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세상일이라는게 사안이 무거울수록 무겁게 말하면 안되거든. 반어법이랄까 유식하게 말해서 아이러니, 뭐 풍자라고도해도 좋고. 그러니까 <잰틀맨>의 노래 형식이 표면적으로 가벼울지 몰라도 나는 이 시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풍자했다는 거요. 강 펀치를 날린거지. 다그만두고, 장차 한국을 이끌겠노라는 장관 청문회 좀 따져봅시다. 청문회 직전까지만해도 백옥같이 깨끗한 분 아녔나요? 일급 사회지도층,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올것 같지 않은 모범적인 분들, 그렇죠? 근데 어때요, 시작하기 전부터 왠 비리, 부정이 고구마 줄기따라나오듯 줄줄이 사탕으로...알고보니 온갖 결함을 지녔죠? 게다가 어떤 이는 보통사람만도 못한 경악할....
사회지도층은 다 저러나 할정도로 허무감까지 심어준 청문회 풍경. 뭐 어떤 이는 별장까지 가서 거시기한 파티까지벌였다는데, 그렇다면 이런 세태를 비판할 때 꼭 직접적으로 해야하나? 나는 그게 아니라고 본거요. 누구처럼 겉으로 그럴듯하게 어깨 힘주는 이를 나는 젠틀맨 - 중세 후기 영국에서 귀족은 아니지만 실력과 재산을 가진 존경받는 사람들은 젠트리(gentry)로 불렸다. 젠트리는 좋은 가문의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교양 있고 예의 바른 남성을 의미하는 젠틀맨(gentleman)의 어원이다 - 이라고 한거지.
오프닝 장면에 나오는 중년들, 사회지도층으로 봐도 좋고.....근데 애들끼리 사이좋게 잘 놀고있는데 끼어들어 공 차버리고, 심지어 물까지 뿌려대질 않나, 이게 왠 놀부심사냐고...끼리끼리 잘 놀고있는데,지도층이니 뭐니 해감서 오히려 훼방놓는거나 뭐가 다를까. 굳이 비유하자면 지도층을 어른, 부모라고 하면 국민은 애들이 아니겠수? 그런 못된 어른들에게 보란듯이 나는 똥침을 날린거야. 위선 그만떨라고, 지도층이니 뭐니 하면서 잘난체 하지말라고...
물론 가볍게 하려니 좀 웃기는 장면이 나오긴 해, 근데 웃기는것으로만 보면 나보다 더 웃기는 이가 있는데 뭘. 거 왜 윤 아무개씨....한국의 해양의 비전을 말해보라니, 명색이 한국 수.해양의 수장이 되겠다는 분께서 말도 못하고 손으로 입가리고 호호 웃기만했잖았소.글쎄 뭘 몰라서 그런건지, 민망해서 그런건지, 아님 국회의원들이 꼴같잖아서 그랬는지 원....하지만 나는 손 안가리고 솔직하게, 정면으로 웃겼다는 거지. 그래서 가볍게 보이고...근데 이게 과연 인스턴트일까? 그냥 웃기고 즐기자는 노래일까? 조율연씨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거요?
-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는 좀 가는데, 그래도...
- 그래도라니, 뭐가?
- 보세요. <바운스> 가사를 보믄 순애보, 고백 같은 단어들이 워낙 진지해서. 근데 <젠틀맨>은 ...
- 이 양반 증말 짜증나네, 아니, 이런 시대에 무슨 '순애보'니 '고백'이냐고. 요즘 애들이 <바운스> 가사만 보면 남인수, 설운도, 구닥다리라고 안 하겠냐고. 다행히 용필이 형이 센스가 있어서 나처럼 빠른 템포, 리듬감에 꼬부랑말을 섞는 바람에 뜨긴했는데, 내 분명히 말하지만 이 시대는 '순애보'니 '고백' 따위는 아예 사라진 시대요. 사어, 즉 이미 용도폐기된 단어라는 거지. 반면에 내 노래는 어떠슈. 일단 근사하잖아. 물건너 제품처럼 때깔나고....와중에 슬렁슬렁 <젠틀맨> 따라 부르며 웃다가 문득 생각하는거야. 얼레레~ 저게 내 모습아녀? 하고, 홍상수 영화가 바로 그런 식인데, 속내 들킨것처럼 슬그머니 놀란다는거지.
어쨌거나 내 철학이자 모토인 '가볍게' '즐겁게' '섹시하게'의 이면엔 보다시피 철저한 비판의식이 내장되어있고, 단지 그걸 표면으로 드러내지않는 전략을 택한거지.뭐든 무거운것은 골치 아파하는 세태니까. 어떠슈, 이제 좀 알겠수? 모르믄 말고....^^
- 그렇게 말하니 좀 알긴하겠는데, 자기노래라고 과장되게 해석한건 아닌지, 확대 해석....
- 에효~ 과장은 무슨 과장, 실제가 그런걸, 단지 조율연씨가 <잰틀맨>의 속내를 여전히 이해 못한거지. 가령 엉댕이라고하믄 얼른 방댕이로도 알아듣는 센스가 필요한데, 그렇고롬 못 알아들으니...미안하지만 그러니 맨날 도시락 싸들고 트럼펫 연습해도 실력이 안 늘고 그 솜씨가 그 솜씨지.....안 그렇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