2003년 미국 히트상품으로 선정한 TV 프로그램인 ‘퀴어아이 포더 스트레이트 가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는 패션분야의 전문가가 평범한 도시 남성을 메트로섹슈얼로 만들어준다는 내용으로서 인기를 얻었다.
최근 메트로섹슈얼이 부각되고 있는 현상은 외모지상주의 문화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과 무관하지 않다. 얼짱, 몸짱 열풍으로 이어지는 소위 ‘몸(身)의 전성시대’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기 관리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웰빙(Well-being)트렌드와 연관이 많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 전 세계적 동조화 경향
올 해 초 유럽 광고 대행사 유로 RSCG는 75개국 마케터와 공동으로 선정한 2004년 트렌드로서 메트로섹슈얼 시장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패션, 화장품, 패션잡지 등과 같은 여성 위주의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했지만 남성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신문에 의하면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가 2002년의 적자에서 벗어나 2003년에 흑자를 달성한 이유 중 큰 요인이 외모에 관심이 커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 출시에 있다고 한다.
메트로섹슈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완화시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그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여성 제품의 무모한 브랜드 확장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면밀한 소비자 니즈 조사가 필요하다. 유니레버는 젊은 남성과의 래더링(Laddering) 테스트 통해 여성 전용이었던 바디용 향수인 ‘엑스(Axe)’를 출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도회적 이미지가 시장 선도성을 가진다는 점을 명심하여 비단 메트로섹슈얼 시장이 아니더라도 상품 포지셔닝 등에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신소비 코드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의 주류를 이끄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은 복잡,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시에 간파하고 이를 복합적인 시장 세분화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