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5일 일요일 오후 피서를 끝내고 귀경차량이 서울을 향해 꼬리를 물고 상경 할때 백두대간 통일마라톤 3구간(무녕고개 ~ 덕유산 ~ 소사재) 주자인 남궁만영님, 윤용운님과 함께 15:10분 KTX로 대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전역에 마중나온 지원대팀(충남대 산악부)을 만나 미리 한정식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출발예정지인 무녕고개 아래 장수군 장계면 논개 생가터 부근에 있는 폐교된 주촌초등학교를 개조한 곳에서 숙박을 하였다.
지원팀장인 정팀장과 내일 지원계획과 준비할 급식 급수에 대하여 의논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텔레비전에는 한창 아테네올림픽을 중계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내일 새벽3시 20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추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원대 보다 먼저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지원대가 준비해준 햇반에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배낭에는 채수․채토한 흙과 물을 챙겨 놓고 GPS를 배낭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2대의 차에 분승하여 무녕고개로 올랐다.
4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14분이 늦은 4시 14분 무녕고개를 출발 영취산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천상의 축제라도 있는 양 별들이 유난히 반짝인다.
백두대간 제3구간(무녕고개 ~ 소재재)은 약 51.90km의 산행거리이고 육십령 남쪽인 영취산에서 육십령, 그리고 덕유산지역인 육십령에서 무룡산을 거쳐 신풍령(빼재)구간, 그리고 신풍령에서 소사재 구간이다.
복장은 사타구니의 쓸림을 방지하고자 쿨멕스 속팬티를 입고 그위에 반타이즈을 입고 상의는 쿨멕스 셔츠르 입었다.
무녕고개~깃대봉~육십령
헤드랜턴의 불을 밝히고 무녕고개 절개지의 왼쪽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10분만에 영취산에 섰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길도 뚜렷하여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산죽과 억새와의 전쟁은 서막에 불과 했다. 처음부터 나타나는 키보다 큰 억새는 바닥이 보이지 않고, 간밤에 쳐둔 거미줄은 연신 얼굴을 덮는다. 억새의 날카로은 잎에 쓰쳐 팔과 다리가 아려 온다.
좀 꽤를 부려 만세를 부르듯이 양팔을 들기도 하고 열중쉬어 자세를 하여도 헤쳐나가기 했지만 어려운건 마찬가지이다.
억새밭을 수영하듯 양손으로 이리저리 헤치며 지나가건만 가도가도 끝이 없다. 지루하고 힘든 억새와의 일전을 치루고 깃대봉에 오르니 남덕유산의 웅장함이 압권으로 닥아 온다.
내리막길을 빠르게 달려 내려오니 잘 정비된 샘터가 있었지만 육십령에서 지원대 보급을 받기로 되어 있어 그냥 통과하고 내려와서 거의 육십령에 도착하기 전 지원대를 만날 수 있다는 안도감 탓이지, 윤용운님이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그대로 앞으로 넘어 졌다. 올해 예순둘로 이번 종주대의 최고령자이다. 천만다행으로 타박상만 입고 골절상은 입지 않아 별 탈 없이 일어 나신다. 하지만 셔츠 앞에는 영광의 자욱이 선명히 나타나 있었다.
육십령에는 지원대 전원에 나와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고 다음 지원구간인 신풍령은 오후 3시 이후에나 도착하게 되니 그동안 먹을 간식을 넉넉히 챙기고 물과 이온음료도 가득 채웠다. 남덕유산을 오를려면 체력소모가 클 것 같아 찹쌀주먹밥과 이온음료를 든든히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한잔했다. 10분의 꿈같은 시간은 훌쩍 지났고 지원대와 함께 통․일․백․두 ․ 힘!을 크게 외치고 장수덕유로 향했다.
육십령~장수덕유산~동엽령
이제 본격적인 덕유산 산행이 시작된다. 육십령 까지 억새로 인해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 진다. 간혹 암릉구간이 나타났지만 밧줄이 매달려 있어 쉽게 내려 설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바쁜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처음에는 풀잎을 피해 옷이 젖지 않도록 조심을 했으나, 점점 옷이 젖어 들고 등산화가 젖어오자 포기하고 옷이야 젖든 말든 급히 달렸다.
비가 내리니 더운 여름임에도 땀이 나지 않아 물 먹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유난히 더위에 약한데 다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서봉에 올랐다. 서봉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금새 추위를 느껴 서둘러 철계단을 내려 섰다.
물주머니를 배낭에 넣어 두고 물은 수시로 호스를 이용하여 마시고, 음식물은 움직이는 동작에서 먹었다. 오르막에는 숨이 가쁘니 음식물 먹기가 힘들고 내리막에서 편히 씹어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가능한 휴식시간은 최소화 하였다.
계속 비가 내리니 지원팀장인 정팀장이 걱정이 되었는지 우의를 가지고 삿갓골재로 올라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비는 내리지만 오히려 뛰기에 좋은 날씨라고 가지고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삿골재대피소에서 뜨뜻한 국물이나 마시라고 염려 해준다. 월성재로 내려서는 길은 진흙으로 길이 무척 미끄럽다.
삿골재대피소에 조금 먼저 가서 사발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니 금새 도착한다. 추울 땐 뜨끈한 국물이 추위를 몰아 낼수 있을 것 같아 사발면을 먹는데 윤용운님은 조금 먹더니 수저를 놓는다. 잘 먹어야 잘 뛸수 있는데 후반까지 체력유지가 될지 걱정스럽다.
10분의 휴식이 지나고 다시 동엽령으로 출발 했다 비는 지루하게 계속 내리고 있고 비바람을 받으며 허허벌판인 무룡산을 오르는데 계단은 쉬임없이 이어진다.
