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목요일이 5번 있다.
그러다 보니 3주만에 등산길에 오른다.
산이 그립기도 하거니와 산 벗님들이 더욱 그립다.
예쁜 아가씨들이 단체로 못 온다는 연락이 있었다.
지난 산행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말에 마음이 가볍다.
8시에 모인다니 시간도 넉넉할 듯하다.
체력을 보강하느라 새벽 기도가 끝나면 근처 공원을 2시간씩 돈다.
집중적으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생각하며 걷는다.
이번 산행에는 집사람도 따라 나선다.
힘이 길러지면 함께 다닐 참 이었는데 따라 나서니 불감청 고소원일세.
면 좀 세워 볼 절호의 때다.
뮤즈의 여신이 들려주는 고요한 노래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는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밤 9시다.
또릿 또릿 영혼이 되 살아난다.
잠아, 너는 어디로 갔느냐?
이 늦은 밤까지 어디에 있길래.
돌아오라 나의 사랑, 내 잠이여.
새벽 기도 가라고 자명종이 울린다.
집 사람은 일어나 샌드위치를 싸고 있고, 잠은 그제서야 나의 눈가를 맴돌기 시작한다.
6시 반 비몽사몽간에 파두아 팍 집결지로 향한다.
대원들이 모이기 전 쥐약을 먹어 두어야 한다.
분명 쥐약을 챙겨 가지고 왔다.
찾으니 없다.
배낭에 웬 주머니가 그렇게도 많은지.
뒤지고 뒤져도 쥐약은 나오지 않는다.
짐을 모두 꺼내 보아도 쥐약은 없다.
다시 넣지도 못했는데 갈 사람은 다 모였다.
8시30분이 되어서야 진사님 차에 모여 7명이 Ice House saddle trail head로 출발이다.
배랑 양 옆에는 물병을 넣는 곳이 있다.
거기다 한번에 꺼낼 수 있게 약을 넣고는 주머니 속만 뒤지니 나오겠는가?
승지님 산행에 대한 설명을 하신다.
Cucamonga는 Ontario 보다 .8 마일 짭은 코스다.
그러나 봉우리가 약간 더 높다.
왕복 12마일, 1 마일당 1시간씩 잡으면 12시간이 소요된다.
오늘 일몰 시간은 저녁 8시 9분.
일몰 시간을 넘어 8시 30분에는 하산 완료할 것입을 알려 주시며 조금씩만 서두르면 일몰 시간적 하산이 가능할 것임을 알려 주신다.
'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이 3가지가 완전히 양호한 상태를 말한다.
기장의 수학적 두뇌가 돌기 시작한다.
신체적으로는 쥐가 돌발하는 지뢰밭이요,
한 잠도 자지 못한 내 영혼은 허공을 떠도는 헛개비요.
12시간 산행은 해 본 적도 없는 산악 공동체의 민페일 뿐이다.
합을 계산해 보니 건강한 산행의 10% 부족한 불구자다.
나 자신만의 목표가 나온다.
최선을 다해 보자.
민폐는 주지 말자.
숨을 몰아 쉬며 걸으니 쇠 말뚝이 나온다.
1 마일 이 정표다.
이미 나 때문에 30분이 늦어졌다.
나의 발 걸음은 무겁고 더디기만 하다.
마지막 1 마일 코스는 Switch back course가 톱날 보다 날카롭게 그려져 나의 능력을 갈보고 있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자.
배낭에서 점심과 나누어 먹을 과일 꾸러미를 꺼내 집사람에게 전해준다.
선두를 쫒아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면 나는 내 힘껏 올라가다 만날 것이니 내 걱정 말고 올라가라 .
마지막 유언을 당부한다.
진사님 내가 올라 갈 수 있다고 하신다.
소연님 안 올라 가면 후회 할 것이라고 한다.
승지님은 우리가 다 1마일 전에서 내려 온다고 계획을 바꾸신다.
