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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대나무축제 & 병풍산 | ||||||||||||||||||||||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정절이나 절개를 상징하는 이 대나무에 크게 의지해 옛 담양 사람들은 살아왔다. 플라스틱이 발명되며 대나무가 우리 일상과 거리가 멀어진 지는 오래지만, 그러나 담양 사람들은 축제라는 새로운 방식을 빌어 대나무를 삶과 연계시켜왔다. 올해로 이미 24회째를 맞는 담양 대나무축제다. 대나무 신비 속으로(16종), 대나무 멋과 맛의 여행(7종), 대나무 문화의 시간여행(7종) 등 대나무 관련 행사를 100여 종 벌이며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담양은 겨울에도 푸릇푸릇하다. 사방 천지에 대숲을 가꾸어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이 없지만 담양은 유독 대나무밭이 많다. 그간 쓸모가 없어져 많이 베어냈어도 여전히 다른 지방에 비해서는 유난히 많은 편이다. 담양이 대나무의 고장이 된 데 대해 이 지방 향토사학자인 이해섭씨는 이렇게 말한다.
담양 대나무가 그렇듯 탄력이 뛰어난 것은 대부분 토양이 황토여서 대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 덕분이라고 한다. 담양 대나무는 그렇듯 강도와 탄력이 모두 뛰어나 죽공예에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 담양의 죽제품은 최고의 인기를 누려, 멀리 중국까지도 수출되었다. 이 담양 죽제품 운반을 위해 군 단위로는 최초로 철로가 와 닿았다. 그 철로를 타고 멀리 신의주, 심지어는 만주의 봉천(현 심양)까지도 담양 죽제품이 팔려나갔다고 이해섭씨는 말한다.
참빗은 이를 잡는 데 특히 유용했고, 방에는 반드시 죽석(竹席) 곧 대나무 방석이 있어야 했던 옛 시절이었다. 이렇듯 대나무 제품이 생필품이었던 시절, 목질이 유난히 단단하고 탄력도 좋은 담양 죽제품의 인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상설 죽물시장이 열렸던 관방제 옆 죽물시장 옆은 과거 금싸라기 땅이었거니와 담양 전역이 대나무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담양군 거의 어느 지역이든 대 죽(竹) 자가 든 지명이 많은 것은 이런 연유다.
올해 담양 대나무축제는 5개 분야 137개 행사가 진행된다. 전국 죽세공예품 전시회, 담양 대나무 사진전시회, 죽세공예품 경진대회, 전국 대나무 악기 경연대회, 전국 죽검베기 대회 등 기획 행사 5종을 비롯해 전통 대통술 담그기, 대나무 뗏목타기, 대소쿠리 민물고기 잡기, 대나무 백년 소망등 달기, 대나무 연날리기, 대나무 솟대 만들기, 대숯공예 만들기, 죽로차 만들기, 대숯팩 체험, 죽공예 명인 및 공예인 제작시연, 대나무 종이 만들기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숨 가뿔 정도로 대나무에서 대나무로 이어지는 행사가 매일 줄을 잇는다. 단연 인기는 대나무 뗏목타기
죽녹원과 대나무박물관에서 여는 전국 대나무 조형물 공모전은 큰 규모의 여러 기발한 조형물들이 선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탐방객들 입장에서는 먹거리도 큰 관심거리. 담양군은 ‘대나무 신산업’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여러 ‘대나무 웰빙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잎차, 죽초액, 죽력, 대잎술, 대 화장품 등이 그것. 축제기간동안 수십 종의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제품을 전시 판매한다. 굵은 대나무를 잘라 그 속에 쌀을 넣고 한 대통밥, 담양 명물 먹거리 중 하나인 떡갈비 등도 전시회 먹거리 장터에서 맛볼 수 있다. 중국의 담양이라 할 절강성 안길현, 일본의 담양인 다키하라(竹源)에서도 죽공예품들을 들고 와 3개국 죽공예품 전시회도 연다. 올해는 특히 안길현 죽순요리 전문가가 와서 여러 죽순요리 만들기 시연을 할 예정이다. 담양읍내는 그리 크지 않고 행사는 이렇듯 많으니 6일간은 담양읍내 어디를 가든 대나무 축제 행사를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나무 관련 행사 이외 줄다리기, 널뛰기 등의 전통 민속놀이나 외국의 민속공연 등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각 행사장은 대나무 무궤도열차를 운행,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자 담양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에는 대나무로 만든 솟대를 100여 개씩 길게 세워둘 예정이다. 5월3일 군민의 날에는 담양군내 295개 마을에서 각각 50m씩 엮어 가지고 나온 줄을 연결한 기나긴 줄다리기 시합이 최고의 볼거리가 될 것 같다. 5월5일 오후 8시30분부터 열리는 폐막제 행사 때는 대나무 폭죽놀이가 단연 최고 인기일 것이다. 대나무를 통째로 태우면 마디 속의 공기가 팽창, 연달아 폭발하며 하늘 높이 불꽃을 피워 올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관방제 옆 산록의 대나무밭을 다듬고 가꾸어 조성한 죽록원(竹록園)은 시내에서 손쉽게 대낮에도 컴컴한 대숲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죽록원 입구 맞은편 도로변의 대나무잎 호떡집 앞은 축제 때면 장사진이다. 담양에서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데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달리노라면 수십 미터 키로 하늘을 가리고 도열한 8km 남짓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시작된다. 현재 4차선 국도가 새로이 뚫리며 메타세쿼이아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끊어져 탐승하기가 매우 좋아졌다. 이곳은 물론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는 중국이 원산지이고 미국에서 개량된 수종으로, 1970년대 초반 묘목을 심어둔 것이 지금 같은 울창한 가로수길이 되었다. 산림청이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했다. 이외에도 소쇄원, 금성산성, 담양호 등 각각 전국에서 손꼽을 만한 풍치의 명소가 산재한 곳이 담양이니, 2~3일은 잡고 가야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담양 문화레저관광과 061-380-3141. 교통 먹거리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뜻밖의 산을 만나는 기쁨은, 이제 거의 모든 산이 세상에 드러나 있기에 각별하다. 담양에서 병풍산을 그렇게 각별한 기쁨으로 만났다.
