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짜릿한 '위도 선상 낚시' 일품
내소사 꽃살문 보는 즐거움도 커

▲위도 선상낚시를 하다 바라 본 무인도의 모습이 신비스럽다.
낙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위도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선상낚시를 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섬의 아침은 때 묻지 않은 본모습을 드러내고 아침 햇살을 실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자극한다. 갯가 내음이 물씬 풍기는 가운데 대여한 낚시도구를 챙겨서 배에 올랐다.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 낚시의 즐거움 만끽할 수 있다.
바다낚시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원래 낚시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민물낚시와 달리 바다낚시는 역동적이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하나 선상낚시의 즐거움은 수확에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PET병 길이 보다 더 큰 게르치를 잡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황금어장이라고까지 말하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쫑긋거렸다. 대략 20분이 지났을까. 즐거운 배안에서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월척이다”는 소리도 들리고 처음 낚은 고기라며 자랑하는 초보 낚시꾼의 상기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수십 마리 고기를 낚았는데, 대부분이 게르치다.
평균 28cm의 게르치 가운데, PET병 높이 보다 큰 게르치를 일행 중 모씨가 잡아 올렸다. 대어는 순식간에 구경거리가 됐고, 칼잡이로 통하는 모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회를 치기 시작했다. 배를 탄 울렁증 보다 낚시의 기쁨, 선상에서 생선회를 먹는 짜릿한 울렁증은 예상 보다 훨씬 크게 다가 왔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과 맛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라 표현해야겠다.

▲"게르치 월척입니다요."
섬마을은 그저 어민들의 생활터전이 아닌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 받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피서지로 휴가지로 손색이 없는 위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아름다운 어촌으로 불릴 만큼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선상낚시를 끝내고 다시 격포항으로 돌아와 변산반도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내소사를 향했다. 변산반도 남쪽에 위치한 내소사의 원래 이름은 소래사였다.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 두타스님에 의해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고찰이고, 임진왜란 이후 지금의 내소사로 바뀌었다.

▲100마리에 가까운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일주문에서부터는 녹색의 향연이 시작된다. 전나무 숲길은 소문대로 아름다운 길이다. 새 소리, 바람 소리에 전나무는 몸을 흔들어 녹색향을 떨어뜨린다.

▲호젓한 내소사 전나무길이 상쾌하다.

▲수령 500년이 넘는 할아버지 당산목을 지나면 안뜰에 할머니 당산목이 자리하고 있다.
천왕문을 지나 수령이 약 5백 여 년인 할아버지 당산목을 지나고 안 뜰에 있는 할머니 당산목에 눈길을 보냈는데,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빛바랜 단청이 더 아름다운 대웅전이다.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만으로 끼워 맞춘 건물인 대웅전과 그 앞 삼층석탑이 안정감을 준다.

▲보물 제277호인 내소사 동종의 아름다움.
대웅전은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만으로 끼워 맞춘 건물이다. 퇴색된 단청으로 고풍스러운 부위기를 자아내는 대웅전 후불벽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후불벽화이다. 이 벽화에 그려진 백의관음보살좌상의 눈을 보고 걸으면 눈이 따라 오고 그 눈과 마주치며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대웅전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꽃 창살에 있다. 연꽃, 국화꽃, 해바라기 꽃무늬 창살은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곱디곱게 태어나 곱게 늙은 꽃 창살은 참으로 정겹기도 한데, 이 창살은 부처님의 설법에 환희의 꽃비가 내리는 광경과, 부처님 세계에 나고자 염원하는 연화생을 형상화 한 것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댕그랑거리는 풍경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고 어디서 동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제 소리를 듣지 않았고, 보물제277호인 내소사 동종 앞에 이르러 심중에 닿는 소리를 갈구했다. 그리고 여기서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