수학 박사의 계산이 틀렸단 말인가?
산수의 왕 승지님의 계산을 따르기로 한다.
올라가자,
가는데 까지 올라가자.
해보지 않았잖는가
2마일 이정표를 본다.
즈음하여 John Lee라는 분이 쉬고 있다.
동행하는 두분이 새들까지 다녀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가 새들까지의 절반 거리다.
이 선생님 운동을 무척 즐기시는 분이다.
스키며 못하는 운동이 없는듯 보인다.
JMT 완주 했는지를 물어 오신다.
아직 JMT를 완주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며
에둘러 완주한 경험을 자랑하고픈 질문을 하신다.
송화는 많은 분들이 부분적으로 또는 한번에 완주하신 분이 많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많이 느끼신다.
하루 10마일씩 걸어서 3주가 걸린다.
이 선생님은 27일에 걸쳐 완주 하셨다.
아주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만끽하며 걸었다는 그 감격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 오고 있었다.
스키강사를 하신다는 말씀에 진사님과 대화가 깊어지고 두 분 같은 해방동이라
이야기가 길어 질것 같다.
나는 갈길이 멀고 바빠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떳다.
211 마일 짜리 JMT보다도 더 먼 내 코 3자의 길이 내 앞에 있다.
나는 간다.
오늘 12마일 코스를.
내일의 JMT를 꿈꾸며.
조금 올라가니 콜럼바인 샘터가 있고 물을 마시고 빈 병에 또 물을 채우고 물로 쥐를 쫒아낸다.
진사님은 늘 이곳에서 물을 더 충전하는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히고 계신다.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
이윽고 아이스 하우스 새들에 도착했다.
눈에 쌓여 턱만 간신히 들어 올리던 이정표가 제 모습을 찾아 서있다.
Kelly Camp를 찾아가던 지난 겨울 산행이 그리워진다.
Timber Mt을 올랐을 때는 거기서 나는 죽었던 기억이 난다.
언제 내가 다시 살아 났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다들 칭찬이 자자 하다.
그거 봐, 하면 하잖아!
그럴 줄 알았어
힘이 많이 늘었네.
남의 속을 알고 하는 말삼인지,
사회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팡이 둘에 육신을 나누어
한 걸음 한 발자욱을 세며 다지며 올라 온
이 내 가슴을 아시면서 하는 말삼이겠지.
쥐 나지 말라고 물은 또 얼마나 많이 마시며 올라왔는지.
나에 대한 칭찬인가 했더니 집 사람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더라.
꾸지람도 심하다.
매주 산에 오면 걱정이 없을 텐데 3주만에 오니 헐떡이지.
으를짱도 있다.
다음 목요일엔 꼭 나와!
정신일도 하사불성.
그 보다도 뒤에서 살짝 밀어주고, 앞에서 조금만 끌어주면 안될 일이 없는게지.
송화는 그런 곳이잖아
다음에 내가 솔향기님처럼 훨훨 날아다닐 때는 이런 부탁의 말씀을 드리기로 미리 마음 먹어 본다.
주마가혁.
더욱 채찍질해 주시와요.
자, 이제 부터다.
Bighorn peak를 끼고 산 자락을 타고 올라간다.
승지님 GPS Gaia를 보여주시며 마음의 준비를 시켜 주신다.
Switch Back이 톱니보다 날카롭다.
짧은 거리지만 경사가 심하구나.
한눈 팔 시간이 없다.
돌뿌리에 걸리면 안된다.
좌측 낭떨어지로 떨어지면 안된다.
골이 깊어 떨어지면 죽는다.
죽는건 두렵지 않으나 여편네 홀짝이는 모습은 죽기보다 싫다.
산 기슭 쪽으로 붙어 걸으라고 한 발 뛸 때 두 마디가 들려온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그런 좋은 말은 어찌 그리 쉽게 터득하는가.
사돈집과 짐바리는 고라야 좋다.
