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번 보름은 이장님 댁에서][대보름
음식]
“넉넉하게 장만해서 이웃과 함께 드세요”
오는 15일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정월대보름이다. 옛부터 농경민족에게 만월은
풍요를 상징했다. 그래서인지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 세시절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먹거리도 풍성하다. 곳곳에서 다양한 전통민속놀이들이 펼쳐지고 무엇보다 갖가지
절식들이 정월대보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맘때가 되면 오곡밥, 나물, 부럼,
원소병 등 다양한 절식들로 넘쳐난다. 올 대보름에는 조상들이 즐겨 만들었던 절식을
장만해 가족들의 힘을 돋워주자. 기왕이면 넉넉하게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 미풍도
실천해보자.
# 오곡밥
정월대보름날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서 지은 밥으로 성이 다른 세 집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수가 좋다고 하여 이웃간에 나누어 먹었다. 또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하여 틈틈이 여러 번 먹었다. 찰지게 만든 오곡밥은 속이 가득차는 느낌을 주어 일년
내내 배고프지 않고 잘 먹고 열심히 일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 진채식(나물)
지난해 가을에 말려둔 호박·무·가지·오이·고사리 등 아홉 가지 나물을 삶아 기름에
무쳐먹었는데 이를 진채식이라 했다. 이날 진채식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 귀밝이술
대보름날 아침 데우지 않은 청주(일명 이명주)를 마시면 일년 내내 귀가 밝아진다
하여 어른들은 술 한 잔씩을 마시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더불어 한 해 동안 좋은
소리 듣기를 기원하였다.
# 부럼
대보름날 새벽에 호두, 은행, 무, 잣, 땅콩 등을 깨물면서 “일 년 열두 달 동안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덕담을 나눴다. 또 ‘딱’하는
깨무는 소리에 잡귀가 물러간다고 믿었다.
# 원소병
정월 보름날 저녁, 작고 동그란 떡이라는 뜻의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흰색,
노란, 빨간, 파란색으로 물들여서 오래 치대어 반죽하여 대추만 하게 떼어 대추소,
유자 절임 등을 다져 넣고 둥글게 빚어 녹말을 묻혀 끓는 물에 삶아 건져서 꿀물이나
오미자국에 띄워 먹었다.
# 약밥
약밥은 다른 말로 약반(藥飯) 혹은 약식(藥食)이라 부른다. 대추·밤이 들어가 약이
되는 밥이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참기름을 둘렀기 때문에
다른 밥과 달리 오랜 시간 보존이 가능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잔치 때 밥을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이른바 단체급식용 밥이라 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별미
대보름 절식의 대표적인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오곡밥과 나물이다. 알고는 있지만
평소 잡곡밥도 지어 먹지 않다가 1년에 한번 오곡밥을 짓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평소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길든 아이들에게 이날만은 영양 가득한 오곡밥과
고소하고 맛난 나물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보자. 그리고 그 음식 속에 담겨있는 조상들의
숨은 지혜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때깔 고운 영양 보고(寶庫) 오곡밥
<재료>
찹쌀1컵, 팥·밤콩·수수·차조 1/4컵씩, 맵쌀2컵, 소금1큰술, 물 4컵
<만드는 법>
1. 팥은 깨끗이 씻어서 냄비에 담고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물이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버린다. 다시 새물을 받아 불에 올리고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 뭉근하게
삶는다.
2.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삶아지면 체에 밭여 팥과 팥물을 따로 받아둔다.
3. 찹쌀은 씻어서 하룻밤 전에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리고 멥쌀은 밥 짓기 30분전에
씻어 두었다가 체에 밭여 물기를 뺀다.
4. 밤콩은 물에 담가 푹 불리고 수수는 여러 번 씻어 붉은 물을 우려낸다. 차조도
깨끗이 씻어 체에 밭여 물기를 뺀다.
5. 따로 받아둔 팥물에 물을 부어 전부 4컵을 만든 뒤 분량대로 소금을 넣고 골고루
저어 섞는다.
6. 불린 멥쌀과 찹쌀 삶은 팥·밤콩·수수를 합해 냄비에 앉힌 뒤 밑간한 팥물을
부어 끓인다.
7. 밥이 한소끔 끓어오르면 준비한 차조를 얹은 뒤 불을 줄여 중불에서 끓이다가
밥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불을 약하게 줄여 뜸을 들인다. 밥이 알맞게 익으면 주걱으로
고루 뒤섞어 그릇에 담아낸다.
참기름 향기 구수한 대보름 나물
<재료>
말린 고사리·취·가지·호박오가리·고구마불기·무청시래기·무·도라지·콩나물
200g씩, 소금·식용유·참기름 약간씩, 소금 양념, 간장 양념
<만드는 법>
1. 말린 고사리·취·가지·호박오가리·고구마줄기·무청시래기는 각각 따뜻한 물에
담가 하루정도 충분히 불린다.
2. 불린 나물을 각각 끓는 물에 넣어 무르게 삶은 뒤 다시 찬물에 헹궈 체에 밭여
물기를 뺀다. 불린 가지와 호박오가리는 여러 번 씻어 물기를 꾹 짠다.
3. 도라지는 먹기 좋게 가른 뒤 소금을 넣고 빡빡 주물러 쓴맛을 뺀 다음 여러 번
헹궈 물기를 꼭 짠다.
4. 무는 깨끗이 씻은 뒤 굵게 채 썰어 끓는 물에 무르게 삶는다. 알맞게 삶아지면
체에 밭여 물기를 빼고 차게 식힌다.
5. 삶은 무채, 콩나물, 도라지를 각각 그릇에 담고 소금 양념을 넣어 골고루 무친다.
6. 손질한 2의 나물들은 알맞은 크기로 자른 뒤 각각 국간장 양념을 넣어 무쳐 밑간을
한다.
7. 뜨겁게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밑간한 나물을 따로따로 넣어 볶다가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덮어 푹 익도록 뜸을 들인 뒤 부드럽게 익으면 참기름을 살짝 뿌려
고루 섞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맛있게 냠냠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