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그건 아니야!”
“그럼 어디다 놓으면 좋을까?”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운데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야 가운데는 행복나무가 서야해. 그래야 중심이 딱 잡히지.”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먼저 생각한 대로 큰 화분에다 꽃을 다 놓아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아 그거 좋은 생각!”
한 동안 서로의 의견을 나누던 아이들의 손 스무 개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옆에서 작업을 지켜보기만 할 뿐 지시하지 않는 나를 흘깃 쳐다보면서 행복나무 한그루, 후쿠시아와 겹카랑코예가 각 두 화분, 핑크스타 세 화분, 스파티필름과 싱고니움이 각 네 화분을 자기들의 생각한 대로 큰 화분 안에 놓아 본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학생들과 하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이 정리기에 들어섰다. 식물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인지치료를 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원예치료는 개인 활동이 중심이 되는 초기 단계를 거쳤다. 그야말로 난리법석인 단계를 거치면서 과잉행동장애의 경향을 보이던 림이와 덕이는 흙을 만지며 조금 차분해졌다. 아무 방향으로나 내 던지던 흙을 꽃을 심기 위한 것이라며 화분으로 옮기고, 그 곳에 자신이 선택한 꽃을 심으며 즐거워했다. 모기 소리만한 소리로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게 “몰라요, 생각 중이에요”를 되풀이 하던 수와 진이와 연이는 목소리가 커졌고, 무엇보다 내게 눈을 맞추며 질문하는 정도로 발전했다. 꽃이고, 화분에 심겨진 식물이고 간에 “에잇, 죽어라”하면서 손에 들은 것으로 내리치고 입만 열면 똥 얘기로 좌중을 웃게 하던 호, “아이, 이런 걸 왜하는지 모르겠네”하면서 툴툴거리면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던 필,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게 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동이도 중반기를 넘어서자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은 무엇을 한 대요?”하면서 내게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고 들어선다. 저 혼자 하는 것들은 그래도 해내는데, 이제는 함께하는 것들을 경험토록 하기 위해 둘이 함께 하는 공동작업 과정을 거쳐 한 그룹 10명이 함께 하는 꿈동산 꾸미기 작업에 들어갔다.
열 명이 함께 하는 꿈동산 꽃동산 꾸미기 작업 시간. 흙 나르기 게임을 순서를 잘 지켜 해내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서로 순서와 규칙을 지키자고 격려하면서 적당한 량의 흙을 채운 큰 화분 앞에서 아이들이 의논하는 것을 지켜보는 내 입이 귀에 걸렸다. 욕심도 내고, 더 잘 하고 싶어서 언성이 높아지다가도 서로 자제하고 양보하는 가운데 3번을 옮겨보고 나서야, 꽃들이 있을 자리를 정하고 제자리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는 아주 뿌듯해 했다. “우리가 했어요!”
나도 신이 났다. 아이들도 변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변했다. 우리는 다 같이 모종삽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우리 꿈동산, 우리 꽃동산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