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이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면서 누군가에게 한없이 기대고 싶은 서정의 계절이기도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우리나라 경제가 명백한 불황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적정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자본수지 적자가 계속된다면
환율은 한동안 계속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몸도 얼어붙고 마음마저 얼어붙은 길바닥인심은
대부분 울화통이다. 아내의 벌이도 예전같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내는 하기어려운말들을 되풀이 하고 나는
듣기 어려운말을 들어야만 했다. 빠르게 말을 쏟아낼때는 허기에 지친 동물의 울부짖음같은 소리로 자음과
모음을 구별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의 폭풍이 휩쓸고 나면 파도는 다시 고요해지기 시작하고 나는 생각을
이동한다. 돈없으면 돈벌면되고 하기 싫으면 다음에 하면되고 실패하면 다시하면 되리라는 '되고'법칙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쉬지말고 길을 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에게는 멈추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멈추어
서서 삶을 되돌아볼 만큼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없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았던 어떤일이
일어났을때 우리는 가던길을 멈추고 인생이란 이야기를 다시한번 나누게 된다.
일로매진의 길에는 자주 코피가 쏟아지고 휘휘둘러 보며 가는 길에는 들꽃이 피어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도 느껴보아야 인생의 속깊은 달콤함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몸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인생의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면한다.
건강을 위해서 무작정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고 그러다 보니 산이 좋아 산을 찾았고 이제는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주말이면 바람을 일으키는 남자가 되기도 한다.지난 1990년12월 28일 산을 좋아하는 동문들이
모여 '山처럼 살아가자'라는 會訓 아래 '포항고ob산악회'를 창립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월 정기산행및특별산행
으로 산을 오르면서 인생을 논하고 삶을 배우고 자연과 하나 되면서 건강한정신을 함양하고 동문들의 정을 다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모교와 동창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자타가 이야기 하고있다.
지난 3년동안 '포항고ob산악회'에서 '등반대장'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면서 혹시나 선배님들이 일구어놓은 오랜 역사와
화려한 전통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도 해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많은 이야기들로
내인생이란 갈피에 갈무리 해놓아 아름다운 추억이되어 가끔 꺼내어 들여다 볼때면 내삶에 아름다운 향기로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제는 산에 오르는 것이 점점더 좋아져서 주말산행이 나에게는 이벤트(event)가
아니고 라이프(life)가 된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유명무실(有名無實)'이라 빗대면서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다.한이불을 덮고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닮아야 하는것도 부부라 하는데 우리들 부부는 세월만큼이나
비켜가고 가고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부부는 3개월사랑하고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으면서 견디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애써 위안을 삼아보려고 하지만 생각은 훈훈하지만 마음까지 따뜻해 오지는 않는다.
건조하고 단조로운 일상으로 부터 탈출하는 가장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잠시나마 여행은 여기 발묶인 나를
해방시켜주고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새로운것에 흔들리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면서
대둔산의 마지막가을 나들이 생각으로 나의 피는 뜨겁게 달구어진다.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과 금산군 진산면에 접해있는 대둔산(大屯山,878m)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등으로 아찔아찔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스릴과 아기자기한 재미와 화려한 단풍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하지만 오늘은 대둔산이 북새통이다. 전국각지에서
마지막가을의 대둔산 풍경을 담으려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대둔산이 몸살을 겪고 있다.
나또한 가을의 서정이라는 말이 조금은 사치스러운 말이 되는 중년의 나이지만 설레는 가슴으로
찾아왔지만 대둔산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달갑지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너무 잘 알려진 명승지나 유명 관광지가 그렇듯 이곳 대둔산의 소문이 산을 피곤하게 만들고 찾아온
사람들까지도 함께 피곤하게 만들어 놓는다.무덤덤한 표정을 짓고있는 대둔산을 나또한 담담한 마음으로
사람과사람들 틈에 섞여서 건성건성으로 올랐다. 마천대 정상의 개척탑 주위에도 발디딜 틈이 없다.
대둔산의 가을 이야기는 구겨넣어버리고 나름데로 겨울 설경의 대둔산을 기약하면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어 본다. 하지만 도시락은 먹어야 하겠기에 이곳저곳 둘러보지만 비집고 들어갈만한 곳이 없다.
결국에는 비탈진사면에 겨우 자리를 잡고 어설프게 점심을 먹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도 돌계단이라 조심조심 해야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다치기 십상이다.
고려말 한 제상이 나라가 망한 것을 한탄하여 딸 셋을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와 여생을 보내게 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딸들이 바위로 변해 버렸는데 그 바위 형상이 세명의 선인(仙人)이 능선 아래를 지켜보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삼선바위라 불리는 전설의 삼선바위를 지나고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보고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그 바위 밑에서 3일을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심바위에 내려서면서
함께 하산하시던 박동만선배(19회)님이 담배한대를 꺼내물면서 아껴두었던 아쉬운마음들을 털어 놓으신다.
큰바위 위에 또 큰바위가 떨어질 듯하며 어우려져 있는 모습의 동심바위를 쳐다보시면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길을 나서면서 대둔산의 커다란 '안복(眼福)의 기쁨'을 기대했었는데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마음이 쓸쓸하다고 하신다. 산행내내 씁쓰레했던 마음을 하산주로 달래보기 위해서 맥주와소주를 볶아서 마셔
보지만 마실 수록 쓸쓸한 마음만 더해지고 안주로 과메기무침을 한입 씹어보는데 설익은 비린내가 입안을
씁쓰레하게 만들어 놓는다. 과메기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나는 것인데 아직은 철이 아닌 것이다.
제철과일이 제맛을 내듯이 모든것에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피가 뜨거워 가슴이 따뜻하다고 하여도
때가 아니면 식기 마련이다. '갈데'도 중요하지만 '갈때'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새삼느껴본다.
금세기 최고의 섹스심볼 역사상 가장 섹시한 여자 '마릴린몬로' 그녀가 아이도 남편도 가정도 원했던 것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채 의문사 한 그녀가 전설이 된 가장 큰이유는 가장 아름다울때 이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갈때를 몰라하다 몰락하는 정치인들도 우리 주위에는 더러 있는 듯하다.
항상 술에 취하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쳐왔는데 오늘은 때가 아닌듯 몸을 낮추고 색진한 키스로
아내의 입맛을 돋구어야 할 것 같다. 에프트서비스로 "여보! 은은한 정이 넘치는 은정씨!" 당신이 있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한마디 보탠다.
2008년 11월16일 대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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