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밭에 가던 날 (체리밭에서)
- 홍 순 호 -
" 야 ! 체리 밭이다. "
" 이 나무에 체리 좀 봐! "
" 와우! 맛있겠다. "
과수원에 도착하여 체리나무에 붙어있는 체리를 따 먹으니 맛이 꿀 맛이었다. 서로들 감탄하며 우리는 상자 가득 체리를 직접 따서 담는다. 대부분 농장 주인들은 일 손이 부족 해 고객이 직접 따서 가져 갈 경우에는 인건비 절약 관계로 싸게 해 준다. 체리를 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과수원을 이렇게 살지우기 위해 농군들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까. 우리는 단순히 맛있게만 먹고 있지만 그들의 노고를 이 순간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쪽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의 울음 처럼 이 한 열매 열매들을 맺기 위한 가뭄날 논두렁처럼 갈라진 농부들의 손바닥, 그 노고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는 체리가 일 순간 확, 쓰라림으로 다가온다. 달콤한 맛과 쓰라림의 맛이 엉켜서 뜨거운 눈물의 맛으로 변한다. 언제나 새벽 기도 시간에 맛 보아 왔던 그 눈물의 맛이었다. 나는 기도시간마다 흘리던 눈물의 맛을 보곤했다. 그 눈물의 맛은 이상하게 짜지가 않았다. 알 수 없는 달콤한 맛이 감돌고 있었다. 약간은 짭잘한 맛과 씁쓸한 맛을 안겨 주면서... 그 눈물의 맛은 나에게 상처 준 이를 용서 해달라는 간절한 간구의 눈물이요. 나 또한 누구에겐가 알 수없는 아픔을 주었을 회개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안녕과 아직도 구원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을 빈들의 영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희망하는 영혼구원을 향한 기도였다. 그래서 그 눈물의 맛은 기쁨이요, 희망이었다. 내 삶의 무지개 빛 믿음,소망, 사랑의 맛이었다. 그처럼 농군들은 손끝이 갈라지는 쓰라림을 안고 소망의 기쁨으로 노래 하였으리라. 사랑으로...
일행들은 체리를 따고 나는 농장 주인에게 부탁하여 비듬나물을 뜯는다. 과수원 주인은 백인으로 헝가리계 캐네디언(Hungarian Canadian)이다. 그는 비듬나물을 채취하려는 나에게 허락하며 묻는다.
" 너는 어느나라에서 왔니 ? "
" 나는 코리언 캐내디언 ( Korean Canadian ) 이다. " 했더니 그 사람 더 붙여 말하길
" 이런 야채를 이태리언 ( Italian ) 들도 먹더라. " 라고 한다.
그들에겐 이 비듬나물이 그저 '귀찮은 풀'일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 포기 풀들도 사람들에 따라서는 귀 찮은 풀 일 수 있고 또한 귀한 풀일 수 있듯이, 사람들도 어떤이들을 만나면 귀한 생명으로 인정 받기도 하고 어떤이들을 만나면 귀찮은 존재로 여김을 받지는 않는지 생각 해 볼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버릇이 있다. 비록 나와는 의견이 달라도, 달란트가 달라도, 그의 인격과 생명은 귀중하기에 그의 꿈과 비젼은 존중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귀한 알곡들을 이 세상에 널리 알려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에 공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농군 아저씨가 우리에게 맛있는 과일을 공급하듯이 또 다른 직업과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명약이 될 수 있는 귀한 것들을 제공하기에.
어느 정도 체리를 따 놓고 우리 일행들은 나를 부른다.
" 00님, 식사하고 하시랍니다. 00님이. "
나는 밥도 먹지 말고 오늘은 이것만 하라면 좋겠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이 아프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풀'일 수 밖에 없는 이 나물을 채취하여 우리 이웃들과 파티 때 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더 욕심을 낸다. 이런 하찮은 풀일지라도 나누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이국적인 나라에 와서 '비듬나물' 채취하여 그들에게 맛 보이는 것은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그 욕심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기에, 오늘도 나는 디스크로 인해 과한 노동은 금물이라지만 사랑 본체이신 그분의 힘에 의지하여 열심히 땀을 흘리며 몸을 바삐움직여 본다. 내 고향의 향을 가진 비듬나물... 먼 타국에 와서 향수에 젖어 향수병에 걸렸을 그들에게 이 나물을 한 접시 안길 수 있다면 그들의 병은 간데 없이 사라질 것을 믿고.그래도 그들의 성화에 못내 아쉬워 하며 식사 자리로 돌아 가야만 했다.
