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얌 할마시
**사 이정표만 쳐다보고 달리다가 눈에 익숙한 광경이 들어왔다.
하천, 다리, 아파트.....
‘그럼, 아까 스쳐간 그 주유소가.....’
‘A-오일이었는데, 지도에는 **주유소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붙여 세우고 시동이 걸려 있는 채로 지도를 보았다.
“**주유소”, “****/80세대”, “**교”......
전면 차창 너머로 “****” 이란 글자가 뚜렷하게 적힌 아파트 벽이 보인다.
**을 **으로 적은 것 같고 주유소 이름은 바뀐 것 같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을 해서 동네 쪽 이면도로로 유턴해 들어갔다.
간선도로와의 거리를 감각적으로 가늠하며 차를 세웠다.
정확히 해당 물건 앞이다.(역쉬 나는 인간 네비, 사람들은 네비게이션을 왜 사는지 몰러~^^)
우산을 받쳐 든 채로 도둑고양이 마냥 대문 틈 사이로 집안을 훔쳐보았다.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왔다.
옛날 물건.....
잘린 몸으로 비가 오는 마당에서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나딩굴고 있는 소나무,
수확한 보리를 까불리는 풍차가 온 몸으로 칙칙하게 비를 맞고 있다.
햇살이 마당 가득했을 적에는 꺼먼 웃음 반짝였을 옹기 단지들도 비를 맞아 시무룩하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야 하는 소유자의 마음이 온 마당에 어지럽게 울고 있었다.
천막으로 덮었으면 좋으련만.....
수 백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당 뒤켠에 수호신 마냥 버티고 서있다.
찬란한 가을, 단풍은 얼마나 아름다웠겠는가?
집안 구석구석에 시선을 보내며 옆집과의 경계를 가늠해보고
또 집 주위를 돌아보면서 경계를 가늠해보았다.
도시계획에 의한 소방도로가 나면서 현황이 공부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굽은 길이 바뤄 지면서 누군가의 땅이 길에 편입된 것 같다.
공부상 주인은 점유를 못하고 동네북처럼 온 동네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듯 해보였고
해당 물건지의 통행로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허나 해당 물건도 공부상 도로에 접해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어라, 공부 상의 도로 위에 없어야 할 건물이 버젓이 들어서 있다.
현황으로 봐서는 채무자인 소유자가 사용하는 건물인 것 같다.
지은 지 십 수년은 지난 것 같다.
해당 사건의 매각 범위 밖이다.
국유지 위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 해당 물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지자체에 무허가 건물임을 내세워 철거를 요청해야 한다.
안되기야 하겠는가마는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농촌이나 도시 중에서도 오래 묵은 전통 주거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그 옛날 측량비가 아까워서 구두로, 혹은 이웃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돌가루 종이(시멘트 포장지) 오려서 막걸리 주전자 앞에 두고 동네 사람 입회 아래 일종의 계약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문제가 생기고 나니 계약 당시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다,
계약서도 찾아보면 불쏘시개를 했는지 어디로 가고 없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땅값은 많이 오르고 돈세상이 되어 한 평의 땅도 천금이다.
절대 양보 못한다, 할 수가 없다.
특히 도시민들에게는 이해가 안 된다.
투박한 손가락으로 막걸리 잔을 휘휘 저으며 주고받았던 끈끈한 정이,
평당 금액으로 주판알이 튕겨져 교통정리 된 머릿속으로 어떻게 이해가 되겠는가?
스프레이로 남의 집 벼루빡에 고지 탈환의 깃발인 양 확실하게 경계 표시를 한다.
그 놈의 뻘건 황칠만 보면 늙은 가슴이 체한 듯 꽉 막히고,
새로 들어온 이웃 사람과의 정의 흐름이 봇도랑의 막아놓은 흙무더기처럼 뚝 끊긴다.
해당 물건 앞에 떡하니 눈알 박힌 듯이 자리한 집이 하나 있었다.