길이 험하니 발길을 고르고, 가파른 길을 오르려니 숨을 고르고, 힘든 발에 쥐가 나니 체중을 고르고, 미녀 3총사와 떨어지니 보폭을 고르며 간다.
앞서 가는 승지님 신호가 온다.
몇 발짝 앞에는 커다란 금광이 있단다.
재수 좋은 날은 커다란 금괴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며 희망을 띄운다.
굉도는 보이지 않으나 옛날 금을 캐던 모습을 그려 본다.
그 안으로 누런 황금 덩어리 몇개가 보인다.
이게 웬 횡재랴.
냉큼 주우려 닥아 선다.
뒤에선 최 진사님 살짝 도와주신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최영 장군의 후손이었지.
낙성대에 갔을 때 최 진사님 이름이 거기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황금 덩어리에서 돈 냄새가 난다.
돈 되는 것을 똥 보듯하고 바쁜 길을 재촉한다.
기슭을 돌아서자 진사님 저 산을 보라신다.
아직도 말발굽만큼 눈을 간직한 봉우리를 가리킨다.
지금 산중의 온도가 60도란다.
몸은 화덕증이 나고, 땀은 흘러 머리에 매고 있는 밴다나가 흥건 해도 아직 한줌 눈을 움켜쥐라고 60도를 유지해 준다.
오늘이 아니고서는 금년 다시 오기 어려운 산행이다.
산수왕의 치밀한 계획이다.
Ontario Peak인가요?
아니, Mt. Baldy!
마운틴 볼디요?
Disorientation.
20년전 케네디 대통령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을 때, 난 신문기사 제목이다.
짙은 안개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사고를 당했다.
Padua Park에서 볼때 분명 볼디 뒤에 쿠카몽가가 보였다.
지금은 쿠카 몽가 뒤에 볼디가 보인다.
완전히 방향감각이 180도 전도되었다.
또 들려오는 진사님 이야기
얼마전 Waterman에서 한 산아주머니가 조난을 당했는데 올라 온 반대 방향으로 내려 가는 바람에 수색이 늦어졌노라고.
그 산아주머니 경력이 풍부하고 넘치는 분이라고.
내가 놀랄 필요없다며, 격려하고 다독여준다.
앞서가는 승지님이 앞선 산행에서 해준 이야기.
땅만 보고 걷지 말고, 가끔 눈을 들어 산 봉우리도 보고, 흐르는 냇물도 보고 자라나는 새싹이며 피어나는 꽃 봉오리를 즐기며 가세요.
그래야 제 맛이 나지요.
돌팔이 수학 박사는 1차원이다.
점과 점, Trail Head와 Cucamonga Peak 두 점을 이은 직선 그 아래만 보고 걷기에 바쁘다.
멍청한 당나귀 외길 곧은 줄만 알고 구곡양장 꼬부랑 할머니길을 꼬불거리는 줄도 모르고 올라 왔으니 어찌 방향감각을 갖을 수 있을까?
산수의 왕 승지님은 3차원이다.
차원이 다르다는 말은 바로 이때 쓰라고 생긴 말이다.
진사님은 나와 차원이 달라.
돌팔이 수학박사 한 기장의 셈이 얼추 맞아 오는가 보다.
선행 젊은 등산객 한 쌍이 내려 온다.
수고 했어요.
이제 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 Half Mile남습니다.
내가 숨이 차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말해 주었을 것이다.
고맙긴 한데 , 그대 임계점이 무엇인지 알기나 아나요,
아니 영어로 말해야지, Critical Point 말야.
5.5마일까지는 왔어,
여기까지가 내 임계점이야,
.5마일은 5.5마일의 1/10이지만 힘의 크기는 10 배가 더 들어.
승지님은 나의 기량보다 늘 2% 더 목표를 높여 잡고 산행지를 선택하신다.
아마 이번에는 10%를 더 높여 잡으신 것 같다.
