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일렁이던 3월 27일 '한 시대를 밝힌 지혜를 새 주역들에게'를 주제로 숭실대에서 안재웅 선배님 모셔 이야기 들었습니다.
1940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신 안재웅 선배님은 학생 때부터 60년 가까이 기독교 사회운동, 민주화운동 중심에 계셨던 분이신데요. 80세가 넘은 지금도 활동하고 계시지요. 기독운동에 매진했던 삶 전반을 차분히 들려주셨어요.
60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간 안재웅 선배님은 학생 때 만난 인연들과 함께 사역하는 관계로 이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중 KSCM 대학부와 YMCA 대학부가 KSCF로 통합한 뒤 활동한 ‘학생사회개발단(이하 학사단)’ 운동을 자세히 나눠주셨어요.
당시 기독학생들 사이에선 기독운동이 자선과 봉사에만 머물 순 없다며,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마음이 모였다고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학사단 운동의 방향은 민중의 현실로 가서, 보고, 행동하는 일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제3세계, 인권, 식민지성 등을 주제로 함께 배우고 현장에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몇 발짝 앞서서 문제를 발견-고발-해결하는 학사단 운동은 누룩처럼 번졌는데요. 비기독인이 봐도 학사단의 걸음은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세계교회협의회 WCC는 UN보다 30년 앞선 1970년대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말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기독운동이 훨씬 앞서서 시대를 꿰뚫었음을 보여줍니다.
‘계획은 사람이 할지라도 하나님 뜻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여러 번 경험하셨다던 안재웅 선배님. 잠깐 만났던 작은 인연이 훗날 기독운동하는 동지로 이어져 때마다 돕고 살리는 관계로 확장되고, 그 관계성 통해 시대를 감각하고 대안 만드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선배님께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바른 길을 오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한때 반짝이는 걸 쫓기보다 신을 두려워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때론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게 도리어 바른 길이라고 하셨고요. 약 60년간 현장에서 사회운동에만 올곧게 전념하신 이유겠지요.
당시 기독운동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기독학생들의 관계성은 형제 자매보다도 더 끈끈했다고 합니다. 지금 기독학생들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물적 토대를 마련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기독운동의 지혜는 동일할 거라고 하셨어요.
고민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걸어가는 기독학생들과, 한결같은 모습으로 뜻을 펼치는 기독운동 선배님이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재웅 선배님은 학교 다닐 때 당신의 지혜나 신앙보다 훨씬 앞서서 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채플 수업을 유독 좋아하셨다고 하는데요. 제겐 이 자리가 그런 자리였지요.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점점 커진 지혜와, 그 지혜를 토대로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길을 한 생명을 통해 보고 느끼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