" 와우! ~ "
나는 또 한번 감탄 했다. 내가 얼마전에 재어 놓은 돼지 삼겹살 바베큐만 있으려니 했는데 최양 아빠의 기막힌 런치( Lunch ) 바구니는 요술 바구니 인 모양이다. 우린 새벽 5시에 출발 했는데 어디서 이런 음식이 " 쏙 " 튀어나왔단 말인가! 그것은 바이올리니스트 ( Violinist )의 아빠가 밤새 00님을 위해 준비했노라고 하였다. 맛있는 잡곡 밥, 닭고기 데리야끼, 김치, 파김치, 너무도 예쁘게 썰고, 담고... 거기에다 더 놀라운 것은 '된장찌개'였다. 캐나다 ( Canada )에 와서 그것도 야외에 나와서 된장찌개를 먹어보는 것은 처음 일 뿐 아니라, '뚝배기'까지 준비 해 와서 그 정성에 우린 감복하였다. 된장찌개에 두부와 매운 고추를 넣으니 맛이 더 한 층 좋았다. 여기 또하나의 고향의 맛으로 우리의 향수병을 치료하시는 귀하신 약손이 있지 않는가.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것은 우리 하나님은 치료의 하나님이시라는것이다. 우리를 만드신 분이 우리의 속속을 모르실리가 있겠는가.
우리만 먹기 뭐해서 나는 주인 할아버지께 입맛에 맞을지 모르나 드셔 보라며 나의 맵게한 돼지 삼겹살 바베큐와, 원 자매의 소고기 바베큐와, 최양 아빠의 닭고기 데리야끼를 그에게 드렸다. 한 참 있다가 주인이 다가와 " 너무 맛있다 ! " 하신다. 당신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신다. " 이 요리는 어떻게 하느냐? "하며 레스피( Recipe )를 알려 달라고 하신다. 그것은 나만의 비법이었으므로 내가 자세히 알려 드렸다.
주인은 우리들의 방문이 즐거운 모양이시다. 시골 산골짜기에 살다보니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우셨던 것 같다. 그곳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였으나 유난히 우리에게 오셔서 지칠 줄 모르시고 이야기 하신다. 우리도 그들의 가족관계 등등을 여쭈어 보며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집 안에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들 (70대 쯤 되어 보이는 농장 주인 노 부부)의 부모님의 결혼 사진은 이미 귀한 골동품이 되어있었다. - 이 사진은 그러니까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것이다. - 농장 주인의 자녀는 7명에다 손주 그리고 손녀등 자손들이 번창 하였다. 그래서 나는 " 자녀가 많아서 행복하시겠어요 ? " 라고 하였더니 그렇지 만은 않다고 말씀 하신다. 우리말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라는 말에 실감하는 느낌이었다.
불효자 이 가난한 딸을 지금 이 시간도 마음 속에 묻어두고 얼마나 애잔해 하실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든지 똑 같다는것을 느끼면서, 나도 고향에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을 마음속에 모셔 드리게 되었다. 빛 바랜 사진처럼 아련한 것 같지만 더 진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영상. 그들에 대한 그리움은 흑백사진에서 푸르른 논 밭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과수원 이지만, 이곳에서는 논을 볼 수가 없다.모두다 밭경작이므로 개굴이가 노래하고, 올챙이가 춤을 추고, 우렁이들의 아장자장 거니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는데, 지금 이들의 빛 바랜 사진을 보며, 두고온 나의 산천 고향의 논과 밭 그리고 이곳에 울긋 불긋 체리와 함께 어우러진 한 무리의 가족과 고향 산천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걸어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 후 다시 노 부인이 오셔서 또 이것저것 이야기하신다. 고기 맛이 참으로 좋다고... 고맙다고... 그래서 " 천만에요. " 하였더니 그녀가 가시려 하는데 내가 찬사 받는 것이 너무 송구스러워 나의 삶의 목적인, '모든것을 하나님게 영광 돌려 드리고 싶어서'
" 예수님을 믿으시나요? ( Do you believe Jesus ? ) "
" 예스 ( Yes ) ! " 노 부인이 대답하셨다.
" 원더풀 ( Wonderful !) " and " 하나님의 축복 받으세요. ( God bless you. ) " 나는 감탄하며 응 하였다. 그래서 그 뒤로 원더풀( Wonderful ) 00님 이라고 한다. 원더풀 이라는 그 말 자체보다 나의 표정과 행동이 정말로 말 그대로 원더풀이었다나...
나는 사람들이 " 예수님을 믿는다. "고 하면 제일로 반갑고 좋다. 그러다 보니 나의 표정은 애교가 넘쳐 흐르고 정말로 경이로운 그런 표정이었나 보다. 평상시에 근엄하고 점잖떨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랬나 보다. 최양 아빠의 말씀 " 00님의 진 면목을 오늘 보았노라. " 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비듬나물'과 같은 고순사람, 체리와 같은 새콤 달콤한 사람, 된장찌게와 같은 구수한 사람, 이런사람들을 존중하며 사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천국을 만들지 않나 하는...
그러나 우린 더 값진 저 하늘 나라를 소망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가신 예수그리스도를 모신자 만이 가는 천국.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이 체리받 농장 농부들이 손언저리가 갈라지는 아픔을 참고 열매 맺게 한 것 처럼, 부지런히 땀을 흘리고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또는 나의 무지한 한계에 맞서서 찢어지는 아픔이 온다 해도 사랑으로 복음의 씨를 뿌려야만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