가자.
믿고 가자.
옆에 있는 집 사람, 말벌보다 더 따가운 한 마디 한다.
난, 갈만 한데,
내가 보살필 수 있다고 해서 함께 왔는데, 나 지금 보살핌을 받고 있잖아.
소연 약사님 늘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다.
쥐도 안나고 참 잘 온다고 복돗우신다.
칭찬하는데 싫은 놈 없다.
나도 그 놈중 하나다.
올라가자.
올라왔다.
여보, 저 하늘이 어쩜 저렇게 파라요.
올라올 때 못 봤는데 정말 예쁘네요.
올려다 보니 말 하는대로 정말 예쁘다.
안 왔으면 후회할 장면이다.
꼭 10,000보를 걸었다.
산 높이가 8,859피트니가 1피트에 1보씩 하면 8,859보 걸었다.
그러면 나머지 1,141보 만큼 틀렸잖아.
아니, 맞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뒤로 가고 휘청인거 모두 셈하여 더하고 빼니 3발짝이 모자랐다.
그래서 마지막에 일부러 넘어져 만보를 채웠다.
힘이 없어 넘어진게 아니다.
수학적 계산에 따라 넘어진 것이다.
발길을 고르며 천번의 실수를 거듭하며 올라온 길이다.
장하다 그 발길.
진사님 물으신다.
여기까지 왜 올라왔어요?
밥 먹으러 왔어요.
점심 보따리를 푼다.
3시가 훨씬 넘었다.
진정 밥 먹으러만 왔던가?
삼각형에는 꼭지점이 3개 있다.
내 생의 꼭지점, Zenith, 내 능력보다 3% 늘 위에 있는 그 점을 그린다.
송화는 늘 나의 모자라는 2%를 채운다.
Physically, Mentally, Socially
오늘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모두가 기뻐한다.
집 사람을 채우고 기뻐한다.
더 기뻐한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
하산이다.
솔향기님, 바람을 불러타고 내 달린다.
똥광이싫어서일까
그 앞에서 허벅지에 쥐가 난다.
소연님 왈
왜 쥐가 안나나 했는데 이제야 나네.
고소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여지껏 잘 견뎌 온 것이 장하고, 끝까지 못가는 안타까움에 젖은 말이다.
그 말이 왜 이다지 귀를 간지롭히고 오래 남아 있는가.
나 많이 컸다는 말씀이렸다.
주차장에서 진사님 차에 타고 파두아 팍에 도착한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그때 시각이 8시 9분
해가 진다.
돌팔이 수학 박사와 산수 왕,
왕중왕 미소 지으며 차에서 내린다.
수학박사 아무 말이 없다.
첫댓글 너~무~자세히 산행기를 올려주시니 그날이 눈앞에 아른 거립니다
죽을힘을 다해 올라갔다 살~ 힘을 받아 내려옵니다
오늘도 멋진 글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뵈요 ~
ㅎㅎ
수학자의 계산이 틀렸네
피타코라스 정리를 계산은 안 하고 일차원의 점과점만 연결했으니
직선 밖에 안 나오지 ㅋㅋ
그 넘의 쥐 애기가 와 그래 늦게 나왔노...?
더 참고 있다 다음에나 나오지
그나저나 마눌님에게 실력 함 배워 줄긴데 좀처럼 기회는 안 오고 언쟈 도로 배워야겟따 ㅋㅋ
제우스와 무사모시네의 9일 동안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9명의 Muse가 부르는 자장가를
쉽게 잊지를 안 했을 텐데...
마눌님은 김밥 싸느라고 수학자는 내 팽게 쳤나 보다 ㅎㅎ
지뢰밭은 어떻고 헛개비는 어떻고 민폐는 와 끼치는데....?
아닌겨
우리는 山友 아니 岳友 아인강!!!
대단 하신 기장님 언쟈 뱅기 서울에 다 도착 해 갑니다
일취월장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