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터미널은 굉장히 재밌는 곳이다.
버스터미널 간판이 아닌 할인마트 간판이 떡하니 붙어있지만,
막상 할인마트 공간은 보이지도 않고 버스와 관련된 공간들만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처음 세워졌을때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훈훈한 공간이기도 하고,
합덕의 옛 위상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크기도 제법 크다.
'국내최초 쇼핑몰복합터미널'이라는 재밌는 제목을 붙이기에 아깝지 않은,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합덕터미널 앞은 장사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여기가 시장골목이 아닌데도 마치 재래시장 입구에 와있는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겉보기엔 그냥 동네 골목과 같이 느껴지지만 명색이 합덕의 중심가이기도 한 곳이다.
복잡한 골목길(?) 끝에는 큼지막한 벽돌건물이 정면을 가로막고 있다.
'대형할인마트'라는 간판이 붙어있지만 실상은 버스터미널이다.
지하에 할인마트가 있고 1층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국내최초 쇼핑몰복합터미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왼편의 이발소와 빵집을 보고서야 여기가 버스터미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국내최초 쇼핑몰복합터미널답게 상업시설만 신경써주고 편의시설은 뒷전이다.
합덕터미널의 유일한 간판은 입구에 붙여놓은 조그만 나무간판뿐이다.
그것도 무려 한자로 쓰여있어 왠만한 사람들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이름판이니,
처음 오는 사람은 쉽게 찾지 못하고 꽤나 헤맬 것 같다.
그래도 내부는 건물 크기만큼 상당히 넓었다.
일(一)자형으로 되어있어 굉장히 시원시원하고, 표사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굉장히 편해보인다.
크기는 크지만 7080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까지 가득하여,
마치 성환터미널의 확대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합실 왼쪽 입구에 매표소가 조그맣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느 터미널들과 다름없이 창문 곳곳에 A4안내용지를 붙여놓고,
전국지하철노선도도 어김없이 붙어있다.
각진 천장과 기둥, 벽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건너편으로는 수많은 상점들이 10년, 20년전의 추억을 그대로 영업한다.
보통 이런 곳의 상점들은 상당수가 문이 닫혀있기 마련인데,
한 군데도 그런거없이 멀쩡히 영업하는걸 보면 확실히 살아있는 곳이라는걸 느낀다.
바깥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제각각 추억을 쌓고 있다.
같은 당진이지만 읍내나 송악쪽에 비하면 굉장히 낙후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버스터미널과 그 주변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합덕터미널 주차장 또한 낡은 시멘트바닥으로 채워져 있다.
구도색의 파란 당진여객 차가 홀로 주차되어 있고,
그늘진 곳엔 버스가 아닌 자동차가 빈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버스가 승차장으로 들어오는걸 막기 위해 설치한 턱도,
세월이란 비바람에 깎이고 깎여 울퉁불퉁 제 모습조차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군내버스, 시외버스의 바람막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위로 붙은 행선판도 여전히 옛 것을 쓰고 있다.
당진읍내부터 시작해서 신평, 면천, 신례원 등 주변동네도 있고,
서산, 온양, 용인, 성남, 서울 등 먼 지역의 행선판도 있고.
'국내최초 쇼핑몰복합터미널'이지만 내부는 영락없는 7080 버스터미널인 이 곳.
비록 있던시간은 굉장히 짧았지만 강하게 뇌리에 박혀버린 공간이다.
사진 속의 버스들도, 사람들도 변함없이 여기에 남아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첫댓글 합덕 터미널은 예전에 성남에서 당진 완행? 을 타고 갈때 몇 번 들렀는데 승차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만 봐서 내부를 처음 보는데 생각보단 꽤 규모가 있는 터미널이었군요. 나른한 햇살 속에 터미널 모습 보기 좋습니다.
처음 찾아갈땐 동네 이곳저곳 다 돌길래 너무 구석진곳에 있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규모가 상당하더군요. 옛 모습도 잘 간직하고 있고 사람도 많고... 이래저래 정이 갑니다.
흑백사진이 잘 어울리는 터미널이네요...여행기 잘 봤습니다.
사진이 다 찌그러져 나오는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늘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
전북고속이 동대전-합덕-당진 노선 개통하던 날 당진-합덕구간을 이용하며 들렸던 것이 본인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듯 합니다. 비록 터미널은 노후화 됬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만, 매표소 어머니의 친절함은 기억에 남더군요..^^ 사진 잘보고 갑니다~
처음 개통한 버스를 타고 들리셨다니 좋으셨겠습니다. 매표소 직원분께서 친절하시면 그곳의 기억이 굉장히 좋게 남지 않나요~ ㅎㅎ
잘보고 갑니다
시골동네치곤 20세기까지 꽤 큰 동네였습니다. 소속군인 당진보다 예산이 가까워 애매한 지역이죠.. 암튼 지금은 많이 쇠락했습니다.
많이 쇠락했다고는 해도 규모가 그렇게 작은 동네는 아니던걸요. 말씀하신대로 당진보단 예산이 더 가까워보입니다. -.-;;
흑백 사진으로 보니 30~40년전 사진같네요 이번에도 좋은 여행기 잘 봤습니다.^*^
사진이 좋게 나오지 않는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쌘돌이님이나 제겐 익숙한곳중 하나지요.쇠락해도 아직은 그래도 건재한게 당진교통의 요충지중 하니이기때문이죠.예산이나 삽교면 등지혹은 당진-합덕간 여러 지선이 깔려있죠. 남부터미널-합덕종착도 건재하고요.(말하자면 경북 예천의 풍양정도?)
고속도로가 여럿 깔려서 위상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경유하는 버스도 많고 수요도 상당한 것 같더군요. 무려 서울발 종착노선까지 있을 정도라니.. 할 말 다했네요 ㅎㅎ
전 합덕터미널을 가본지 거의5년전인듯하네여...친척이 예산쪽에살아서 가까운합덕터미널 이용했었지요...그때나지금이나 변함없는모습이군요..잘보고갑니다
예산사시는데 합덕으로 오셨다니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5년전과 비교해도 변함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쭉 한결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고향에 오셨었군요...합덕터미널이 제가 중학교 1~2학년쯤 지어졌으니 언 25년 정도 되었네요...
저도 중학교때까지 고향에 있을때 신발을 사든지 주윤발.류덕화등의 홍콩영화를 볼때면 당진이 아닌 예산으로
나갔을정도로 참 지리적으로 애매한 곳이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계신곳이라 자주내려갑니다만
사진으로 보니 정말 반갑네요..
날쌘돌이님 고향이셨군요. 진직 알았더라면 좀더 오래있다오는건데 좀 아쉽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