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메꿔서 집을 지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 물길을 막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며, 바람의 통로를 거스를 뿐 아니라, 태양의 광선을 막아 버려서 자칫하면 인간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자연행위를 일으킨다. 도시화로서 인간은 저들의 편의를 위하여 모든 생명과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일에 앞 장서 왔다.
특히 도시에서는 한 뼘의 땅이라도 이용하려는 욕심이 작용하여 골짜기 깊숙한 곳에 까지 집을 지어서 분양하는 일이 흔하다. 이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대도시의 고급 주택가를 비롯 모든 산동네에서 공통되게 일어나는 비극이다. 이따금 수해가 나면 많은 인명의 손실을 일으켜 말썽이 되기는 하여도 근원적으로 사람이 살곳이 못된다는 개념에서 떠나지 않는데 큰 문제가 있다.
언제인가 안양의 호암산 기슭에 큰 저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온 일이 있다. 그 사람은 갑자기 발생한 회사의 공금 횡령 사건으로 문제의 갈피를 찾지 못하고 부인과 함께 나를 찾은 것이다. 그를 보자마자 집에 큰 문제가 발생되어 있음을 알아 차렸다.
“ 댁의 집안 뜰 밑으로는 커다란 통수관이 통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 직경으로 치면 약 3자 정도니까, 1미터는 너끈히 넘어가는 규격인데 그런 통수관이 집 아래의 일부를 지나가고 마당으로 물을 흘려 내는데 그집이 무사할 리가 없지요”
집의 생김새나 위치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의 땅 밑으로 큰 하수관이 지나간다는 나의 말을 듣자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 부부는 눈을 쫑긋이 세우더니 입맛을 다셨다. 이제야 자신들을 구해줄 임자를 제대로 만났구나 하는 표정이다.
“ 그러면 어쩌면 좋지요. 선생님. 그 통로를 막아 버릴까요. 하지만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이 없어지쟎아요 ?"
“ 그집은 무슨 수를 써도 틀렸어요. 누가 들어가 살아도 계곡에서 내려오는 수기의 왕성한 유실작용을 막을 길은 없지요. 이사를 가도록 하세요.”
이 부부가 나의 충고르 듣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 못된 일이었다. 그 곳으로 이사간 다음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한 회사는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고 다음해 봄에 완전히 문을 닫고 말았다.
흔히 계곡을 메꾼 지역에서 집을 지을 때에 벌어지는 일로 통수관이 집
아래로 마구 지나가게 공사를 벌인다. 이는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나 주택을 짓는 업자들로서는 그렇게 해야 많은 경비를 절감할 수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지하에 큰 하수관을 매설하는 일이 많다.
수기가 누설되는 지역에서는 재산이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이기는 커녕 쓸데 없는 사고나 아니면 부하들의 모반으로 있는 재산도 모두 없어지기 쉽다. 계곡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살면 그 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법칙이며 인과응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