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커플이란 개방된 결혼 생활이란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이 연극 안에서). 바람피우기를 일삼는 남편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내에게 "오픈커플"이 되자고 제의하지. 즉 자유롭게 아무나 만나고 연애하고 하는 걸 서로 허용하자는 얘기다. 아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남편의 외도행각은 계속되고 아내는 자살을 기도하지. 부부싸움은 이들의 생활이고...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드디어 직장을 얻고 집을 나가 다른 집을 구해 살지만 남편은 외도를 일삼으면서도 매일 아내의 집에 들른다. 그러다가... 남편의 소원대로(?) 아내에게 정말 멋진 애인이 생기자... 그 다음은? 직접 보세요^^
자칫하면 아주 무겁고 따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따분하냐고? 그럴 시간이 전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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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보는 사람들은 두 배우의 대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이를 대사 진행의 매커니즘이라 하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눈여겨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들의 표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고.
또, 연극이 진행되는 서사극적 방식의 재미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이 형식을 이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구나. 아주 배울 점이 많은 연극이다. 이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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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작가 다리오 포라는 분이 쓴 것인데, 이탈리아 희곡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분이지. 주로 도시 소시민들의 삶을 사회적 부조리와 연관시켜 쓴 작품들이 많은데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작품은 너무나 재치 넘치고 재미있단다. 작품을 보면 정말 상 받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선생님이 참 감명깊게 본 이분의 작품은 <돈 내지 맙시다(안 내놔 못 내놔)>, 그리고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사고사)>란다. 너희들도 이 다음에 이 작품들을 꼭 봤으면 좋겠구나.
다리오 포 (Dario Fo)
1926∼ . 이탈리아의 극작가, 배우, 감독,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연극음악 작곡가
다리오 포는 1926년 이탈리아 바레스지방의 작은 마을 산지나노에서 태어났다. 1940년 밀란으로 이주하여 브레라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전쟁 후에는 공예기술학교에서 건축을 잠시 공부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군대에 징집되었으나 탈영하여 숨어 지내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밀란의 브레라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후에 빠렌띠아극단에 들어가 하계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이때 후에 그의 45년간의 연극공연 및 제작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며 그의 작품구성 및 제작에 공헌한 Fanca Rame를 만났다.
다리오 포는 여러 해 동안 전세계를 돌며 연극을 공연했고 그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는 웃음과 심각함을 혼합하여 사회의 불평등과 악습을 부각시켰고 동시에 우리에게 폭넓은 역사적 관점을 제공했다. 포는 진지한 풍자가로서 다양한 측면을 지닌 작품을 저술했다. 그의 독립적이고 명확한 시각은 여러 계층의 호응을 얻었지만, 동시에 작가 자신에게 커다란 위험도 부담하게 했다. 비제도적인 전통은 포의 작품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중세시대의 광대들을 흉내내어 권력을 징계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품위을 고양시키는 작품을 썼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Accidental Death of an Anarchist>(1970), <트럼펫과 나무딸기열매 Trumpets and Raspberries>, <얼간이들과 함께 한 놈 The Devil with Boobs> 등이 있다.
<관련기사>
[97년 노벨문학상 伊 다리오 포…권위주의 희화화 탁월]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탈리아 극작가이자 배우인 다리오 포(71)를 선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가 하층민의 삶을 위엄있게 그려내고 권위주의를 재치있게 그려내는 등 현실참여와 재미, 통찰력을 갖춘 작품을 창조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대표적 작품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70년작)과「안 내놔, 못 내놔」(74년작) 등이다.
한편 로마 교황청은 이날 기관지를 통해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최근 들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수상자로 선정하고 대단치않은 작품을 그릇되게 판단해 왔다』며 포의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등록 일자 : 1997/10/10(금)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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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세계]
「뜻밖이다」. 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탈리아의 극작가 다리오 포(71)가 선정된 데 대한 외신의 첫 반응이었다. 올해 세계 각국 언론이 제시했던 후보 명단에서 포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포는 아일랜드출신으로 프랑스어 작품을 써서 이 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69년)이후 첫 극작가이며 이탈리아에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여섯번째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포를 선정한 데 대해 그의 작품들이 『해학과 진지함을 겸비했으며 사회의 악습과 불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넓혔다』고 이유를 밝혔다. 90년대 이후 세계문학의 변방과 피지배계층의 작가들에게 관심을 두어왔던
스웨덴 한림원이 「연극계의 급진주의자」이자 20세기 「민중연극」의 대명사인 포에게 노벨상을 준 것은 기왕의 보수적
시상관례에 비추어 의외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포는 이미 세계 연극계에서는 20세기의 「교과서」가 된 인물.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70년) 「안내놔 못내놔」(74년)는 전세계 연극팬들이 그를 해학의 달인으로 꼽도록 만들었다. 그는
단지 이탈리아의 역사적 상황만을 잘 풍자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를 겪는 모든 사회를 관통하는 극작가였다. 그의
연극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한 도전」이자 「체제 밖에 서 있는 자의 대변」으로 평가되었다.
포는 26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산지아노에서 철도원인 아버지와 농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밀라노 브레라아카데미에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예술을 배웠다. 무대미술에 관심을 가져 무대를 기웃거리다가 연극에 빠져들었다.
대학졸업후 소규모 카바레나 극장용 시사풍자극 레뷰(Revue)를 제작하던 그는 여배우 프랑카 라메와의 결혼을 통해 인생의 분수령을 맞게 된다. 유랑극단 단장의 딸이었던 라메와 장인은 포를 민중속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9년 부인과 함께 「다리오 포―프랑카 라메 극단」을 설립해 국영 RAI TV에서 촌극 「칸초니시마」를 공연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정치풍자 때문에 중도하차해야 했다. 포는 68년 이탈리아공산당과 연합, 연극단체 「누오바 스케나」를 결성해 공장 체육관 등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순회공연을 갖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이 바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포의 연극은 이탈리아 연극사의 「코메디아델아르테(Commedia Dell'arte)」의 전통을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비롯돼 전 유럽에 성행했던 이 민중가면극의 풍자성을 20세기에 가장 잘 되살린 인물로 꼽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이탈리아 시극의 현대적 완성자」 「권위를 조소하고 짓밟힌 자의 권위를 일으켜 세우는 중세 광대의 모방자」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포의 작품은 배우들이 즉흥연기를 하도록 부추기고 관객들이 극속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풍자성을 살리기 위한 사투리와 의성어가 많아 매끈한 번역이 쉽지 않은 것으로 얘기된다.
포는 뛰어난 극작가일 뿐 아니라 걸출한 마임이스트이며 풍자만화작가이자 극장경영자다. 특히 이탈리아의 19세기 1인극 「우스꽝스러운 비밀」의 연기는 일품으로 꼽힌다. 그의 최신작인 「멍청이와 악마」는 8월 메시나에서 초연됐다.
파시스트권력에 대한 고발과 뚜렷한 민중주의 시각 때문에 포는 이탈리아에서 「공격대상 1호」로 꼽히는 예술인이었다. 5월에도 납치될 뻔했다.
한편 로마에서 밀라노로 가는 차 안에서 수상소식을 들은 다리오 포는 『깜짝 놀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