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MBC 라디오 방송(2005. 9. 10 오전 8시 45분 '아침을 달린다') 디카시 인터뷰 전문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인터넷 세상도 풍요로워졌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홈페이지를 꾸미는 모습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사진은 그 자체로 커다란 울림을 가지고 있지만, 사진에 걸 맞는 아름다운 시가 곁들여져 있다면 감동은 배로 전해 옵니다.
그런데, 사진과 시가 따로 놀지 않고, 원래 한가족인 것처럼 묶여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작년부터 국내에서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문학 장르를 개척해온 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카메라와 시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이상옥 교수.. 이 시간에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Q. 잠시 설명을 하긴 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 드릴께요. 디카시.. 어떤 걸까요?
기존의 시가 언어예술이라면, 디카시는 언어예술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디카시는 문자언어에서 디지털언어로 넘어가는 매체 변화에 따른 시의 자연스러운 몸 바꾸기의 한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디카시는 기존의 문자시와 다른 독특한 미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카시는 언어 너머의 시, 곧 날시(raw poem)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시입니다.
다시 말해, 디카시는 이미 일상성을 넘어서 있는 사물의 상상력, 자연의 상상력, 즉 신의 상상력을 찍어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카시는 기존의 시사진이 시와 그 시에 어울리는 사진의 조합이 아니라, 사물이나 자연 속에 존재하는 시의 형상을 찍어 언어의 옷을 입혀 보여주는 것입니다.
Q. 요즘 세대를 영상세대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디카시의 탄생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네, 앞에서도 잠시 말씀 드렸습니다만, 디카시는 디지털영상세대의 상상력을 반영하는 새로운 시입니다.
문학사나 예술사를 보면, 매체의 변화에 따라 문학이나 예술은 자연스럽게 진화해왔습니다.
'20세기의 시'라고 하는 개념은 문자매체의 산물이지요.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매체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20세기는 문자시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문자 이전의 음성언어가 주도하던 시대에는 문자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민요 같은 짧은 노래 형식이 음성언어 매체 시대의 시였죠.
바야흐로 이제는 디지털시대입니다. 디지털시대는 문자언어를 넘어서는 디지털영상언어 매체시대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카시 외에도 멀티시, 비디오시 같은 새로운 시형이 나타나고 있지요.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나 폰카는 디지털세대의 새로운 표현 매체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드러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시의 장르라고 하겠습니다.
Q. 새로운 문예사조다.. 이런 말도 있지만, 시대에 편승해 잠시 반짝이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말도 있어요. 디카시가 영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새로운 문예사조라고 보아야 합니다.
디지털시대의 의사소통은 디지털영상언어로 이루어집니다. 디지털영상언어는 문자 플러스 영상이지요.
곧 디지털영상언어는 멀티언어입니다.
디지털시대에는 문자시는 문자시대로 발전하겠지만, 역시 대세는 디카시나 멀티시 같은 다양한 새로운 시 형태가 주도할 것입니다. 디지털은 하나의 새로운 문예사조의 화두이기
때문입니다.
멀티시, 비디오시 같은 것이 사이버공간에서만 소통되지만, 디카시는 사이버공간과 종이책, 혹은 전시공간에서 소통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소통성이 폭넓은 장점이 있지요.
또한 디카시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어우르고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Q. 문예창작과 교수님이시니까 시문학에 대해선 당연히 조예가 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요, 사진은 어떤가요? 예전부터 사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던 건가요?
저는 사진에 대한 조예는 아직,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저의 큰딸을 저가 강권하여 사진과에 가도록 할 정도이지요.
저는 운전할 때나 산책할 때 사물의 상상력이 이미, 일상성을 넘어 예술적 상상력을 띠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저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지요.
그런데, 디지털카메라고 나오면서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카는 극순간을 사진의 조예와는 상관없이 포착할 수 있지요.
디카시는 극순간 포착 예술이기 때문에, 사진 기술보다는 시를 포착하는 시의 눈(詩眼)를 지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디카시를 쓰기 위해서 사진에 조예가 깊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Q. 창작작업은 어떤 식으로 하게 되나요?
디카시는 극순간성의 예술이기 때문에 창작도 순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운전를 하다가 혹은 산책을 하다가, 아니면 연구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의 형상을 포착하게 될 때, 그 순간 바로 디카로 찍고, 그것을 가능하면, 곧바로 문자 재현합니다.
창작방법 면에서도 문자시와는 다르지요.
문자시는 시적 소재를 발견하면, 그 소재에 시인의 상상력을 부가하여 매우 고뇌하며 창작을 합니다. 따라서 문자시를 창작할 때는 언어의 조각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언어를 깎고 다듬고 하지요.
그러나 디카시는 조각가가 아니고 수석을 발견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예술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극순간 포착이 이루어지는 발견의 시학으로 귀결됩니다.
비유로 말하면, 이해가 될까요.
문자시를 창작하는 것이, 조각가가 작품 소재인 원석을 가지고 그것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조탁하여 비너스를 형상화하는 것이라면, 디카시는 자연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원석들 중에서 이미, 비너스 형태를 띤 것을 찾아서 그것이 비너스임을 포착하는 것이지요.
Q. 일반인이 디카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언을 좀 해주세요.
대중가요와 시의 정서가 다르듯이, 디카시와 문자시의 정서도 다릅니다.
문자시는 고도의 상상력으로 삶의 심층을 다층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에 비해 디카시는 극순간의 삶의 표정, 진실 등을 드러냅니다.
디카시의 역할은 한마디로, 극순간 포착을 통해서 예술적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다들 너무 바쁩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생 수 한 병과 같은 정서적 갈증을 한 순간 해소해주는 역할만으로도, 디카시는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Q. 지난해에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출간하고 지난달에는 전시회도 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응을 직접적으로 살필 기회였겠는데요, 어떻던가요?
디카시의 대중성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디카시전에서 19점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저가 소장하는 1점 외는 다 판매를 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대중매체인 TV 라디오 같은 방송에서의 관심도 굉장했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 좀 전해주세요.
조만간 한국의 대표시인들에게 디카시 청탁을 하여 한국대표시인들이 쓴 디카시집을 묵을 것이고요. 이 시집을 텍스트로 디카시론 정립에 더욱 주력할 것이고요.
궁극적으로는 디카시 전문지를 창간하고, 디카시 상설 전시장인 디카시갤러리 건립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세대들에게 디카시를 보급하기 위해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카시 특강에 주력 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김해 중앙여고에서 디카시 특강을 하였고요. 다음 주 목요일에는 진주 삼현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카시 특강을 합니다. 그리고 하동 금남고등학교에서도 특강이 잡혀있습니다.
또한 다음카페에 있는 '디카시동인회 고성가도'에 관심있는 네티즌들의 참여를 권유하고, 또한 오프라인 모임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이상옥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눠봤구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