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 풀 정리를 하고 있다. 오늘도 햇볕이 쨍쨍, 아침 나절에는 땅콩 밭에 가서 풀 정리 저녁 해질녘에는 눈만 감으면 보이는 들깨와 메주콩 밭을 풀정리 했다.
밭에 풀 정리를 하다보니, 언젠가 누군가 줘서 쓰던, 쓰다 남은 유박퇴비가 눈에 띄었다. '잘 됐다. 애호박 하고, 들깨, 토종 오이가 거름이 부족한거 같은데 뿌려주자' 반 남은 것을 장갑 낀 손으로 한 주먹씩 꺼내어 뿌려줬다. 퇴비가 비닐포대에 담겨 꽁꽁 닫아준 탓에 혐기 발효가 되었는지 냄새가...
근데, 퇴비를 준 후 이상하게 몸이 간지럽다. '각다귀들이 또 난리들이군' 참으며 들깨밭을 세 고랑이나 풀 정리를 하였다.
하지만 가려움은 점점 더해지고, 오싹오싹 소름까지 돋는다. 뭔가 이상하다. "여보, 당신도 벌레가 막 물어?" "아니~~~" "얘들아, 니들은 벌레가 안 물어?" "응" "난, 왜 이러지? 고문 당하는거 같애' 참고 또 참으면서 깨밭을 정리하다가 마침내는 못 견딜 정도로 가려워졌다.
낫이고 모자고 다 팽개치고 집으로 뛰어내려왔다. 찬물로 샤워를 했다. 온 몸이 두드러기 난 것처럼 돋아 있다. 얼굴도 점점 빨개진다. 너무너무 가려워진다. 목초액을 그냥 살에 문질러 보고 죽염도 꺼내어 마구마구 문대었다. 그런데 가려움을 가라앉지 않는다.
아는 언니한테 전화했더니 "쇄기"에게 물린 것 같다고 접골목 증류수를 줄테니 오란다. 또 아는 이웃 아짐(현직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쥐벼룩에게 물린 거 같다고 약을 주겠다고 오란다. 아무래도 약이 낫겄지? 집도 훨씬 가까우니께 갔더니 알약 하나를 주면서 보건소에 가보란다. 주말에 보건소 문을 여나? '우리 집 바로 옆이 보건소인데, 알아볼걸' 우리랑 친한 보건소장이 전화를 받는다.
보건소로 달려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보건소를 두고 어디로 다닌겨~~~ 보건소 가서 주사 두대 빵빵 맞고 항히스타민이 들은 약을 받아 한 봉 먹고... 지금은 붉은 자국만 남아 있다.
어디서 그놈의 쥐벼룩이 옮겼을까? 평소에는 밭에서 일해도 이런 적이 없는데... 나 혼자 한 것도 아니고, 우리 남편과 아이들이 있었는데 왜 나만 그랬을까?
쓰다 남긴 유박퇴비에 쥐벼룩이 있었던듯 하단다. 쥐벼룩은 짚단이나 퇴비...뭐 이런 곳에 서식하는데 크기가 0.15mm로 마구마구 ... 그렇게 크니, 내 눈에 보일리가 있나?
앞으로 퇴비는 반드시 호기 발효를 시켜서 써야겠다. 호기발효는 손으로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고, 냄새도 안나는데 이건, 냄새도 지독하고, 쥐벼룩 같은 것도 있고... 암튼, 참 용감하게 농사짓는 타잔이다. 한마디로 무식하다는거지.
작년에도 뭐에 물렸는지 허벅지가 접시만하게 부어올랐구만... 암튼, 약을 안 쓰니까 오만가지 벌레들부터 시작해서 개구리, 두꺼비, 도마뱀, 뱀, 까치까지 ... 아주 그냥 버라이어티 하다.
그나저나 오늘 풀을 다 정리했어야 하는데... 이번 주 수목금토일 비가 온다니... 내일부턴 놀아야겠다.
풀 짤라줘봐야 또 자랄테고, 자랄만큼 자라면 싹뚝 잘라주지. 쥐벼룩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으니 내 몸은 어떻게 될라나? |
출처: 땅 살리는 타잔 원문보기 글쓴이: 파란하늘
첫댓글 쥐벼룩 말로만 들었는데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