병풍이란 이름이 붙은 산의 거의 모두가 그렇듯, 담양 병풍산도 여러 폭 병풍처럼 선 바위절벽을 가졌다. 물론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처럼 웅장 거대하지는 않지만 주변 거의가 뭉실뭉긋한 야산 무리여서 그 가운데 솟은 병풍산을 담양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도도하다’거나 ‘석성을 이루었다’는 류의 수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춘삼월에 뜻밖의 설경에 취해 산 기슭으로 다가드는 먼뎃 길가에서 보아서는, 병풍산의 바위병풍은 하늘선을 그저 보일 듯 말듯 일그러뜨리는 작은 요철로 드러날 뿐이었다. 산행기점을 삼을 대각동 마을까지 다가가 바라보기에도 그저 산정 근처에 회색빛 바위절벽이 ‘성냥갑만한 크기’로 가로세워져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그것의 정수리에 올랐을 때 우리는 놀라고 말았다. 여러 폭 병풍을 이룬 암릉의 가장 높은 곳에서 느껴지는 절벽의 높이는 아찔하여 뒷걸음치게 했고, 거기서 펼쳐진 풍경은 아스라이 넓기도 넓어, 절로 눈이 가느스름하니 감겨왔다.
아침에 굵은 춘우가 뿌리기에 산행을 연기하려 했으나 담양 산꾼 이충배씨(47·담양산악회 총무)가 “산에서 비 맞기는 다반사 아니냐”며 산행을 강권했다. 그 덕분에 코앞의 절경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간신히 면했다.
담양읍 서쪽 수북면 소재지에 들어 우회전, 곧장 달렸다. 저 앞으로 삼각 피라밋 형상의, 병풍산 남쪽으로 마주서서 대각동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삼인산(三人山)이 뵈므로 이를 지표 삼으면 된다. 삼인산이 왼쪽 앞으로 바투 다가들며 대방제 저수지 옆을 지난다. 그 저수지 꼭지점의 도로 오른쪽에 제법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N 35°18′44.3″ E 126°54′29.9″). 여기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곧장 청소년수련원 안까지 깊이 들어가서 산행할 계획이었으나 정문에서 “하산하는 경우 이외엔 연중 등산객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앞을 막았다. 주차장 옆 개울에 걸쳐진 짧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넓은 대나무 사잇길로 걸어 올랐다. 대숲에 이어진 굵은 참나무 숲길도 시원스럽다. 5분 남짓이나 걸었을까. 산비탈을 가로지른 임도로 올라섰다. 곧장 산비탈을 질러 오르는 삼인산 등산로 입구엔 10여 개 표지리본이 나풀거린다. 삼인산으로 올라 병풍산으로 종주해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임도 따라 주욱 수련원쪽으로 걸었다. 병풍산릉이 한 걸음 더 눈앞에 다가와 있다. 병풍산도 둘, 투구봉도 둘? 수련원 구역 내로 들자 양쪽을 큼직한 바윗돌들로 단을 지어 쌓은 산책로가 곧게 뻗었다. 한참 걸었다 싶을 즈음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N 35°18′42.1″ E 126°53′47.3″). 여기서 오른쪽의 리본들이 매달린 길로 가야 한다. 곧 넓은 길은 끝나고 계곡을 건너 정자각 옆의 오솔길로 접어들게 된다.
강풍이 휘몰아쳐서 광장 옆, 문을 열어둔 간이주점의 비닐막 안으로 잠시 피신했다가 길을 이었다. 비닐막 옆까지 콘크리트 포장도가 서쪽 한재골 방면에서 올라와 있어 놀랐다. 저 아래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무시로 차가 오르내릴 수는 없는 길이라고 한다. 천자봉에서 원점으로 하산
암부에서 내려선 이후 길이 가팔라진다. 큰 무덤 2기를 지나며 완경사의 잘 가꾼 송림지대를 가로질렀다. 곧장 능선만 따라 가다가 천자봉으로부터 약 1.5km 되는 지점의 갈림길목(N 35°18′46.5″ E 126°54′42.6″)에서 오른쪽 리본이 많이 매달린 샛길로 내려가야 한다. 10분 남짓 뒤에 누렁개가 컹컹 짖어대는 도로변 식당 오두막집으로 내려섰다. 5시간 남짓한, 춘삼월 눈꽃놀이 산행으로는 걸은 거리나 소요시간으로도 딱 알맞은 정도였다. 병풍산 풍경이 여전히 눈앞에 삼삼하니, 이제 진달래나 철쭉꽃이 만발할 때까지는 아무 산에도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글 안중국 차장 ㅣ산행 길잡이ㅣ 대각동 기점 원점회귀산행이 권 할만 병풍산 오름길목은 산의 동서쪽에 각각 있다. 현지 사람들은 대개 한재골이나 대치를 이용, 병풍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되내려간다. 한재골 입구와 대치 바로 아래에 작으나마 주차공간이 있고, 포장마차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