구멍가게였다. 할머니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주인인 듯 하고 또 한 사람은 손님인 듯하다.
테이블 위에 소주잔이 달랑 하나 놓여 있다.
영업용 우유 냉장고에서 병 모가지를 틀었다가 잠궈 둔 소주병을 꺼내 빈 소줏잔에 따른다.
이런 저런 나의 물음에 동네 손님인 듯한 여윈 체구의 할머니가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내 표정을 훑으며, (아니 핥는다는 표현이 적확하리라.)과자부스러기를 내 손에 쥐어준다.
고향을 묻고 성씨를 묻고, 나이까지 묻는다.
흡사 점바치의 그것과 같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어보러 들어갔던 내가 오히려 거꾸로 되어 어줍잖게 대답을 했다.
육십대 중반도 넘어보이는 여자의 입술에 루즈를 바른 흔적이 있었다.
언제 발랐는지 몰라도 색이 바래져 있었다.
밭일을 하다가 온 차림새였다.
무심코 술잔을 드는 손을 보았다.
흙묻은 남방과 바지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을 분홍빛 메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을 보았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일부러 시선을 딴 곳에다가 두었다.
늙은 여자의 지난 생이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내 머리 속을 잠깐 스쳐 지나간다.
해당 물건의 주인은 주유소를 운영하다가
망해서 원래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까지 경매에 부쳐진 것이다.
집에서 사 모아두었던 옛날 물건을 고치고 다듬기도 하고
목공예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단다.
조금 전까지 일했으나 지금은 밥먹으러갔을 거라고 한다.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듯하다.
미등기 건물의 건축연도가 최초 담보물권설정일보다 훨씬 전일 것 같아 보인다.
지료청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듯하다.
지분매각에 대한 부분도 지분에 관해 공유물분할청구를 하면
가액 분할과 현물분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물분할을 해서는 땅의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 같고
가액분할을 위한 경매를 통해 다시 낙찰받는다고 해도 제반 현황으로 보아서는
요구 수익을 충족하는 가격에 파는 것은 둘째 치고 매매자체도 힘이 들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의 대금 미납과 두 번의 유찰이 있었고 4차 매각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소송과 경매, 투입한 시간 대비 얻는 것은 별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늙은 여자의 안내를 따라 자신의 팔촌 언니 집으로 갔다.
또한 그녀(?)가 세들어 사는 집이기도 하다.
알그레해진 술기운으로 말이 많아진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안채의 이방 저방 문을 열어본다.
그녀는 이야기 도중에 화장실 문을 열고 불을 켜더니
“오줌이 마렵네,” 했다.
문을 잠그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다가 아랫도리를 내리고는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았다.
돌연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얼굴을 돌려 주방 쪽을 살펴보았다.
그녀(?)나름대로는 유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늙은 여자로부터 정욕이 일리는 만무했다.
용변을 보고 나온 그녀(?)는 침대가 있는 작은방,
식당일 하러 나간 칠십 넷의 주인여자의 이부자리가 깔린 방을 차례대로 보여주었다.
그녀(?)는 쉴 사이 없이 말을 했다.
“집 살라카마 아까 그집 사지 말고 이집 사라,”
“우리 형부가 암으로 죽고 언니 혼자 산다 아이가, 식당에 일하러 나가가 벌어먹고 사는데, 인자는 힘에 부쳐가꼬 이집 팔고 고향으로 내려갈라 칸다 아이가,”
“언니 친정이 내 고향하고 같은 밀양이자나, 내가 밀양 박씨다 아이가,”
“이집 140평인데 살 때 1억줬다 카더라, 1억1천 달라카는데 1억만 주마 될끼라, 니 참말로 돈 있나?”
“이거 사라. 시에서 지어갖고 팔았는 거 아이가, 전부 나무로 지은 한옥 아이가, 조오타,”
“형부가 아~ㅁ걸리가꼬 언니캉 상의도 없이 농협가서 돈찾아가 샀다 아이가.”
