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수갤러리 초대전
2005년 10월 1일 - 15일
2005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기념 이당 송현숙초대전
문인화에 대한 명확한 개념의 규정이나 장르의 구분은 극히 전문적이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전통적인 측면에서 보아 문인화는 '사대부 층의 선비들이 비직업적인 입장에서 여기(餘技)로 그린 그림'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예술적 감각이 없는 우리 일반 사람들도 문인화를 보게 되면 학자들의 서재에서 풍겨나는 품격 있는 멋이 느껴지고 조금이나마 여유를 즐길 줄 아는 풍류를 맛볼 수 있다. 글을 사랑하고 서예에 힘써온 선비들의 묵향 속에서 피어난 그림들이기에 그 속에는 당연히 학문하는 사람의 철학과 인품이 고스란히 스며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인화의 매력은 세세한 설명이나 분석적인 표현보다는 선과 색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적절한 여백을 효과적으로 이용함으로서 다분히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향 전주에서 열리고 있는 2005년 제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즈음하여 전북의 대표적인 여류 문인화가 한분을 만나보자. 이당 송현숙은 대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님의 둘째 딸이며 우산 송하경교수의 동생이다. 집안의 내려오는 유전적인 끼도 없진 않겠으나 철이 들면서부터 먹을 갈며 살아온 사십여 년의 노력이 쌓여 왔기에 그녀의 붓은 춤추듯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휘저어 감동시키고 있다. 작품의 소재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전통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무리없는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계속 시도함으로서 그의 작품에는 항상 싱싱한 신선미가 가득하다. 이당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소박하다. 구질구질한 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꼭 필요한 만큼의 붓놀림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풍성하면서도 결코 넘치지 않는 여유가 있으며 부족한 듯 모자라지 않는 감성이 스며있다. 그림과 더불어 동반되는 정감어린 시어들은 작품에 한층 더 여성스러움을 가미시켜 줌으로서 수수하면서도 밝은 작가의 얼굴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이당은 이러한 류의 작품들을 통하여 평소 추구하고자 하는 아름다움 즉 지성을 겸비한 한국적인 여성미를 표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란한 빛과 색채로 혼탁된 현대 문명의 밀림 속에서 문인화가 오늘날 특별히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먹물 하나로 표현되는 단순하고 생략된 그림이기 때문이며 또한 무한한 긴장 속에 시달리면서 여유를 갈구하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피안처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여기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이당의 작품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기대어 쉴 곳을 찾아본다.
2005년 10월 1일 수갤러리 최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