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월에 벚꽃이 핀 것은 92년만에 처음이란다. 이런일도 우리가 살아생전 처음겪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오늘아침 조선일보에 정리된 글이 있어 옮겨 놓았습니다.
우리 카페가 존속하는 한 언젠가는 이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읍니다.
더운 날씨에 벚꽃·매화 2주쯤 빨라… 여러 봄꽃 한꺼번에 전국 동시 開花
지자체들, 봄꽃 축제 당기거나 취소… 전문가 "아마 꽃들도 정신없을 것"
꽃 애호가들은 대목 맞아 싱글벙글 "여러 봄꽃 함께 보니 오히려 좋다"
이처럼 요즘 봄꽃이 일제히 빨리 피면서 곳곳에서 야단이 났다.
원래 봄꽃은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것이라서 대개 "벌써?"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서울 벚꽃이 지난달 28일 개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보다 18일이나 빨랐다.
서울 벚꽃이 3월에 핀 것은 개화(開花) 시기 관측 이래 처음이다.
원래 기상청은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2~3일, 작년에 비해 5일 정도 늦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벚꽃은 기상청 예상보다 훨씬 빨리 피었다.
3월 하순 낮 최고기온이 20~24도(서울 기준)를 보이는 등 평년보다 10도 안팎 높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매화도 서울에서 지난달 21일 평년보다 15일 빨리 피었다.
꽃들이 사실상 전국에서 동시에 개화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벚꽃은 통상 제주도부터 시작해 남부를 거쳐 중부지방으로 올라오기까지 2주일 걸린다.
그런데 올해 벚꽃은 서귀포에서 3월 25일 피기 시작했는데 3일 후인 28일 서울에서 개화했다.
예년 같으면 차례로 필 백목련·진달래·개나리도 경쟁하듯 한꺼번에 피었다.
서울에서는 보통 개나리가 진달래보다 2~3일 빨리 피는데 올봄에는 진달래가 이틀 먼저 피는 등 순서도 뒤죽박죽이었다.
서울에서 개나리도 평년보다 3일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진달래는 무려 6일이나 일찍 피면서 개나리를 앞선 것이다.
3월 마지막 주말 서울에 있는 동네 뒷산에 올랐을 때 이미 상당수 진달래는 지면서 잎이 나고 있었다.
강혜순 성신여대 교수는 "작년에 생긴 꽃눈이 휴면 상태에 있다가 기온이 차츰 올라가면서 누적 기온이 고유 임계치에 이르면
순서대로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그런데 올해는 갑자기 기온이 확 올라가니 꽃들도 정신이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식물은 기온과 광주기(光週期·낮의 길이)를 감지하는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조건에 맞으면 '플로리겐'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개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식물들이 첨단 센서를 달고 있는 셈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 대목을 맞았다.
'야사모' 등 야생화 모임에서는 주말마다 번개 모임이 여럿 생겨 회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마치 갑자기 고기 떼가 몰려와 곳곳에 황금어장이 생긴 어부들 같다.
반면 꽃이 일찍 피면서 꽃축제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울상이었다.
서울 영등포구는 당초 기상청 예보에 맞춰 이달 13~20일 여의도 벚꽃축제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3월 말 이미 벚꽃이 상당히 피자 축제 일정을 3~13일로 열흘 앞당겼다.
행사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지만 자칫 '벚꽃 없는 벚꽃축제' 또는 '벚잎 축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에서 열리는 '경포벚꽃잔치'도 9일 앞당겨 14~20일 진행하기로 했다.
전북 김제시는 올해로 7회째인 '모악산벚꽃잔치' 이름을 '모악산축제'(18~20일)로 바꾸고, 벚꽃 관련 프로그램도 빼기로 했다.
종잡을 수 없는 개화 시기 때문에 속앓이하느니 벚꽃과 상관없는 행사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갑자기 빨리 핀 봄꽃들 때문에 기상청은 또다시 망신을 당했지만
여러 봄꽃을 함께 보는 눈 호사를 누렸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겨울 유난히 추워 봄이 더욱 그리웠는데 봄꽃이 한꺼번에 피니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일부 꽃이 지면서 '찬란한 봄'이 가고 있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생체 시계로 조건을 감지하면서 호시탐탐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봄꽃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이 사진은 어느 블로그에서 가져 왔는데, 몇일전에 찍은 것이고,
오늘 아침에 보니 꽃은 거의 지고 푸른 잎새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