“그러다가 얼매 안있어가 형부는 죽어뿌고 언니 혼자 산다 아이가,”
“그전에 여주인이 혼자 살았는데(목소리가 낮아지면서) 형부가 집보러 왔는 걸 갖다가 그 여자가 술 미깄다 아이가, 그라고 나서 형부가 집을 샀는데 그 여자가 1억받고 나서 형부한테 500만원을 좄다 카데,”
“내가 팔자가 험해가 혼자 산다 아이가,”
“연금도 받고 있고 한 번씩 나무 점도 봐주고 그래 산다 아이가,”
“도시 사람들 사놓고 묵혀 놓은 밭에 나가서 채소도 심고......”
늙은 여자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아랫 채 자신의 방은 왜 보여준다고 하는지 열쇠를 열고 들어서니
애완용 개 두 마리가 낯선 나를 보고 못됐게 짖어댔다.
“집 사가, 내 한테 계속 세를 주마 집안 청소하고 관리는 내가 하마 되자나,”
“이방은 내 짐이 들어 있는 방이고 저 방이 내가 자는 방이다. 들어가가 커피 한잔 묵자, 들어가자,”
나는 심드렁한 마음에 난처한 표정으로 시간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하면서
급히 우산을 챙겨들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물건의 시세 조사 차 매물을 구경하러 갔다가 뜻밖의 일을 당할 뻔 했다.
그렇고 그럴 법했을 그녀(?)의 과거사(?)가 다시금 영화필름처럼 퍼뜩 머릿 속을 스쳐갔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이 정부 들어 나라가 시끄러워서 부동산 매매가 끊겨서인지,
건너 부동산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고 불이 꺼져 있다.
첫댓글 ㅎㅎㅎ 넘 재미있네요~~ ^^
^^ 마치 서정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
조심님 글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네요...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경험담 감사합니다. 역시 글 하나 맛깔나게 쓰신다니까요. ^^
ㅋㅋㅋ 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첨엔 시 읽는줄 알았습니다ㅎㅎ 그녀(?).. 맘에 안듭니다 ! 성씨도 맘에 안들고 !-,.- 부디 조심하셔요~조심님^^
그녀(?)가 노린 건 돈이었을까요? 나의 준수한 외모였을까요? 아니면 잃어버린 젊음이었을까요?^^ 어떤 이는 이런 글을 보면 역겨울 수도 있겠지요. 저도 하도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사실 그대로 글로 한 번 써봤는데 올릴까 말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올렸습니다. 왜그랬으까, 잉~ 그녀(?)가,
준수한 외모에 한표..... ^^
ㅎㅎ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잼나게 봤어용~^^
소설한편 옮겨놓은듯 해요~~~넘 잼나게 잘 읽었어요^^..........역쉬 그녀의 성씨는 맘에 안들어요 ㅎㅎ
^^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환이 말처럼 정말 단편소설 읽은 기분입니다..^^ 왜 소나기가 떠오르는지.. 입가에 미소가득 짓고 갑니다*^^*
끝이 조금 야리꾸리합니다...ㅋㅋㅋ 너무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작가같은 수준이 보입니다.........
경매하는 곳 맞나 싶었습니다...ㅎㅎ^^ 단편 소설같아서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잠깐 재밌는 소설에 빠졌습니다 많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웃을것 같네요 꽃비얌 할마시 땜에.....
글이 참~감칠나네요. 끝마무리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슴돠..끝부분이 조금 더 속도가 느리면서 눈에 보이는듯한 상세한 표현이었다면 히트되는 단편소설 하나 나왔겠는데요 ㅎㅎㅎ 좋은 글 참 감사히 읽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잼난글 잘 읽었습니다 다 이해는 못했지만서도...
제목부터 범상치가 않앗습니다.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생각나네요, 벌교를 설명할때처럼...... 조심님은 길을 잘못드셨네요, 임자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 보심이 (수익률이) 훨씬 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암튼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