무룡산(1,492m)은 덕유능선의 중간쯤 되는 지점이 된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등산로와 그리고 다래넝굴이 쉬임없이 갈길을 더디게 한다.
월요일인 탓에 등산로는 무척 한가하고 동엽령에는 12시 3분에 통과하였는데 등산객 몇 명이 있다가 달려가는 우리를 보고 등수를 매겨 준다.
1등, 2등, 3등.....
동엽령~ 지봉~신풍령
백두대간은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으로 연결되지 않고 덕유평전의 백암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진다.동엽령에서 꾸준한 오르막을 오르면 백암봉이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은 여기서 왼쪽 주능선을 타고 오르지만 백두대간은 오른쪽 풀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지금 까지 이어져 오던 뚜렷한 능선이 아닌 온갖 넝굴을 헤치고 때로는 억새숲을 헤치며 전진하는데 진흙길이 무척 미끄럽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수시로 지원대에서 준비해 준 비닐봉지를 열면 봉지마다 여러 가지 떡과 알약 같은 丸으로 만든 것이 있어 하나씩 맛보는 재미도 솔솔하였고 달릴 때는 오직 지원대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달리는데 이는 지원대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번 3구간은 고저차가 심하고 억새숲이 많아 전진속도가 자꾸만 느려지고 비까지 내려 등산로가 미끄러워 내리막에서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니 쉽게 피로해 진다.
더구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시원스런 전망도 없이 오직 뛰는 것만 생각하게 한다.
명색이 백두대간 통일마라톤이니 기록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해 자꾸만 냉정한 승부사가 되어 갈 길을 재촉하게 된다.
아스팔트길 2~3km면 10여분 남짓 소요 되겠지만 가파른 오르막엔 0.5km를 올라가는데 근 10여분이 걸린다.
그게 산악마라톤과 일반마라톤과의 차이인가? 짧은 거리가 아닌 50km를 넘는 거리이니 초반에 오버페이스가 되면 후반에 어려울 것 같아 섣불리 속도를 높여 뛰기도 부담스럽다.
멀게만 느껴지던 신풍령(빼재)도 1km로 가까워 지니 지원대를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제 차소리도 가깝게 들더니 지원대 차량이 보인다. 통일백두 힘! 했더니 일제히 문을 열고 나와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아침에 보고 몇시간이 지났다고 이렇게 반가운가? 주자가 도착하면 지원대는 갑자기 활기를 찾는다. 버너를 피워 꿀차를 끓이고 수박과 포도, 그리고 인기만점인 찹쌀주먹밥을 먹고 비가 내려 넉넉히 남은 물은 무게를 조절하기 위해 조금씩 버리기도 한다. 아직 이번 구간의 산행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서둘러 떠나야 한다.
신풍령(빼재)~삼봉산~소사재
다시 손들을 모으고 통/일/백/두/ 힘!을 소리 높여 외치고 마지막 구간을 뛰기 위해 출발 했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넉넉 잡아도 2시간 내에는 주파 할수 있을 것이고 일몰 시간 전에는 3구간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마지막 구간까지 억새는 우리의 갈길을 더디게 했고 미끄러운 등산로는 피곤한 다리를 더욱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곧 3구간이 끝이 난다고 생각하면 한걸음에 내달려 금방 끝내고 싶어진다. 아침부터 계속 비를 맞아 등산화는 흠뻑 젖어 걸을 때마 물이 찌걱거린다. 다행히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지 않아 달리데는 지장이 없으나 발은 몇시간째 물에 불려 있다.
삼봉산을 지나자 곧 급경사가 나타난다. 기억으로 이 내리막만 내려서면 소사재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끝나 간다는게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곧 배추밭이 나타나고 배추도 통통히 속이 꽉 차있다. 배추밭이 끝나니 시멘트 포장 농로가 나오고 소사재를 달리는 차량의 행렬이 보인다. 시멘트 농로를 달려 나오니 소사재다. 지금시간 17시 34분.
총 13시간 20분을 달린 셈이다. 멀고 긴 3구간의 마라톤여행이 끝이 났다.
우리 종주대원이 가는 길에 비가 오고, 춥고, 미끄럽고, 험한 암릉이 앞을 막아도 통일을 염원하는 그 마음들을 모아 향로봉 까지 달려 갈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가 하나된 우리가 될 것을 기원해 본다.
첫댓글 음~~메..징하네요....산딜림을 따르자면 뒤따르는 동반주자님들이 꽤나 고생했을텐데.....말은 못하고 아마 '진절머리'가 났으리라..... 근데 쫌 억울하네요, 누구는 종주 한답시고 이구간을 며칠에 걸쳐 고생고생 한것 같은데... 당일로 휭~ 끝내버리다니....
3명이 함께 동반주를 하였는데 간식 먹는 시간도 없다고 불평이 많았습니다. 13시간 20분 동안 한번도 엉덩이를 땅에 데 보지도 못했으니...... 맨뒤가 남궁만영님 중앙이 윤용운님(동아 2시간 58분)이 함께 했습니다. 대장 잘못만나 고생이 심했다고 불평이 많았습니다.
안봐도 눈에 선합니다......그래도 불평하면서 끝까지 뛴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뛸때는 힘들고 불만이 많았겠지만, 좋은(자랑할 만한)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언제 그런 기회가 또 있겠습니까?...오히려 그런 경험을 할수 있어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궁만영 님은 마라톤 메니아인데 등산도 많이 했나보죠? 회장님과 한팀을이루고 뛰느라 얼마나고생이 심했겠읍니까...모두 고생하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